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5월은 가정의 달

남한의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입니다. 1년 열 두 달 중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각종 기념일이 모여 있는 달이기도 합니다. ‘가정의 달’ 5월이 시민들에게 던져주는 의미를 알아봅니다.

0:00 / 0:00
concert-200.jpg
남한의 서울시청 잔디밭 앞 야외 콘서트 모습 - RFA PHOTO/이진서

봄기운이 가득한 5월 초순, 서울 시청 앞에 분수대에서는 시원한 물줄기가 솟고 거리의 음악회가 열리는 잔디광장 앞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시청 콘서트 현장음) 아이가 꽃과 분수를 좋아해요 나이는 4살이고 이름은 백지우예요.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에 어른들의 표정도 밝습니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즐겁고 뜻 깊은 기념일이 줄줄이 있는 5월, 5일은 어린이 날이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오월 셋째주 월요일은 성년의 날입니다 그리고 최근 생긴 부부의 날은 21일입니다. 남한 대학원생인 28세의 김숙현씨는 아직도 5월이 되면 어린이날의 즐거운 추억이 떠오릅니다.

김숙현: 대접받을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습니다. 학교에서도 융숭한 대접을 받고 집에 와서도 너는 어린이고 사랑받는 존재란다 이런 것을 표현해 주면서 선물도 받고요. 또 빨간 날이니까 온 가족이 놀러도 가고 사달라고 하는 것 다 사주고 먹고 싶은 것도 다 먹여 주고..

함께 있던 김씨의 친구인 최훈정씨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외할머니와 함께 보냈던 어버이날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훈정: 제가 카네이션을 두개를 준비해서 하나는 엄마 드리고 하나는 외할머니는 엄마가 달아드렸어요. 외할머니의 하얀 모시 한복위에 걸린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엄마의 모습이 되게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는 치매에 걸리셔서 잘 모르시는데 눈이 크시고 맑으신 분이어서 멍하게 쳐다봤는데 엄마는 약간은 울먹인듯했고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뭔가 복잡하지만 나중에 되게 안타깝기도 하고 ...엄마가 예전에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시기 전에 못챙겨 주신 것에 대해 미안해하는 것도 같고... 그래서 나도 엄마 젊으실 때 잘해드려야겠다고 했죠.

이렇게 많은 기념일이 몰려있다 보니 남한에서는 5월이 1년 중 외식이나 선물, 여행 등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쓰는 비용이 가장 많은 달로 조사됐습니다. 최근 한 연구조사 기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가정의 달 5월에 평균 34만원 미화로 350달러 정도를 쓰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가정의 달을 맞는 남한의 탈북자들은 생소하기만 합니다.

지난 2002년 남한에 입국한 탈북여성 김은숙씨는 처음에는 5월의 여러 기념일들이 필요할까 생각했지만 남한에 와서 살면서 맞이한 어버이날에 맛본 기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김은숙: 너무 감격했지요. 우리 딸도 이제 철이 들어서 이제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줄 아는구나 그때 엄마로서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도 느끼게 됐고요. 처음에는 어린이날, 가정의 달로 이름을 정해서 생소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딸이 하루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카드에 엄마 사랑한다면서 엄마에게 힘이 되는 카드를 써왔을 때는 이런 문화를 나도 빨리 알아서 딸에게 딸아 사랑한다 이렇게 대답을 해줌으로써 딸도 학교생활도 잘하고 신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 문화를 빨리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남북한의 명절이나 기념일은 각기 달라도 가족을 우선시하고 가정의 화목을 중시하는 한민족의 정서는 남북한 사람들에게 함께하고 있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근후 박사의 설명입니다.

이근후: 한국인이 지니고 있는 무의식적인 속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북한을 구분할 문제는 아니고 똑같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단지 다르다면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로, 남한은 민주적인 체제로 정치적인 체제 때문에 학습되어진 것이 다를 뿐이지 그 학습에 적응하는 양식도 내 생각은 가족주의 적인 것이고 해서 공통점이 있다고 봅니다.

남한의 각 지역 지방 자치단체는 물론 중앙정부인 행정자치부도 ‘행복이 넘쳐나는 가정’, ‘우정과 믿음이 묻어나는 직장’ 이라는 구호를 정해놓고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는 등 5월을 맞는 남한 사람들은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이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