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가들, 러-우 전쟁 계기 북 노동자 파견 문제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파견 문제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유럽 내에 확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국가들은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외화 획득과 북한군 파병을 연계된 사안으로 보고 이 같은 고리를 끊기 위해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를 지적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제법 전문 인권단체인 글로벌라이츠컴플라이언스(GRC)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현지시각으로 3일 개최한 ‘노동력과 통제의 수출: 북한의 강압이 국경을 넘어 어떻게 확산되는가’(Exporting Labour, Exporting Control: How the DPRK’s Coercion Reaches Beyond Its Borders)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현지 전화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들은 러-우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의 또 다른 침략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행사 참석자들은 북한이 노동자 파견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를 러시아 파병 및 군수물자 지원에 투입하는 것으로 보고 북한 인권 표적 제재 등에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GRC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학생으로 위장해 러시아에 취업하는 등 북한의 해외 강제노동 수익 구조와 탈북 시도자 추적 실태가 공개됐다. GRC는 2025년 기준으로 러시아가 북한 국적자에게 발급한 비자는 3만 6000여 건으로 2024년의 약 4배이며, 이 가운데 98% 이상이 학생 비자라고 밝혔다. 앞서 GRC는 지난달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글로벌라이츠컴플라이언스(GRC)가 현지 시간 지난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 참석해 중국 내 북한 노동자 인권 침해 사례를 발표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 글로벌라이츠컴플라이언스(GRC)가 현지 시간 지난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 참석해 중국 내 북한 노동자 인권 침해 사례를 발표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아울러 이번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에 제재, 실사, 보호 조치 등으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 체제를 끊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과의 일문일답이다.

기자: 한국의 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글로벌라이츠컴플라이언스(GRC)가 개최한 국제토론회에 참석한 계기가 궁금하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이하 신 분석관): GRC는 그동안 북한의 강제 노동 문제를 조사해왔고, TJWG는 북한의 초국가적인권탄압(TNR) 사례에 대해 GRC와 함께 조사해왔다. 이 문제를 브뤼셀에서 함께 발표하자는 요청을 받고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기자: 토론회에서는 어떤 내용이 발표됐나?

신 분석관: GRC 측은 그동안 북한이 러시아에서 있었던 강제노동을 통해 어떤 식으로 돈을 벌어 들이는지 발표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소콜로프라는, 최근 EU 제재 대상에 올라간 러시아 사업가가 있는데, 그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 노동자와의 사진을 찍어 올리는 식으로 본인을 노출시켰다. 이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TJWG는 중국 내에서 망명을 시도하는 북한 노동자라든가, IT 노동자, 해커 등에 대해 북한 당국이 어떤 인권 침해를 저지르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기자: 현장에서 어떤 내용을 발표했는지 소개 부탁드린다.

신 분석관: 최근 TJWG가 발표했던 보고서 내용이다. 북한이 베이징의 주중대사관 영사부 건물 지하에 비밀 감옥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배용주라는 북한 해커가 몽골을 통해 한국행을 시도했다가 북한 당국에 체포돼 대사관 지하 감옥에서 1년 정도 혹독하게 취조받고 북송된 사례가 있었는데, 배씨의 여권 사진을 입수해 공개하고 이분의 체포 경위, 배경 그리고 이분이 북한에서 사망했다는 소식 등을 발표했다.

“유럽관계자들, 북의 치외관할권 행사 문제제기”

기자: 북한의 재외공관 지하에 비밀 수감시설이 있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다. 이 발표에 대한 현지 분위기는 어땠나?

신 분석관: EU 관계자, 각국 외교관들, 인권 단체까지 행사에 참석했는데, 북한의 치외관할권을 해외에서 어떤 법적인 근거로 행사해서 인권 탄압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있었다. 국제법적으로는 해외에서 북한 당국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주재국 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주권 침해에 해당된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건은 북한 당국이 자체적인 정책에 따라서 해외에서 인권 탄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기자: 북한 노동자 문제에 대해 유럽 국가들의 관심이 높은 편인가?

신 분석관: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면서 무기 수출, 병력 파견 등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어 유럽 각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침략하지 않을까 굉장히 많이 우려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보내는 노동자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러시아 당국이) 이를 적극 용인하고 있는 그런 문제에 대해 더욱 관심과 우려를 가지게 된 것을 보게 됐다.

“EU, 북 러시아 지원 억제 고민 많아”

기자: 러-우 전쟁이 북한 노동자 인권 문제에 대한 유럽의 관심을 더욱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한 느낌도 있어 보인다.

신 분석관: 그렇다. EU 쪽에서는 북한 당국자에 대해 여러 경제 제재를 취하고 있는데, 이런 표적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침략 전쟁 지원, 핵무기 개발 관여 인사들에 대한 제재와 동시에 북한 당국이 벌이는 노동권 침해, 다른 인권 침해에 대해서도 인권 제재를 가하고 있다. EU는 인권 표적 제재를 통해서도 대응 조치를 계속 취하고 있다. 아무래도 안보와 인권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두 개가 굉장히 밀접하게 연동돼 움직인다. 특히 러-우 전쟁을 계기로 유럽 국가들에서는 어떤 식으로 북한의 러시아 지원을 억제할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보 차원에서의 제재뿐만 아니라 북한이 저지르는 해외 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도 좀 적극적으로 제재 조치를 취하려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자: 러시아로의 북한 파견 노동자들이 늘어났고 최근 북중관계도 정상화되면서 중국으로의 북한 노동자 파견도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려되는 북한 노동자 인권 유린 사례는 뭐가 있다고 보나.

신 분석관: 예를 들어 북한 노동자들이 인권 침해로 탈출을 시도할 경우 과거에 비해 러시아 당국이 탈주 노동자들을 붙잡아 북한 당국에 인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GRC 행사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영사관에도 북한이 지하 감옥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 발표됐는데,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러시아가 이전에 비해 적극적으로 북한 당국과 공조를 하게 되면 그에 따른 인권 침해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기 때문에 EU 쪽에서는 북한 당국자뿐만 아니라 여기에 관여한 러시아 사업가들에 대해서도 북한 노동권 침해와 관련해 인권 제재를 가하고 있다.

에디터 이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