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만에 북한열차 남한으로 달렸다


2007.05.17

제진-이진서

경의선이 북으로 올라간 시간에 동해선에서는 북측의 “내연 602” 기관차가 휴전선을 지나 남측 제진역으로 내려왔습니다. 비록 1회의 남북 시험운행이었지만 제진역에 모여 있던 참관객들은 통일에 한 발짝 다가섰다며 기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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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최북단 기차역인 제진역에 들어선 북측의 “내연 602” 기관차 - RFA PHOTO/이진서

>남북열차시범운행 슬라이드쇼

12시 20분 남측 군사분계선을 통과한 북측 디젤 기관차 602호가 잠시 후 남측 동해선 철도 남북 출입소인 제진역에 서서히 들어섭니다. 북측 금강산역에서 열차에 동승한 남측 인사 100명과 북측 인사 50명이 함께 열차를 타고 남측 제진역에 도착했습니다.

강원도 최 북단마을인 명파리 마을에 살고 있는 63살의 김영수 할아버지는 북측에서 오는 열차가 어릴 때의 기억을 아련히 되살려줍니다.

김영수 : 우리는 고향이 여기거든요. 옛날에 6.25때 기차를 타본 기억이 있습니다. 7살 때 타본 기억이 있습니다. 여기 지역이니까 우리는 공사현장도 봤고 위에 높으신 분들이 잘 정치를 해서 화합이 되는가 하고 기대가 됩니다. 마음이 들떠 있습니다. 비가 오고 날씨가 안 좋았는데 마침 오전 까지 오던 비가 활짝 개어서 마음도 쾌청합니다.

올해 76세 정정심 할머니는 딸과 함께 현장에 있었습니다.

시민: 너무 좋아요. 기차 타고 싶어요. 너무 기뻐요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57년 만에 모습을 들어 낸 북측 기관차는 초록색 몸통에 윗부분은 하늘색으로 깨끗하게 칠해져있습니다. 기관차 좌측에는 3대혁명 붉은 마크와 영예상 26호 문장이 나란히 붙어있습니다. 또 두개의 마크 우측으로 1968년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몸소 오르셨던 차”라고 쓴 빨간색의 명패가 시선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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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을 지나 남한으로 들어오고 있는 북측 열차 - PHOTO courtesy of YTN

동영상 보기 (Video courtesy of YTN)

그리고 각 객차 전후 출입구 상부에는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었습니다. 북측 기관차 기관실에는 남측 기관사 둘과 북측 기관사 둘이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기관차가 제진역에 도착했지만 자릴 뜨지 않고 기관석을 지키는 북측 기관사 로근찬씨에게 RFA 기자는 소감을 물어봤지만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말은 짧았습니다.

눈으로 수많은 얘기를 토해놓듯 기자를 바라보던 북측 기관사와는 달리 자신을 평양 출신이라고 밝힌 북한 여승무원 리해영씨는 RFA 기자에게 단 한번뿐인 열차시험운행이 아니라 개통까지 이룰 수 있도록 북남이 노력하자고 말했습니다. 북한 여승무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북측 여승무원: 오늘 북남 철도 연결이 시험된 것은 궁극적으로 6.15가 낳은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치면 앞으로 우리가 정말 못할 일이 없고 통일도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오늘은 북남 열차시험운행으로 끝났지만 우리가 개통식을 위해서도 남측에서 금강산 철도연결 자재 공사가 우리가 알기에는 잘 추진되고 있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진짜 북과 남이 힘을 합쳐서 여기 발을 맞춰 해야지 우리가 개통식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열차시험운행에서는 정차해 있던 북측 기관차를 돌리기 위해 기관차과 객차 분리를 시도하던 남측 철도 관계자들을 잠시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남측 철도 관계자: 이것 재껴봐요... 이제 됐네... 공기가 안빠졌네...

남한의 열차 관계자들이 40년 이상 된 북측 열차를 처음 접하고선 기관차와 객차를 능숙하게 분리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러나 금방 문제를 해결하고 기관차는 방향을 돌려 다시 북측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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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인터뷰를 하고 있는 북한 여승무원-RFA PHOTO/이진서

아닌게 아니라 남측은 북측 기관차가 고장날 것을 대비해 “반갑습니다” 라는 글을 기관차 옆에 붙인 제진역과 금강산을 오갈 새마을호 기관차를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북측 기관차가 남측 제진역에 멈춰셨던 순간 역사 밖 광장에 모여 있던 200여명의 남측 참관객들은 흰 바탕에 하늘색으로 한반도가 그려진 깃발을 흔들면서 열차에서 내린 남북 인사들을 환영했습니다. 이날 남북열차 시험운행 환영식 사회를 본 이호선씨의 말입니다.

이호선: 무슨 일이든지 그렇지만 처음이 가장 힘들잖아요. 오늘 있는 열차 시험운행이 남북 교류 활성화에, 발전에 초석이 됐으면 합니다. 첫걸음을 내딛었으니까 이 첫걸음이 두 걸음 세 걸음 돼서 목적지까지 원활하게, 순조롭게 갔으면 합니다.

제진역 인근 마을에 살고 있는 대진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이승용 어린이도 힘차게 한반도기를 흔들며 웃는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이승용: 북한 사람들 만나고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한반도 기를 흔들고 이 열차가 계속 한반도를 돌았으면 좋겠습니다.

북측 열차 내연 602호는 1시간 반 가량 남측 제진역에 머물다가 열차를 타고 왔던 북측인사들을 다시 태우고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제진역장 배용곤씨는 이번 남북시험열차운행이 1회성 행사가 아니라 계속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배용곤: 저는 통일이 빨리 돼서 금강산 역장도 하고 싶고 그런 희망을 가져 봅니다. 분단의 역사와 아픔인데요. 오늘 연결이 되면 앞으로 통일이 되고 나면 정말 힘차게 달릴 겁니다. 지금은 그때를 대비해서 힘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위로 삼고 있습니다.

그 동안 텅 빈 역으로 남북 열차가 개통되기를 기다리던 남측 최북단 기차역인 제진역은 3시간 여 동안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키는 주인공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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