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료 수출 파문은 태국 통계작성 오류 탓


2006.05.31

북한이 지난해 태국에 비료를 수출했다는 통계자료가 알려지면서, 남한에서는 한때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남한에서 지원용으로 보낸 비료를 북한이 태국에 되판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사건은 태국측이 통계작성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남한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태국의 무역통계 자료를 인용해 태국이 작년에 북한으로부터 약 5백만 달러어치의 비료 2만5천 톤을 수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 9월에 발표된 이 통계수치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남한에서는 북한이 남한에서 보낸 비료를 태국에 되판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력히 제기됐습니다.

비료가 부족해서 매년 30-40만 톤의 비료를 남한으로부터 지원받는 북한이 태국에 비료를 수출했다는 발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북한이 수출했다는 질소인산 복합비료는 북한에서 생산되지 않는 고급비료였기 때문에 의혹이 더 커졌습니다. 때마침 홍콩의 아시아 타임즈도 북한과 태국이 물물교환 형식으로 연료와 비료를 거래한다고 지난 25일 보도했습니다. 태국은 연료를 건네준 대가로 북한에서 비료를 받으면, 태국에서 만든 저질의 비료와 섞어서 다시 수출한다는 겁니다.

해명에 나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태국측이 통계작성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태국측이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바람에 논란은 커져만 갔습니다. 조사에 나선 무역공사는 남한 기업들이 작년에 태국에 비료를 수출한 사실을 알아내고, 태국측에 거듭 사실확인을 요청했습니다. 남한 수출업체의 거래자료까지 제시받은 태국정부는 수입업자가 기록을 잘못했다며 오류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작년에 북한에서 수입한 것으로 기록된 비료는 전량 남한에서 들여왔으며, 일주일안에 통계자료를 고치겠다고 31일 무역공사측에 밝혔습니다.

사실 이번 경우처럼 남한과 북한을 혼동한 무역통계는 전에도 가끔씩 있었습니다. 한때 남미 아르헨티나의 수입통계에는 북한이 휴대전화기 수출국으로 기록됐습니다. 남한이 수출한 휴대전화를 북한산으로 잘못 표기한 겁니다. 무역공사측은 업무량이 많고 복잡한 나라일수록 무역통계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런 실수를 할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최근 몇 년 동안 북한과 태국의 교역은 큰 증가세를 보여왔습니다. 2001년 1억 5천만 달러이던 두 나라의 교역액은 2005년 3억 3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4년만에 교역액이 두 배로 늘어난 겁니다. 남북한 교역을 제외하고 나면, 태국은 북한의 교역상대국 가운데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워싱턴-김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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