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기계작업소 ‘무늬만’ 현대화…”설비 도입 않고 건물∙외벽 손질만”

앵커: 최근 북한이 식량 증산을 위해 군 농기계작업소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설비 현대화가 아니라 오래된 건물을 새로 짓거나 보수하는 등 겉치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역 내 농장들의 기계화를 돕는 국영농업기업소로 트랙터를 비롯한 농기계 수리와 운영을 전담하고 있는 북한의 군농기계작업소. 북한이 식량증산을 위해 전국 군(郡) 농기계작업소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설비 도입 없이 건물 신축∙보수에 그치고 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7일 “지금 전국적으로 농기계작업소 현대화공사가 추진되고 있다”며 “식량 증산을 위한 중요한 사업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농기계작업소 현대화는 새 농기계 도입, 수리 및 부속품 생산 설비 현대화 등 작업소의 물질적 토대 강화를 위한 사업”으로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도 지역에서 먼저 시작돼 추진되다가 올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설비 현대화보다는 낡은 건물을 새로 짓는 등 외적 모습을 바꾸는데 그치고 있다”며 “얼마전 도 방송에 소개된 길주군 농기계작업소 현대화 공사도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거의 마감 단계에 들어선 길주군 농기계작업소 현대화 공사가 사무 청사 등 낡고 허름한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고 기타 건물 외벽을 새로 단장하는 데 그쳤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겉보기에는 작업소가 번듯하게 변모되었지만 설비 현대화는 고장나 사용하지 못하던 설비를 수리한 게 전부”라며 “현대적 설비 자체 도입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새 설비를 도입하려면 당국의 승인을 받아 해당 설비 제작이 가능한 기업소의 생산 계획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국가 계획에 반영되었다 해도 다음 해에나 설비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계속해서 소식통은 “국가적인 조치가 없이 지방의 군농기계작업소가 자체로 새 설비를 도입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관련기사

뜬금없는 체력검정 지시에 북 주민들 “황당”

북 주민들 “국가행사보다 먹는 문제 먼저”


2014년 1월 27일 북한 신의주 인근 압록강변에서 북한 주민들이 화학비료를 나르고 있다.
North Koreans distribute chemical fertilizer on the banks of the Yalu River near the North Korean town of Sinuiju 2014년 1월 27일 북한 신의주 인근 압록강변에서 북한 주민들이 화학비료를 나르고 있다. (Reuters)

이와 관련해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8일 “당국은 농기계작업소 현대화를 농촌 종합적기계화 실현과 결부해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실은 당국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도내 각 지역에서 추진중인 농기계작업소 현대화 공사를 보면 작업소의 겉모습을 바꾸는 데 치중하고 있다”며 “리원군, 북청군에서 진행중인 작업소 현대화 공사의 경우 낡은 건물 지붕과 외벽을 보수하고 울타리를 새로 쌓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잘하는 곳이라야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거나 구내를 포장하고 꽃이나 나무 몇 그루를 심는게 고작이라는 겁니다.

애초 불가능한 현대화

그는 “당국의 의도는 농기계작업소를 뜨락또르(트랙터)를 비롯해 농장이 자체로 할 수 없는 농기계 수리를 해주는 역할을 넘어 간단한 농기계를 제작해 농촌에 보내주는 등 농촌기계화의 거점으로 꾸리려 하지만 설비 현대화는 아직 먼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자기 지역에 농기계작업소에 필요한 설비를 만들 수 있는 기계공장을 가진 군이 몇 안된다”며 “능력도, 자금도 없는 군이 자체로 설비 현대화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황해남북도 같은 곡창지대에는 농기계를 비롯해 수리에 필요한 설비가 일부 공급되었다고 하는데 양강도, 함경남북도는 그렇지 않았다”며 “도가 먹을 식량도 겨우 생산하는 북부 지역은 당국의 관심 밖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