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계엄령 사태, 북한에는 뜻밖의 기회”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12.05
“한국 계엄령 사태, 북한에는 뜻밖의 기회” 12월 4일 새벽 대한민국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계엄해제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 극단적 도발 안 하겠지만, 혼란 상황 충분히 이용 가능성

 

[기자] 지난 4일 한국에서 40년 만에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국내외적으로 큰 충격을 줬는데요. 최근 한국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하게 된 배경을 무엇으로 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 헌정 질서 교란을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다음 날 새벽 재적 의원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의결했고, 이에 새벽 4시쯤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됐습니다. 아시다시피 계엄령은 한국군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그리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을 장악해야 하지만, 계엄령이 곧바로 해제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권 장악 능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비상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는 최근 한국 국회 내 혼란, 예컨대 예산 삭감이나 정부 인사의 인준 반대 등과 같은 야당의 행태를 부각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자 한 의도였다고 봅니다. 또한, 오는 12월 10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법 결의도 계엄령 선포의 배경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윤 대통령이 국민감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봅니다.

 

과거의 계엄령은 한국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시행됐지만, 이번에는 한국 국회에 국한됐습니다. 또 일반 시민들은 평온한 생활을 유지하던 상황에서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국민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보고요. 이러한 결정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참모가 부족했다는 점도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한국 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의를 발의했는데, 조만간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번 계엄령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정할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늦어도 내년 5월쯤에는 대통령 선거가 다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번 한국 정부의 계엄령 선포가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궁금합니다. 북한이 이를 한국 내 정치적 불안으로 해석하고 도발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을 듯한데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12월 4일 밤까지 한국에서 벌어진 계엄 사태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조차 이번 계엄령 선포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 이번 계엄령 사태는 일종의 기회가 될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북한에 기회이자 행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북한은 남북 군사분계선 인근에 배치된 700여 개의 자주포 중 약 200개를 러시아로 이동시켰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은 한국에 대한 방위력이 다소 약화했다는 내부적인 우려를 하고 있을 텐데요,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해 한국이 북한에 대한 강경한 군사적 압박을 가할 여유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를 북한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북한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던 만큼 현재로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조만간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사퇴를 요구하는 발언을 조심스럽게 내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김일성 주석은 한국의 혼란을 기회로 활용하지 못한 점을 후회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를 참고할 때, 북한이 계엄 사태로 인한 한국 내 혼란을 이용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물론, 한국 사회가 북한의 위협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갑작스럽게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거나 군사력을 행사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대신 북한은 비군사적 수단을 활용해 한국의 혼란을 가중하는 소위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회연결망을 이용해 허위 정보를 유포하거나 한국 사회와 정치계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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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한국 울산광역시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비상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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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번 계엄령 사태가 한미일 3국 협력 관계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또 일본에서는 어떤 반응인지도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미국이나 일본 측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이번 계엄령 사태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미일 3국 간 신뢰 관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한국 간에 예정됐던 정례 핵 협의가 연기됐고, 스웨덴 총리의 한국 방문도 취소됐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한국 내부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한국 외교부는 외교 공관에 '상황 관리를 위한 긴급 대응 업무를 수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처럼 계엄령 사태가 한국 정부의 외교 역량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앞으로 야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사임을 요구하거나 국회에서 탄핵 절차를 진행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더욱 어려운 입지에 처할 것으로 보이며, 이른바 '레임덕'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윤 대통령이 탄핵당한다면, 이후 정권은 한미일 협력에 신중한 진보 성향의 정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내년 1월, 미국에서는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미동맹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일본과 한국은 내년에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합니다. 이를 계기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내년 1월 초 한국을 방문해 한일 관계 강화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계엄령 사태로 일본 측에서는 재검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 관계 개선을 주요 외교적 성과로 내세워 왔는데, 이번 사태가 이러한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요. 한미일 관계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우크라이나에 무기 추가 지원 가능성 사라져

 

[기자] 한국의 계엄령 선포가 국제 정세, 특히 북한이 개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윤석열 정부는 앞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기 위해 단계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중 하나로, 한국산 자주포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이번 계엄령 사태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 추진 속도는 급격히 둔화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것도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한국은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 등 국제적 사안에 대응할 여유가 점점 줄어들고,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사 장비를 추가로 지원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고 봅니다. 이러한 상황은 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이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으로 보이며,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안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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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성이 지난달 29일 평양에 도착한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환영하는 연회를 마련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기자] 마지막으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환대에 나섰고, 북러 국방장관 회담이 열려 군사 협력에 대한 논의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회담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말씀하신 대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11월 29일 평양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강력히 비판했고,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을 "정당한 방어 조치"라고 지지하면서 북러 간 긴밀한 협력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베로소프 장관은 내년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 80주년 군사 열병식'에 북한군의 참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북한군 병사를 러시아로 파병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는데, 이는 북한 내부의 반발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에 한반도 유사시 군사적 개입을 요청하거나, 핵미사일 기술의 지원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러시아는 북한에 병력이나 무기 지원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회담 이후 베로소프 장관과 함께 만찬과 예술 공연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북러 간의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베로소프 장관이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는 보도를 접했는데, 이는 북한이 가장 원했던 결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러시아가 북한과의 동맹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면, 이는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김 총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으며,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입에서도 '동맹'이라는 표현이 나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겁니다. 이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더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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