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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의 한 고위 과학자가 북한정부가 정치범들에게 실시한 화학물질 실험현장에 있었다고 3일자 미국의 로스엔젤레스 타임즈에 밝혔습니다. 신문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비슷한 내용의 보도가 있었고 그 진위여부에 대한 의혹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이 과학자의 증언이 믿을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김혜진 기자가 살펴봅니다.
79년 생체실험 직접 목격, 90년대에도 전해 들어
로스엔젤레스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이 탈북자는 50대 후반으로 화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79년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내 수감자들을 상대로 한 생체실험을 직접 목격했으며 90년대 중반까지 다른 사례들에 대해서도 전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로스엔젤레스 타임은 비록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북한의 고위 과학자가 생체실험에 대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문은 과거 비슷한 증언이 여러번 있었고 또 지난달엔 2002년 북한당국이 생체실험을 위해 수감자들을 화학가스 실험소로 옮겼다는 서류가 북한으로부터 유출되기도 했지만 이같은 증언은 대부분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과 경비원 출신 탈북자들에 의한 것으로 그 진위여부에 의혹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과학자는 미국에 있는 인권단체의 주선으로 지난주 로스엔젤레스 타임과 회견을 가졌는데 아직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한 당국의 보복이 두려워 입을 열지 않았으나 국제사회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침묵을 깨기로 했다며 자신도 죄인이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목격장소는 평양 근처 정치범 수용소
그가 목격한 생체실험 장소는 평양에서 북쪽으로 15마일 떨어진 평성 근처 정치범 수용소로 알려진 군부대였고 당시 그는 박사학위 후보자로서 논문이 실험에 사용된 화학 화합물 즉 청산칼리와 오르소 니트로클로로벤젠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실험에 참관인으로 초청됐다고 밝혔습니다.
수감자들은 당시 토끼장같이 콘크리트와 철사줄로 만들어진 상자속에 겹겹이 수감돼 있었는데 이중 실험대상이 된 두 남자가 휠 체어에 실려 나왔으며 이들은 수염도 안깎은채 몹시 깡말라 있어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고 나이도 알수 없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과학자들과 관리들이 들여다 볼수 있도록 한쪽벽에 커다란 유리창이 있는 실험실 안으로 옮겨져 각각 한명씩 따로 생체 실험이 진행됐다고 합니다. 전깃불이 환하게 켜진 실험실 안에는 스피커 설비가 돼 있어 과학자들은 수감자들의 비명소리를 분명히 들을수 있었고 화학물질이 뿌려지는 설비가 돼 있었다는 것입니다.
비명지르며 절규하던 모습, 기억하기 싫은 끔찍한 장면
이중 한 남자는 가려움증으로 회색의 수감복을 찢으며 미칠듯이 목과 가슴을 긁어대 피로 범벅이 됐는데 이 과학자는 다른 과학자들과 함께 유리창 뒤에서 이 광경을 보며 당시 사용된 화학물질이 인체에 조금만 뿌려져도 얼마나 독한 것인지 알았기 때문에 외면하려 애썼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두 남자는 3시간 뒤 목숨이 끊어졌으나 비명을 지르고 절규하던 이들은 죽기전 초인적인 힘이 나는 듯 했다며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장면이라고 이 과학자는 말했습니다.
한편 로스엔젤레스 타임즈는 북한은 지난달 정치범들에게 가스 실험을 했다는 보도를 부인하고 생체 실험에 관한 과학자의 증언을 확인하기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부 탈북자들이 가족의 망명을 허용받거나 돈을 위해 북한당국의 학대를 과장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러나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이 과학자의 증언이 믿을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화학자의 증언이 가장 신빙성 있어 - 남 인권운동가
특히 신문은 지난달 영국의 BBC 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생체실험 주장을 폈던 남한의 인권운동가 김상헌씨가 북한의 생체실험 주장에 관한 한 지금까지 이 화학자의 증언이 가장 신빙성이 있다고 말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워싱턴에 소재한 북한인권단체인 이지스재단의 남재중 회장도 이 화학자는 박사학위를 가진 존경할만한 과학자로 그의 중언은 믿을만하고 일관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한 통일부는 이 화학자가 함흥의 한 연구소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물이라고 확인했습니다.
한편 이 화학자는 북한당국은 식량난이 터지기 직전인 지난 94년까지 생체를 대상으로한 화학무기 실험을 지속했다는 얘기를 동료 과학자로부터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생체실험에 관한 로스엔젤레스 타임즈지 보도를 소개해드렸습니다.
RFA, 워싱턴에서 김혜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