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알아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이승재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RFA 기자 이승재입니다.
진행자: 지난 6일, 노동신문에 평양 화성지구 3단계 1만세대 살림집 새집들이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한국에서 ‘평양 뉴타운’으로 불리는 북한의 화성지구 건설, 마지막 4단계는 착공식 이후 50여 일 만에 골조 공사를 마쳤다고 선전 중입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 화성지구 건설의 안전성 문제부터 전격 공개된 3단계 준공 현장까지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실체를 파악해 봅니다.
이승재 기자: 조선중앙통신은 5일 “군민건설자들이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살림집 골조 공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또 “성·중앙기관 제1여단 육해운성대대의 건설자들”이 “착공식 이후 50여 일만에 맡은 살림집 골조공사를 전부 끝냈다”며 “지방공업성대대·경공업성대대 건설자들은 연일 골조공사 성과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앞서 지난달 15일에는 화성지구 3단계 1만세대 살림집 준공식이 열렸으며 고층 건물과 현대적 봉사실이라고 칭해진 각종 편의시설 사진들이 함께 보도된 바 있습니다.
새로 입주하는 할머니가 살게 될 화성지구는?
진행자: 6일 보도된 3단계 살림집 입사 사진을 보면 연세가 꽤 많아 보이는 어르신이 밝게 웃고 있었는데요. 이 분이 살게 될 화성지구 3단계, 사진으로는 곳곳이 화려해 보이는데, 이 어르신이 그런 걸 다 제대로 누리며 살 수 있는 겁니까?
이승재 기자: 일단 도시나 거리, 주거지역을 현대화하려는 북한 정권의 노력에는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화성거리 준공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이 바로 한국의 PC방처럼 보이는 300석 규모의 ‘콤퓨터 오락관’인데요. 이런 시설이 보편화되면 외부 정보 유입의 위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컴퓨터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이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내세우려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공개된 사진에는 컴퓨터 등의 집기는 보여주지 않아 의문을 갖게 했죠.
한편 화성지구엔 평양냉면집 ‘화성각’을 비롯해서 각종 먹거리도 즐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해 9월 오픈한 화성각에선 냉면, 불고기 등을 팔면서 결혼식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꽃집, 금붕어 상점 등 크고 작은 가게들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PC방 등 이번엔 화성지구에서 공개된 시설들은 실질적인 기능보다도 당국이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평양 출신의 탈북자 신용건 씨는 이런 발전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PC방은 2000년대 초에 이미 평양에서 허용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도박이라는 잘못된 용도로 엇나가기도 하고 개인 통제가 어려워서 정보센터에서 도서관 중심으로 목적을 변경해 운영한 적이 있었다”며 “앞으로 이곳이 어떻게 운영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하나 큰 문제는 기본적인 전기나 수도 공급이 제대로 될 것인가 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화려한 고층 건물이나 각종 편의시설도 무용지물에 불과하겠죠. 노동신문 사진 속 새로 입주한다며 밝게 웃고 계신 어르신도 전기가 잘 안 들어오는 아파트 고층에 살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완공의 의미 다른 북한, 사람 살려면 10년 더 걸려
진행자: 그렇군요. 지금까지 보도된 사진으로 보기에 화려한 북한의 화성지구를 본 한국 인터넷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승재 기자: 많은 댓글에 컴퓨터 오락관 사진에 컴퓨터가 한 대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이것도 얼마 못 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정적 의견도 많았고요. 앞서 저희 RFA에서 미래과학자거리의 은하아파트 붕괴 위험을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한국과 전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이 됐는데요. 그래서인지,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분석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시민들의 의견에는 화성거리의 준공을 축하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특히 화성거리는 평양만이 누리는 굉장한 혜택인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자기들만의 축제’라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한국 인터넷 이용자들의 평가가 날카롭네요. 어쨌든 김정은 총비서가 역점을 두고 있는 화성지구 건설 사업이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마지막 4단계 1만 세대 건설도 올해 안에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까?
