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 백악관의 정부 보조금 집행 중단 결정과 뒤이은 철회 결정에 따라 일부 북한 인권 단체들은 크게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해외 원조를 위한 연방 보조금 지급을 일시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후 백악관은 지난 27일 각 정부 기관에 28일 오후 5시부터 연방 차원의 보조금 및 대출금 지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과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활동하던 북한인권단체들이 즉각적인 운영 위기에 처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토요일(25일) 국무부로부터 통보를 받았다”며 “그 즉시 3개월 간 보조금 지급이 중단됐고, 기존에 수령한 보조금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계약된 직원들의 급여를 국무부 자금으로 지급할 수 없어, 무급휴직이나 계약 해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민간 기금 조달이 어려운 단체들은 운영 지속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이 관계자는 “자금이 동결된 90일이라는 기간은 직원 급여와 사무실 임대료 등을 고려했을 때 너무 긴 시간이며, 많은 단체가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따라서 이 단체는 28일 국무부에 행정명령 면제를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검토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동안 민간 후원금을 확보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다른 단체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북한인권단체 북한인권워치(NKHRW)의 공동 설립자인 션 강 씨는 “이번 지원금 지급 중단 조치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계획된 대북사업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28일 RFA에 “보안상의 이유로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만약 지원이 완전히 취소될 경우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돼 더 큰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의 지철호 대외협력팀장은 이날 RFA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외교적으로 북핵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예산을 중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인권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다양한 단체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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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로 인해 북한으로의 외부 정보 유입 활동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통일방송(UMG) 등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북 매체들이 업무에 차질을 빚어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권이 제한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는 “특정 국가나 단일 경로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을 경우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더 많은 투자자와 후원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29일 오전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인력의 안전 보장’, ‘불법 체류자 송환’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원조 보조금은 동결 조치에서 면제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지원금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29일 오후 현재까지 이들 단체는 면제 가능성에 대한 추가 공지를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RFA는 북한인권단체 자금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상황과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해 국무부와 NED에 문의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백악관은 29일 오후 연방 보조금 지급 동결 조치를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28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이번 보조금 지출 잠정 중단 조치를 다음달 3일까지 보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국무부 등 각 부처들이 백악관 지침에 따라 부처 자체적으로 내린 보조금 동결 조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해석도 제기되는 등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