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발생한 살인 범죄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가족 간 살인도 발생해 자녀와 친척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가족의 청원으로 살인 사건이 사고사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범죄 소식은 경제적 문제와 관련된 것이어서 경제 회복의 온기가 일반 주민들의 일상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익명을 요청한 양강도 주민소식통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최근 생활상의 어려움으로 각종 경제 범죄가 늘면서 살인 범죄도 많이 발생한다”며 “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중 내가 아는 것만 2건”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이 전한 첫번째 사건은 양강도 보천군 신흥리 6작업반 마을에서 발생했다. 사건 전말은 이렇다. 뙈기밭(소규모 개인 경작지)을 놓고 이웃한 두 집 사이에 분쟁이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의 중재로 두 집이 화해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웃한 두 집 중 한 집의 아내가 몰래 술을 만들어 파는 밀주 장사를 했다. 다툼이 있은 지 보름 정도 지난 9월 중순, 갈등이 끝난 것으로 믿었던 이웃집 60대 남성이 술을 사러 왔다. 이 여성은 금방 만든 술이라며 맛을 보라고 권했다. 술을 마신 남성은 그 자리에서 몸을 비틀며 소리를 지르다 쓰러졌다고 한다.
안전부의 조사 과정에서 이 여성은 뙈기밭 문제로 이웃집 남성이 자신에게 큰소리를 치며 무시했던 것에 앙금이 남아 복수하려고 청산가리를 술에 넣었다고 시인했다. 다만 살해할 생각은 없었으며, 혼만 내줄 생각으로 술에 청산가리를 조금 넣으려 했는데 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많이 넣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문제는 청산가리가 어디서 나왔냐는 것이다. 조사 결과 청산가리는 신흥리에 있는 노동당 39호실 소속 금 광산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난 이후 북한에서는 식량을 보태기 위해 청산가리를 이용해 꿩을 비롯한 야생동물을 잡는 일이 흔했는데 신흥리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금광 자재 창고장이 청산가리를 조금씩 빼내 동물을 잡으려는 주민들에게 판 것이다. 소식통은 “청산가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광산 자재 창고장과 몇몇 간부들이 해임 철직됐다”고 전했다.
평안남도 순천에서도 살인 사건이 발했다. 익명을 요청한 함경남도 주민소식통은 26일 “9월 말 순천에서 대낮에 남의 집에 들어가 강도질 하던 두 형제가 노인을 죽이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며 이들의 강도 행위에 관한 소문이 자자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형편이 괜찮은 집을 미리 파악해 지켜보다가 집안 식구들이 모두 외출한 조용한 시간을 골라 현금과 물품을 훔치는 범행을 11차레나 저질렀다. 특히 이들은 집을 지키는 노인들을 결박하고 눈과 입을 천으로 가린 뒤 물품을 훔치는 범죄도 여러 차례 저질렀다고 한다.
사건 당일에도 두 형제가 미리 주시하던 집의 문을 따고 들어갔는데, 집 안에는 연로한 할머니가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할머니에게 달려들어 입을 틀어막고 결박하는 과정에서 할머니가 놀라서인지 그대로 사망했다. 안전부가 사건을 수사하면서 두 형제는 체포됐다. 다만, 이 소식통이 두 형제의 범죄 사실을 직접 목격하거나 별도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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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문제로 부부 갈등이 심해져 가족 간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양강도 주민소식통은 “이달 초 혜산시 연봉동에서 한 부부가 생계 문제로 다투던 중 남편이 휘두른 빨래 방치(방망이)에 아내가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날 남편은 대낮에 술을 마셨다. 이에 아내가 ‘살기 바쁜 데 돈 벌 생각은 하지 않고 술만 마신다’며 짜증을 냈다. 이 말을 들은 남편은 화가 나 집에 있던 빨래 방망이를 휘둘렀고, 아내는 이를 피하려다 머리를 잘못 맞아 사망했다는 것이다.
민생고에 가족 간 살인 사건도
다만, 이 사건은 자녀의 미래와 친척들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가족들의 호소로 사고사로 처리됐다고 한다. 이 부부에게는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사망한 데다 아버지가 살인죄로 붙잡혀가면 아들의 장래는 물론, 온 가족의 삶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가족들이 논의 끝에 ‘실수로 그런 것이니 한 번만 봐달라’고 당국에 청원을 했다. 결국 안전부가 동네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 의견을 들은 뒤, 아내가 사고로 넘어져 뇌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했다고 전해진다.
연좌제가 적용되는 북한에서 살인 범죄를 저지르면 부모와 자녀는 물론 친척에게도 부정적 영향이 미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 소식통은 “살인죄로 판명되면 본인이 감옥에 가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 진학, 군 입대, 입당(노동당 가입) 등 자식의 앞길이 모두 막히고 친척들에게도 영향이 간다”며 “그러다 보니 가족 간 살인의 경우 실수로 그런 거니 봐달라는 식으로 가족이 청원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 형법 제9장 305조는 고의로 사람을 죽인 경우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며 정상이 무거운 경우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에디터 이용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