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전투’ 한창인데… 10만원 내고 장사 한다

최근 북한당국이 올해 농사를 마무리하기 위한 대책으로 ‘가을걷이 전투’에 적극 참여하라고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농촌지원 사업에 돈을 내고 참여에서 제외되는 사람과 돈을 받고 대신 참여하는 사람이 대비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평안북도의 주민소식통은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요즘 가을걷이가 한창 진행되면서 농촌지원에 나서는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는 (돈이 많거나 장사를 하는 주민들이) 현금으로 농촌지원을 대체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밝혔다.

평안남도의 다른 소식통도 7일 “요즘 전국에서 가을걷이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각 공장, 기업소 인민반에 총동원령이 내려졌는데 최근 농촌지원이 현금으로 대체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다.

농촌지원 참여율, 눈에 띄게 증가

평안남도 소식통은 ‘돈 있는 사람은 놀고 먹고, 돈이 없으면 매일 힘들게 일하는 자본주의식 노동시장이 농촌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현금으로 가을걷이 참여를 대신하면서 농촌지원 참여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새로운 변화라고 주장했다. 이에 과거 인민반장이 농촌동원을 나오라고 징을 두드리며 소리쳐야 겨우 서 너 명이 모이던 것과는 다른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두 소식통은 농촌지원에 대신 참여하면 하루 10만원을 받는다고 공통적으로 전했다. 북한에서 공장 노동자의 월급이 3만~5만원, 사법기관이나 군장교 월급이 2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10만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다. 농촌동원 비용이 하루 10만원(내화)인 것은 주민들이 장마당이나 건설장, 매탁 장사, 상하차 노력 등의 일당 수준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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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개성 외곽의 한 농장에서 가을 옥수수 수확 철을 맞아 도로변에 옥수수 이삭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도로변 옥수수 2012년 9월, 개성 외곽의 한 농장에서 가을 옥수수 수확 철을 맞아 도로변에 옥수수 이삭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AP)

북한에서는 가을걷이가 한창일 때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당에서 전국적으로 ‘가을걷이 전투’를 지시한다. 이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매일 농장에 나가 가을걷이를 해야 한다. 가을걷이에 참가하지 않으면 사상 투쟁 비판을 받고 강제노동 형식으로 내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지시에도 그동안 가을걷이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은 높지 않았다고 평안북도 소식통은 설명했다. 한 달간 매일 동원돼야 하는 공장, 기업소, 인민반에서 동원 노력을 2분의 1, 혹은 3분의 1로 나눠 참여하게 하면서 가을걷이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올해도 당의 지시로 각 당위원회, 공장, 기업소, 단위, 인민반 별로 가을걷이 대상 농장을 지정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지정된 농장은 이달 말까지 마무리 해야 하는 가을걷이 정형(실태)을 파악해 상부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회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가을걷이 지원이 현금으로 대체되는 현상을 반기는 주민도 있다고 한다. 새벽부터 애쓰지 않아도 농장에 나가 시키는 일만 하면 하루 입쌀 2kg 벌이를 할 수 있어 선호한다는 것이다. 반면 장사 수완이 좋아 하루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주민들은 일당 10만원을 내고 가을걷이에 제외 되는 편이 더 이익이라고 한다.‘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하지만 이런 기류를 마냥 반기는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돈 있는 사람은 돈만 바치고 농촌지원에서 제외돼 ‘집에서 놀아도’되는 꼴이기 때문이다. 반면 매일 식량을 구입해야 하는 서민들은 일당을 받으며 다른 사람의 몫까지 일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 주민은 농촌에 ‘자본주의 풍경’이 자리 잡았다는 비난도 하고 있다.

또한 북한 당국이 가을걷이 전투를 주민들에게 반강제적으로 독려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배급제가 시행되던 시기에는 주민들이 국가 식량을 배급 받았기 때문에 농촌지원령이 당연했지만 현재는 국가 배급제가 사라지고 주민들이 자체로 식량을 구입해야 하므로 강제적인 농촌지원이 부당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당, 사법, 교육, 의료 등의 종사자들은 그나마 국가로부터 배급을 받고 있지만 이를 위해 전체 주민들을 농촌에 동원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당국 묵인 하에 이뤄지고 있을 것”

이와 관련해 북한 경제 전문가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서는 오래전부터 돈을 주고 다른 사람을 대신 동원에 보내는 관행은 존재했다면서, 이는 동원에 참여하는 대신 생업에 종사해 더 많은 수익을 얻으려는 주민들의 경제적 선택이자, 무상 노동력 동원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대리 고용은 북한 내에서 불법이지만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묵인이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돈이 있는 사람은 대리인을 고용해 동원을 피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돈을 받고 대신 동원에 참여하면서 주민 간 ‘계층 분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디터 이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