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현지취재3] 단둥에서 본 상품화된 북한


2007.05.16

단둥-박성우

북한 간부들이 목숨처럼 여긴다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배지, 즉 초상휘장이 단둥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는 술 한 병 값에 팔리고 있습니다. 북한땅 신의주를 좀 더 가까이 보려고 끊어진 다리위에 올라가는 것도 돈을 치러야 합니다. 북한은 이제 중국 사람들에게 관광수입이나 올려주는 볼거리로 전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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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당시 사용된 군사장비에서 중국 아이들이 장난을 치고 있다. 뒤로는 압록강단교가 보인다. - RFA PHOTO/박성우

>>중국단둥 슬라이드 쇼(3)

( 기자 : 조선돈 이건 얼마에 팔아요?) 이거는 다른 사람이 팔면 35원인데...

단둥 < 중조우의교> 근처에 있는 한 관광 상품 판매점. 북한 노래 < 반갑습니다>를 들으며 들어간 이 상점은 북한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이었습니다. 단둥이 북한 덕분에 얼마나 관광객으로 붐비는지 이곳 가게에서 알 수 있습니다. 상점에서는 북한 화폐나 우표 같은 북한에서 들여온 물건들이 기념품으로 팔리고 있었습니다.

정문에서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에 있는 한 매대에서는 북한 소주가 전시된 걸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술인 < 단군소주> 바로 옆에는 남한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 < 참이슬>이 함께 진열돼 있습니다. 이렇게 단둥에서는 남과 북이 자연스레 공존합니다.

( 기자 :한국말 할 줄 아세요?) 네 압니다. ( 기자 : 이거는 평양 거에요?) 요거 있잖아요. 북한에서 들어왔습니다...

조선족 판매원에게 한국 술과 북한 술이 각각 얼마에 팔리는지를 물어봤습니다. < 단군소주>는 중국 돈 15원, 즉 1달러 90센트. < 참이슬>은 20원, 즉 2달러 60센트에 팔린다고 대답합니다.

( 기자 : 어떤 게 많이 팔려요?) 이게 많이 팔리죠. 평양 술...

기자는 단둥을 방문했던 사람들로부터 단둥에서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연 그런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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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 압록강가의 한 기념품 가게. 단군소주와 참이슬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 RFA PHOTO/박성우

( 기자 :그 뭐야 김정일-김일성 배지... 이런 것도 살 수 있어요?) ... ( 기자 : 이제 없어요?) ... ( 기자 : 원래는 팔았어요?) 네. ( 기자 : 언제부터 못팔게 한 거에요?) 그런 거 없습니다. 그 전에도요. ( 기자 : 아, 그 전에도 안팔았어요?) 네. 안팔았습니다.

팔지 않는다는 말이 거짓이라는 추측을 하며 돌아 나오려 하자 판매원은 다시 기자를 불러 세웁니다.

몇 개 사려고 그래요? ( 기자 : 뭐 기념품으로...) 하나? ( 기자 : 네 한두개...) ( 기자 : 구할 수는 있구나?) 아니 있는지 모르겠어... ( 기자 : 한 번 물어봐 주세요)

시간이 잠시 흐른 후 그 판매원은 다른 물건을 보고 있던 기자에게 다시 찾아 왔습니다.

찾아 주겠답니다. ( 기자 : 아 그래요? 하나에 얼마?) 모르겠어요. ( 기자 : 비싸게 받으려구?) 모르죠.

한 중국인 판매원이 배지를 들고 나옵니다. 기자가 배지를 촬영하려하자 이 남자는 손사례를 치며 안된다고 말합니다.

( 기자 : 찍지마?) 어...

술이나 우표를 찍을 때는 아무 말을 않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판매원이 보여준 것은 크기가 다른 두 가지 종류의 김일성 배지와 김일성과 김정일이 함께 있는 배지, 그렇게 세 가지 종류였습니다. 김정일만 나와 있는 배지는 없냐고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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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건너 신의주 쪽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어부들 - RFA PHOTO/박성우

없어요. ( 기자 : 아 여기선 안팔아요?) 네. 없어요.

그럼 이 배지들은 누가 어디서 만든 건지가 궁금했습니다. 자기네도 기념으로 누구에게 받았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 기자 : 이건 어디서 만든 거에요? 중국 거에요, 북한에서 만든 거에요?) 기념으로 받았답니다.

그렇다면 이 배지들은 얼마에 팔릴까.

( 기자 : 김일성이죠?) 이거는 김일성, 이거는 둘이 같이 있는 거. ( 기자 : 25원? 요거 하나 사지뭐)

김일성 배지는 개당 35원, 김일성과 김정일이 함께 있는 배지는 개당 25원에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자와 동행한 조선족이 좀 깎아달라고 하자 판매원은 20원에 배지 하나를 건냈습니다. 단둥에서 팔리는 남한 소주 한 병 값에 김 부자의 배지를 구입한 것입니다. 북한 간부들이 목숨처럼 여기고, 이걸 달지 않으면 단속의 대상이 된다는 초상휘장이 이제 단둥에서는 관광객들이 단둥 방문 기념으로 사가는 관광상품이 돼 버린 것입니다.

상품화 돼 버린 것은 김 부자의 배지만이 아닙니다. 6.25 전쟁당시 폭격으로 끊어진 압록강단교. 여기서도 공짜는 없습니다. 입장료 명목으로 중국돈 20원을 내야 다리에 오를 수 있습니다. 20원은 북한땅 신의주를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값입니다. 다리는 끊어져 있어 북측으로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지만 이렇게 유람선을 타면 신의주 땅을 바로 한 치 앞에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유람선을 타는 비용은 중국돈 20원입니다.

단둥 중심지에서 북쪽으로 압록강변을 따라 두 시간여 승용차로 달리면 < 압록강하구단교>가 나옵니다. 여기서 유람선을 탈 경우 북한땅에 좀 더 가까이 가기 때문에 가격이 더 올라갑니다. 배를 타고 김일성의 옛집 주변을 보는 데는 중국돈 370원. 심지어는 260원만 내면 북한군 여자병영 주변을 배 위에서 구경하고 올 수도 있습니다.

여군들만 있는 곳이니까 이게 관광지 비슷하게 돼서 지나가면서 한 번 보고...

북한 경제가 무너지고 정권은 고립정책을 지속하는 사이 북한은 이제중국 사람들에게 관광수입이나 올려주는 구경꺼리로 전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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