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엔서 “핵보유국 지위 되돌릴 수 없어”

앵커: 북한이 유엔총회 무대에서 다시 한번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이 건조를 승인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계획도 지역 안보를 흔드는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워싱턴에서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핵 억제력은 불가항력”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 나선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

미국 뉴욕 유엔본부 본회의장 연단에 오른 김 부상은 평양의 핵무장을 외부 침략에 맞서기 위한 필연적 선택으로 규정하며 쐐기를 박았습니다.

김선경 부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한 핵 억제력은 철저히 외부의 침략과 위협으로부터 주권과 안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절대적 힘이며 불가항력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보유국 지위는 그 어떤 경우에도 그 무엇으로써도 되돌릴 수 없다는 공화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다시금 확인하는 바입니다.

김 부상은 한반도가 세계적인 분쟁 위험 지역임에도 무력 충돌 없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수준의 안정이 유지되는 것은, 북한이 누구도 침략 전쟁을 일으킬 수 없게 하는 강력한 전쟁 억제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부상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미 양국에 돌렸습니다.

특히 역내 전략 자산 전개와 더불어, 최근 가시화된 한국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을 긴장 촉발의 원인으로 지목한 겁니다.

김선경 부상: 미국이 서울의 핵잠수함 보유 야망을 승인하고 적극 추진하면서 조선 반도와 주변 지역에 최신형 미사일과 무인기를 비롯한 각종 무장 장비들을 이동 배치하고 있는 현 군사 동향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지역의 안보 상황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동안 유엔 대사가 연설했지만, 지난해부터 평양 외무성 고위 인사를 직접 파견해 대미·대남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유엔총회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제81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Mike Segar/Reuters)

닫히지 않은 대화의 문... 미 백악관 “북과 대화 용의”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 연설에 대해 북한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례적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합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부상의 임무는 애초부터 김정은 정권을 강력히 옹호하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그의 첫 번째 임무는 김정은 정권과 북한을 강력하게 옹호하는 것이었습니다. 북한과의 최고위급 외교 가능성을 비롯해 국제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든, 김 부상은 공세를 펼치고 북한의 입장을 전면적으로 대변함으로써 맡은 역할을 다한 겁니다.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이날 RF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김 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며, “이는 곧 제안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이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여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추가 핵무기 생산을 멈추고 핵실험을 자제하도록 하는 접점을 찾는 것으로 초점을 옮겨야 하며, 경제 지원을 포함한 관계 개선이 시작되면 핵무기 감축이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이 같은 접근법에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민수용으로 전환하도록 돕는 지원도 포함돼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크로닌 석좌는 북한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계획을 문제 삼은 데 대해, 핵비확산 안전조치를 지키는 한국과, 불법 핵무기 개발을 이어가는 북한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북한이 한국으로부터 ‘책임 있는 핵 잠재력’을 배웠으면 합니다. 잠수함 추진 같은 민수용 핵 이용은 하되, 핵 비확산 안전조치를 준수하며 핵무기를 확산시키지 않는 것이죠. 북한은 정반대입니다. 완곡하게 말해도, 수년이 걸려야 결실을 볼 한국의 핵 추진 재래식 무장 잠수함 사업을 비난하면서, 자신들은 안전조치도 없이 불법 핵무기 프로그램을 키우는 것은 위선입니다.

한편, 북한의 강경 발언에도 미국은 대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백악관 관계자는 RF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동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를 안정시켰다”며, “미국의 대북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