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 스포츠용품 회사인 ‘치아오단(QIAODAN·乔丹)’이 북한 올림픽위원회와 공식 후원 협약을 맺고, 2026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북한 선수단에 자사 제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가 스포츠용품을 포함한 사치품을 금하고 있어 제재 위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6일 연합뉴스는 인민망 등 중국 매체를 인용해, ‘치아오단’이 북한 대표단에 개·폐회식 단복과 시상식 복장, 훈련·경기 장비 등을 제공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샤오홍슈’의 ‘치아오단’ 공식 페이지에도 “중차오스포츠, 조선 대표단의 공식 협력 파트너가 되다”라며 “손잡고 영광의 여정에 함께 나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기장의 뜨거운 새 장을 써 내려간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김일국 체육상 겸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이끄는 180명 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북한 선수단이 ‘치아오단’ 상표가 새겨진 운동복과 모자, 가방 등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체조 도마 종목의 은메달리스트인 안창옥 선수가 시상대에서 입은 시상식 복장 상의에도 치아오단 상표가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조던’ 이름 도용으로 소송전…결국 사명 변경
‘치아오단’은 미국의 유명 농구 스타인 마이클 조던의 중국식 표기인 ‘乔丹(차오단)’을 상표로 사용해 오랫동안 미국의 스포츠용품 회사인 나이키의 ‘조던 위조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실제로 조던은 2012년, 이 회사를 상대로 성명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2016년 한자 ‘乔丹’에 대한 권리가 조던에게 있다고 판단했지만, 로마자 표기 ‘QIAODAN’의 사용은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법원이 회사명의 ‘乔丹’ 사용이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면서, 회사는 2021년 사명을 ‘乔丹体育’(차오스포츠)에서 ‘中乔体育(중차오스포츠)’로 바꿨습니다.
“스포츠용품도 사치품…제재 위반 소지”
유엔 안보리는 2006년 결의 1718호를 통해 북한에 대한 사치품 공급을 금지해 왔습니다. 또 2016년에 채택된 결의 2270호는 ‘여가용 스포츠 장비’를 사치품 범주에 포함했는데 다만, 사치품의 구체적 범위는 회원국이 정하게 되어 있어, 운동복과 가방 등이 이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과거 국제 대회에서도 북한 선수단에 대한 물품 제공은 여러 차례 제재 문제로 제동이 걸린 바 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단일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미국의 독자 제재를 우려해 공식 후원사인 ‘나이키’ 대신 핀란드 업체의 유니폼을 착용했습니다.
또 2024년 파리 올림픽 때는 삼성 스마트폰 지급이 논란이 됐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특별 제작한 ‘갤럭시 Z 플립6’를 참가 선수 전원에게 제공했는데, 북한 올림픽위원회 관계자가 선수단 몫의 스마트폰을 한꺼번에 수령해 간 사실이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대북 제재 전문가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물품 제공을 넘어 ‘공식 협약’ 형태라는 점도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에서 미국 대표로 활동했던 애런 아놀드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 선임연구원은 RFA에 “만약 이 회사가 북한에 돈을 송금하거나 북한과 합작했다면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라며 “다만, 유니폼이 사치품일지는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RFA는 치아오단 측에 협약 내용과 제재 위반 여부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지만, 29일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