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황장엽 암살조 목적은 탈북자 위협용”

중국-김준호 xallsl@rfa.org
2010.11.22
MC : 북한 당국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기 위해 파견한 암살조가 남한에서 검거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들을 파견한 진짜 목적은 황장엽 전 비서의 살해보다는 남한 내 탈북자들을 위협하기 위해서였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왔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 사정에 밝은 중국인 사업가 왕 모 씨는 최근 자유 아시아 방송(RFA)과의 회견에서 “북한 당국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암살조를 남한에 보낼 때 황 전 비서의 암살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또 다른 목적을 위해 밀파를 강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보위부가 운영하는 무역회사의 중국인 간부인 왕 씨는 보위부 고위급 간부로부터 자신이 직접 들었다며 황장엽 암살조의 밀파는 북한당국이 남한의 탈북자 사회에 겁을 줘 탈북자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이 숨어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얘기를 전해준 보위부 간부의 이름이나 직위를 밝히기는 꺼려했습니다.

그는 남한에서 황 전 비서의 경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암살조의 임무가 성공하리라는 기대보다 오히려 이들의 밀파 사실이 전체 탈북자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습니다.

비록 이들이 황전비서 암살에 실패하고 체포돼 암살조의 존재가 알려진다면 황 전 비서를 중심으로 뭉쳐있는 남한 내 탈북자들에게도 위협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는 얘깁니다.

왕 씨는 암살조가 체포돼 남한 사회가 떠들썩해진 몇 달 뒤 황 전 비서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을 두고도 암살조 파견의 목적이 성공한 것으로 선전한다는 얘기도 전했습니다. 암살조를 보낸 사실 자체가 황 전 비서를 크게 압박했고 결과적으로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황 전비서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황 전비서의 사망 이후에도 탈북자 단체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면서 오히려 반북활동을 강화하자 이번 암살조 파견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사업상 평양을 자주 왕래하며 북한 소식에 밝은 조선족 사업가 이 모 씨는 왕 씨의 주장에 대해 “조선의 관료들이 여럿이 함께 있을 때는 내부 얘기를 절대로 하지 않지만 단독으로 얘기를 할 때는 내부 불만도 거침없이 쏟아낸다” 면서 “왕 씨의 얘기와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한 당국은 북한의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 김영철 총국장으로부터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고 탈북자로 위장해 지난해 남한에 침투한 정찰총국 소속 특수요원 소좌 김명호(36)와 동명관(36)을 체포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남한당국의 수사에 협조적이었으며 황 전비서 암살 등 밀파 목적을 비교적 상세히 진술했습니다. 이에 따라 남한 법원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자격정지 10년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형량을 선고했습니다.

북한당국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1997년 남한으로 망명한 이후 김정일 체제아래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의 실태를 폭로하고 3대 세습을 강하게 비난하는 등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자 그를 처단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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