“고향은 멀어도 우리는 함께”…미 탈북민들의 특별한 하루

앵커 : 광복 81주년을 맞아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향의 추억을 나누고 친목을 다지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체육대회부터 고향 음식 나누기까지, 미국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탈북민들이 모처럼 모여 웃고 즐겼다고 하는데요. 현장을 다녀온 정영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모처럼 다들 ‘고향’을 느끼는 자리였을 것 같습니다. 우선 현장 분위기, 들어볼까요?

기자 : 네, 참석자들도 저도, 오랜만에 고향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8월 9일,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열렸는데요. RFA 본사가 있는 워싱턴 DC에서 차로 한 2시간 거리의 도시입니다. 참석자는 40여 명 정도로 미주 두리하나 선교회가 주최한 19번째 두리하나 가족 수양회에 참가했던 탈북민들이 별도로 마련한 친목 행사였습니다.

앵커: 미국이 워낙 넓은 나라라서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기자 : 그렇습니다. 참석한 탈북민 중에는 북한에서 미국으로 직접 난민 자격으로 입국한 사람들도 있었고 한국에 정착한 뒤 다시 미국으로 이주한 탈북민들도 있었습니다. 미국에 공식 난민 신분으로 정착한 탈북민들이 2백여 명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사는 곳이 다 다르고 가까운 도시여서 차로 몇 시간 이동해야 해서 이렇게 모이는 게 진짜 쉽지 않습니다.

참가자들은 수양회 기간 예배와 기도 등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고 마지막 날, 운동장에 모여 체육대회와 함께 이런 잔치를 준비했습니다.

<현장 소리>

참가자들은 홍팀과 청팀으로 나뉘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요. 줄다리기와 무릎싸움, 2인 1조 이어달리기, 훌라후프 돌리기, 물을 머리에 이고 달리는 경기, 그리고 ‘눈빛 싸움’과 축구 등이 진행됐습니다.

‘고향의 날’이라는 행사 이름에 걸맞게 대부분의 종목이나 경기 방식이 북한에서 즐기던 놀이와 비슷해서 다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즐겼습니다.

앵커 : 줄다리기 같은 놀이는 미국에서 잘 안 하죠.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경기는 뭐였습니까?

기자 : ‘눈빛 싸움’이었습니다. 두 팀에서 한 명씩 나와 서로 눈을 바라보면서 먼저 눈을 깜빡이는 사람이 탈락하는 방식인데요. 단순한 경기였지만 참가자들의 웃음소리가 가장 크게 났던 종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응원하느라 목까지 쉬었다는 함경북도 온성군이 고향인 한 탈북남성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현장 응원소리>

[온성 출신 탈북남성] 이번에 재밌게 잘 놀았소. 소리를 지르다보니 목이 다 쉬웠소.

또 체육대회에서 빠지면 서운한 축구 경기는 남녀 구분 없이 홍팀과 청팀에서 각각 11명씩 선수가 나와 경기를 펼쳤는데요. 기술은 모르겠지만 승부욕은 전문 선수들, 못지 않았습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승부욕에 후끈 달아오른 탈북민들의 열기를 꺾을 수 없었습니다.

결과는 양 팀이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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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향의 추억을 나누고 친목을 다지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주 탈북민 고향의날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향의 추억을 나누고 친목을 다지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RFA-정영)

앵커 : 전해 듣기만 해도 현장의 열기가 전해집니다. 고향 음식이 또 이런 날 빠질 수 없죠…

기자 : 네, 체육대회가 끝난 다음 참가자들은 호텔로 이동해 함께 음식을 나누며 ‘고향의 밤’을 이어갔습니다. 8월이 생일인 탈북민들을 위한 생일 케익도 마련됐는데요, 이달 생일을 맞는 한 여성은 최근 임신해 두 배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생일 축가 노래 소리>

이어 북한에서 가장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털어놓는 ‘고향 이야기’ 시간엔 북한에서의 어린 시절과 가족 이야기, 탈북 과정 그리고 미국에서의 정착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양강도 혜산에서 딸 둘을 데리고 탈북해 현재 미국 유타주에 정착해 사는 탈북여성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탈북 여성] 북한에 있을 땐 강 건너에서 중국을 바라봤는데 그 중국을 볼 때 정말 부럽더라. 그런데 그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미국에 와서 내가 잘 산다고 생각해 보면 이 현실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요.

각자의 사연과 힘든 시절을 뒤로하고 미국에서 정착한 탈북민들이 서로 추억과 마음을 나누며 고향의 정을 느끼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 이렇게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네요.

기자 : 그렇습니다. 고향의 밤 행사는 지난해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첫 행사가 열렸고,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 리치몬드에서 두 번째 행사가 열린 건데요. 이번 고향의 날 행사를 준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미주 두리하나 선교회의 데보라 최 씨의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데보라 최] 저희가 두리하나 수양회를 20년 동안 했었는데, 우리 고향 분들이 고향 분들끼리 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냥 고향에서 즐기던 것처럼 즐겁게 가족 같은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제의가 들어와서 작년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특히 이번 대회에는 탈북민들로부터 태어난 2세들도 참가해 더 의미를 더했다고 하는데요.

[데보라 최] 제일 특이했던 것은 우리 2세들이 나서서 열심히 운동회를 해줬거든요. 2세들은 북한의 문화나 환경에 대해서 잘 몰랐었는데, 부모들이 해왔던 그 문화를 열심히 여기서 하는 것을 보면서 2세들도 보고 너무 즐거워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데보라 씨는 탈북민들은 이번 만남을 통해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격려하면서 앞으로도 더욱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는 바람도 전했는데요. 고향은 수만 리 떨어졌어도 고향 사람들이 함께해 더욱 고향 같은, 탈북민들의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현장음 - 탈북민 노래 합창 <홀로 아리랑>

앵커: 네, 정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