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총련 ‘세대 갈라치기’… ‘김주애 승계’ 분위기 조성하나

북한 당국이 최근 조선학교 학생과 교육자 등의 방북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기존 재일조선인의 개별적이고 자유로운 방북은 허용하지 않는 차별적 접근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일조선인 사이에서는 북한 당국의 이런 ‘세대 갈라치기’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진하는 세대교체 정책의 하나이자 ‘김주애’로 불리는 장녀의 권력 승계를 위한 환경 조성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안철호 교육국장 등 교육자 대표단이 평양에서 9월 2~3일 열린 제15차 전국교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8월 29일부터 9월 12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9월4일 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을 때 조총련 교육자 대표단도 만나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으며 “애국위업의 대를 이어갈 훌륭한 후계자, 유능한 인재를 더 많이 키워내라”고 당부했다. 대표단은 같은 날 김승두 노동당 중앙위원회 과학교육비서 담당 비서와도 담화를 나눴다.

특히 북한 당국이 조총련 교육국을 직접 지명하고 방북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과거에는 허종만 의장 등 조총련 중앙본부하고 상의하면서 인사나 규모를 결정했다고 한다.

재일조선인중 한 명은 안 국장 등의 방북에 대해 “평양이 교육국에 직접 지명했다고 들었다. 예전 같으면 평양은 허 의장 등 조총련 중앙하고 먼저 상의했다. 조총련 중앙이 평양과 상의하고 방북 규모나 인사를 판단한 뒤 각 부서에 방북 여부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계가 깊던 재일조선인 세대를 (기존 조직의 영향력에서) 떼어내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허 의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웠고, 2004년 5월 제2차 북일 정상회담 성사 등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경 일시 봉쇄 이후, 2024년 8월부터 조선대학교와 조선학교 등의 학생·아동 등의 방북을 재개했다. 2025년 1월2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방북 중이던 재일조선학생소년예술단과 평양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 위원장은 또한 2025년 5월 조총련 결성 70주년을 맞아 보낸 서한에서 조총련이 일관되게 견지해야 할 ‘3대 중점 사업’으로 ‘권익 옹호’, ‘새 세대 육성’, ‘민족성 고수’를 강조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조총련의 차세대 육성에 상당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 8월 27일, 일본 조선대학교에 재학 중인 북한계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위해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2024년 8월 27일, 일본 조선대학교에 재학 중인 북한계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위해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2024년 8월 27일, 일본 조선대학교에 재학 중인 북한계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위해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AFP)

재일조선인 개별 방북은 허용 안해

반면 북한은 2026년 10월 말 현재까지 재일조선인의 개별 방북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조총련을 담당하던 당 통일전선부도 개편됐다. 또다른 재일 조선인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의 새로운 조총련 담당 기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고 한다.

재일조선인 관계자들도 김 위원장이 재일조선인 사회의 세대교체를 중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에 교육자 대표단의 방북을 직접 지시한 배경에도 ‘젊은 세대를 키우는 담당 기관의 역할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일조선인 관계자 중 한 사람은 “김주애와 같은 세대의 재일조선인을 중시해 북한에 대한 충성심을 키우려는 의도가 있는 듯하다. 반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를 아는 재일조선인은 무시하고 싶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방북이 허용된 조선학교 학생·아동 등의 가정은 북한을 열성적으로 지지하지만, 학생이나 아동 등에게서 김정은 위원장이나 김주애에 대한 강한 충성심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재일조선인 관계자는 “김정은과 사진을 찍은 학생들은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던 유명인이라 신기하다는 느낌은 있지만, 감격해서 충성을 맹세한 것은 아닌 듯하다”고 전했다.

북한당국의 재일조선인 사회에 대한 이런 정책에 대해 재일조선인들 사이에서는 ‘과거 열심히 조국에 충성했던 세대에 너무 애정이 없다’, ‘아무리 젊은 세대를 육성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등의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