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대상 북 은행, ‘장롱 속 달러’ 노려 고수익 선전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7.04.19
py_trade_bank_b 북한 평양시내의 무역은행에서 한 시민이 은행거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이 높은 수익률을 내걸고 국영은행을 통해 주민들이 보유중인 외화를 끌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성신용개발은행이 연 7%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내세우며 신탁증서 판매에 나섰다고 대북전문매체인 NK뉴스가 19일 보도했습니다.

대성신용개발은행은 미국과 한국의 대북 금융제재 대상에 올라 있으며 최근 국제금융통신망인 ‘스위프트’에서 퇴출됐습니다.

이 매체는 대성신용개발은행의 신탁증서 판매용 안내 책자를 북한에서 확보했다며 사진과 함께 공개했습니다.

천연색으로 인쇄된 양면 전단지 형태의 안내 책자는 ‘기관, 기업소, 개인들의 재산을 일정한 기간 넘겨받아 책임적으로 관리∙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개인들이 위탁하는 유휴화폐재산에 따르는 관리를 잘하여 이익금을 1년에 7%이상으로 보장’한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습니다.

표 형태로 제시된 이익금 분배율에 따르면 개인의 경우 5만 달러 이하를 1년 예치할 경우 7%(3개월 4%, 6개월 6%, 2년 이상 7.5%)의 이익금을 보장한다고 씌어있습니다.

5만 달러 이상의 경우 연 7.5%(3개월 4.5%, 6개월 6.5%, 2년 이상 8%), 10만 달러 이상일 경우 연 8%(3개월 5%, 6개월 7%, 2년 8.5%)의 수익률이 각각 보장됐습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화폐 단위가 미국 달러화로만 표시돼 신탁증서 판매 대상이 주로 달러 등 외화를 보유중인 주민들임을 암시하고 있는 점입니다.

만성적인 외화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당국이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주민들의 장롱 속 외화를 끌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잦은 화페개혁에다 은행에 맡긴 돈을 인출하지 못한 아픈 경험이 있는 북한주민들이 미국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 등 외화를 현금으로 집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성신용개발은행도 이 같은 뿌리깊은 은행에 대한 불신을 의식한 듯 ‘신용제일주의 기본원칙’ ‘철저한 비밀 담보’ 등을 애써 강조했습니다.

책자는 신용이 은행의 첫째가는 원칙이라며 손님들의 위탁자산에 대한 철저한 비밀담보가 은행발전의 밑바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는 북한 주민들에게 은행은 결코 안전한 자산 보관 장소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북한 사람들은 돈을 은행에 한 번 맡긴다면 찾을 희망조차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 대부분이 저축할 필요가 있다면 미국 달러나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외화로 바꿔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은행에 돈을 맡기길 꺼리는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북한 당국이 장롱 속 외화 끄집어내기에 나섰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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