이승재 기자: 겉으로 보기엔 순조로운 마무리를 선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제난과 대북 제재 속에 건설자재도 부족한 가운데 주택을 찍어내기 위한 속도전에만 집중해서 부실공사가 우려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평양 출신 신용건 씨는 “완공이라고 해서 끝이 아니다. 북한에서 완공이라 함은 골조 공사가 끝난 것을 의미할 뿐이고, 북한에서 아파트 내부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상태까지 공사를 마치려면 평균 10년이 걸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는데요. 신용건 씨는 “2010년대 이후로 북한의 새 아파트는 인터넷 망을 다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정보화 사회를 결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 정권도 잘 알고 있다. 다만 평양의 새 아파트는 그저 보여주기식 건설일 뿐이므로 누가 그 혜택을, 언제 누릴 수 있을지 그것은 아직 요원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지금 북한은] 하루에 한 층씩 올라가는 평양식 아파트 건설법?

서해 표류 북한 주민, 북한 당국이 외면하는 이유
진행자: 네. 마무리까지 잘 지켜보겠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은요, 이 시간에 벌써 두 번이나 전해드린 소식입니다만, 북한 당국의 계속된 무반응으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일이 있죠. 지난 3월 서해에 표류하다 한국 군에 구조된 뒤 집에 가고 싶어도 못 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사정 들어볼까요?
이승재 기자: 네. 지난 3월 소형목선을 타고 표류하다가 한국에 온, 30대 북한 남성 2명이 벌써 60일 넘게 체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유엔사를 통해 북한에 송환의사를 알렸지만 북한이 아직까지도 회신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자국민 송환문제에 소극적인 이유는 북한이 남북관계에 적용한 ‘적대적 두 국가’ 기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도 접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일찌감치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주민 2명은 한국 정부 보호시설에서도 그저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자본주의 선전물을 보지 않겠다며 TV도 거부하고, 남조선 물로는 씻지도 않겠다며 목욕도 잘 안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진행자: 두 달이 넘도록 북한 당국이 자국 국민을 방치하고 있는 셈인데요. 과거 비슷한 사례를 볼 때 북한 주민을 송환하는데 이렇게까지 오래 걸린 적이 있었나요?
이승재 기자: 아닙니다. 역대 최장 기간입니다.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보면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주민의 귀환 소요 시간은 평균 6일이고,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40시간 만에 송환된 적도 있었습니다. 이번처럼 남북 대화 채널이 막힌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는데요. 한국 정부는 지난 2017년 5월 북한 선원 6명의 송환을 위해 북측과 접촉했으나 북측은 답변이 없었습니다. 결국 한국 정부는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 소형 확성기로 북측에 송환 계획을 통보한 뒤에, 수리를 마친 북측 선박에 선원들을 태워 해상으로 보냈습니다.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판문점을 통해 남북 육로를 다시 여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전 주민과 군대에 남한과의 단절 조치를 강도 높게 선전했는데 이 시점에서 남북 접촉을 갖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북한 내부에서 제기됐을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일각에선 북한이 남한의 6.3 대선 이후에 주민 송환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남 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린다는 거죠. 북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북한은 주민 송환 효과가 가장 극대화될 전략적인 순간을 노리고 있을 것”이라며,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곧바로 주민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기 위한 한국 정부의 파격적인 대북 제안이 있고 난 뒤에야 송환을 진행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서해 표류 북한 주민 줄담배만?
진행자: 대선까지 아직 한달 정도가 더 남았는데, 북한 주민들의 속은 더 타들어가겠네요. 한국 정부도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남은 방법은 없는 겁니까?
이승재 기자: 가능하면 육로로 송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타고 온 배가 낡아서 수리 후에도 이들이 해상에서 또 표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 정부는 그간 이들에 대한 송환 절차를 진행하려고 각종 방법을 검토해 왔는데요. 결국 최후 방안으로 언론을 통해 일정과 장소를 북한에 알린 뒤 육로로 송환을 실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출신 탈북자 신용건 씨는 “북한 당국에겐 2명의 선원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정말 조국의 아들이라 생각했다면 어떻게든 데려가려 했을 것이고 오히려 정치 쟁점화해서 분란을 일으켰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장기간 이대로 내버려둘 것”이라면서 “그 북한 주민들만 불쌍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2명의 북한 주민은 귀순이 늦어지자 줄담배만 피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