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년 “이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요”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1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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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진(왼쪽) 군과 김진희 씨가 26일 탈북자 대안학교인 ‘우리들학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석진(왼쪽) 군과 김진희 씨가 26일 탈북자 대안학교인 ‘우리들학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RFA PHOTO/목용재

앵커: 부모 중 한명이 탈북자이면서 중국 등 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이라고 하죠. 이들은 일반 탈북 청소년보다 어렵게 한국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생활하는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들이 있는데요. ‘특례입학’이라는 혜택 없이 ‘예비 대학생’이 된 김진희(가명) 씨와 올해 전교 부회장에 당선된 고등학생 박석진(가명) 군이 그 주인공입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만났습니다.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은 한국의 법률상 탈북자로 인정받지 못해 한국 생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어가 서툴러 한국 생활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대다수입니다. 중국에서의 학력을 한국에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도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들의 공통된 고민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습니다. 부산에 위치한 ‘지구촌 고등학교’의 전교 부회장으로 뽑힌 박석진(가명, 18) 군도 그 중 하나입니다.

박석진: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반장은 꼭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반장은 한학기밖에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회장을 하면 대학교 갈 때 도움이 된다고 해서 부회장 선거 준비를 했습니다. 평범한 학교생활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박석진 군은 지난 2013년 한국으로 입국했습니다. 입국 초기에는 한국어가 서툴러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탈북자 대안학교인 ‘우리들학교’에 들어가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2015년에는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통과했습니다. 남한의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을 따낸 겁니다. 이제 박 군은 ‘지구촌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여느 남한 청소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박석진: 예전에는 사소한 일까지도 어머니한테 여쭤봤습니다.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적응해서 혼자서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4년 한국에 입국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검정고시로 통과한 김진희(가명, 20) 씨도 어엿한 ‘예비 대학생’이 됐습니다.

한국에 입국한 후 중국에서의 학력을 인정받지 못한 김 씨는 ‘우리들학교’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김 씨는 꾸준히 공부한 끝에 올해 인하공업전문대학 호텔경영학과에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김진희: 저는 검정고시로 대학교까지 들어갔습니다. 탈북자들은 무료로 대학에 들어가기도 하고 입학자체도 쉽게하는 것을 봤는데 부러웠습니다. 우리(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는 좀 복잡해서 그런 혜택을 못 받지 않습니까.

“입국 초기에 한국말도 못하고 억양도 이상해서 사람을 만나기 싫었다”는 김 씨에게 이제 남한 친구들과 수다는 일상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개강을 앞두고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사람들을 직접 대하는 봉사업무를 하고 싶다는 장래희망도 밝힙니다.

김진희: 저는 앞으로 졸업해서 서비스직에 취직하고 싶습니다. 호텔경영과니까 취업을 호텔 쪽으로 하고 싶습니다. 저의 장점인 중국어를 살릴 생각으로 전공을 서비스와 관련된 호텔경영과로 한겁니다.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으로서 한국 사회에 정착한 김진희 씨와 박석진 군은 또래의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에게 “두려움을 버리라”고 조언합니다. 말이 통하든 통하지 않든 일단 부딪혀보라는 겁니다.

박 군은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들은 한국말을 못한다는 두려움이 크다”면서 “한국어 실력을 위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자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남측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한국으로 입국하는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 수의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한국에 입국한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은 1249명으로 1226명이었던 일반 탈북 청소년의 수를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남한의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르면 탈북자는 ‘북한에 주소, 가족 등을 두고 북한을 벗어난 사람’ 입니다.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은 중국 등 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탈북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이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받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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