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김정은 정권 경제개혁 3년 해부] (1) 농가 소득 증대 조치-포전담당제 실상

워싱턴-정영 기자, 조수민 인턴기자 jungy@rfa.org
20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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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vate_field_b 북한 황해북도 서흥군에 사는 100살 장수인 리봉녀 할머니가 텃밭에서 배추를 가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새로운 경제관리체계인 6.28 조치가 발표된 지 3년을 맞습니다. 이와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에서 경제개혁이 어떻게 실시되고 있는지를 3차례에 걸쳐 특집으로 방송해 드립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농가 소득증대 조치- 포전담당제 실상”편을 보내드립니다.

보도에 정영기자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북한 권력을 장악한 뒤, ‘경제 살리기’ 개혁조치를 발표했습니다. 2012년 6월 28일 발표된 것으로 알려진 ‘6.28조치’는 농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농업개혁도 포함했습니다.

기존의 분조관리제 틀 안에서3~5명의 농민들이 가족단위로 농사를 짓게 한 다음 생산된 곡물을 국가와 일정 비율로 나누는 식으로 농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게 6.28조치의 주요 구성부분입니다.

북한에서 포전담당제도가 전면 실시된 지난해 2월 김정은 제1비서는 평양에서 열린 전국 분조장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다음과 같은 정책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 TV 녹취: 분조에서 생산한 알곡 가운데서 국가가 정한 일정한 몫을 제외한 나머지는 농장원(농민)들에게 그들이 번 노력 일에 따라 현물을 기본으로 하여 분배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서한에서 과거 협동농장에서 실시하던 “분배에서 평균주의는 사회주의 분배원칙과 인연이 없으며, 농장원들의 생산의욕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했습니다. 사회주의 균등 분배원칙의 맹점에 일침을 가한 겁니다.

이에 따라 2002년 7.1경제관리조치이후 잠시 시범 도입되다가 사라졌던 포전담당제가 김정은 정권 들어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 영농법은 중국이 개혁개방 초기에 도입한 가족책임영농제와 비슷했지만, 생산합작사를 해체한 중국과 달리 북한은 협동농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이 다릅니다.

하지만, 북한의 포전담당제는 이윤 배분에 있어서도 중국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국경을 통해 연락이 된 평안북도의 한 농업부문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포전담당제를 실시한 면적은 전체 경작지의 약 15%에 해당되었다”면서 “이 마저도 협동농장들이 농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농장에서는 논을 포전담당제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강냉이와 콩을 심을 수 있는 일부 경작지만 농장원들에게 나누어주었다”며, “농장원들은 기본 노동시간에는 협동농장 포전에서 일하고, 여가 시간을 이용해 포전담당제 토지를 가꾸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한 것만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에 농민들은 비료를 많이 투하하고, 밤낮으로 열심히 가꿔 포전담당제 땅에서 적지 않은 수확을 거두어 효과가 있었음을 그는 시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평안북도 한 지방 농가의 실례를 들면서 “4식구가 딸린 한 가족은 포전담당제로 3천평을 부여 받아 농사를 지어 국가에 수매곡을 들여놓고도 옥수수3.5톤을 수확했다”면서 “협동농장 분배 몫까지 합쳐 식량 4톤을 장만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일부 농장에서는 이윤 배분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농민들의 불만을 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닿은 평안남도 벌방 지방의 한 주민은 “국가에서 이윤배분 기준을 애매하게 정했다”면서 “농민들에게 처음에 개인과 국가가 6대4로 나눈다고 말했을 뿐, 공식 문서로 채택된 것은 아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우리 지방에서는 농민 1인당 1천평 기준으로 토지를 나누어주었다”면서 “그러다가 가을에 농장에 할당된 군량미를 충당하기 위해 개인에게 30%를 주고, 국가에 70%를 수매하도록 조치해 농민들의 불만이 거셌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농민들의 화를 돋군 것은 “포전담당제를 각 협동농장 실정에 맞게 도입하라”는 중앙의 지시였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각 농장들에서는 군량미 계획량을 맞추느라 이윤 분배를 제각각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군량미를 무조건 보장하라”는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내세우고 군인들이 농장에 압력을 넣어 농장 측이 분배 약속을 깼다는 겁니다.

북한이 협동농장을 폐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소식통은 “협동농장을 폐쇄하면 군량미와 평양시민에게 공급할 식량을 어떻게 생산 하겠는가”고 반문하면서, “협동농장이 없어지면 경영위원회와 협동농장 관리일꾼들도 밥줄이 끊어지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남한의 탈북자 지식인 단체인 NK 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포전담당제 실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흥광 대표: 농민들이 자기가 맡고 있는 포전에 아침 저녁으로, 잠자리까지 옮겨가면서 지키지 않으면 남을 게 없다. 북한 농민들이 한결같이 이야기 하는 것은 다른 제도적 책임이 따라서야 한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북한에서 포전담당제가 효과를 발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등소평처럼 생산합작사를 해체하고 곡물 선정과 비료의 투입 등 농민들에게 자율권을 더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북한의 식량 상황이 어둡게 전망되면서 포전담당제가 제대로 집행될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황해도의 곡창지대를 적시던 서흥호를 비롯한 북한 전역의 저수지 바닥이 드러나는 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5월 12일 사설에서 “농사는 사회주의수호전의 전초선을 지키는 가장 치렬한 계급투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신문은 극심한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논 면적의 60%이상을 마른 논 상태에서 모내기를 하게 된다고 시인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0년만에 왕가뭄이 들이닥친 데 이어, 올해도 또다시 극심한 가뭄이 북한 전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KBS 녹취: (북한 농민 인터뷰) 3, 4, 5월에 비가 거의 나 오지 않았기 때문에…. 비가 와도 2미리 3미리 이렇게 조금 오고……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는 올해 가뭄으로 인해 북한이 식량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올해 농사 작황이 좋지 않아 군량미와 수도미가 턱없이 부족할 경우, 북한 당국이 개인들이 가꾸는 포전담당제나 텃밭으로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학교 교수의 말입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그들은 농민들에게 약속한 대로 식량을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농민들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간부들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면 좋다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 간부들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정권 안정을 위해 사회주의 집단경리 방식인 협동농장 틀을 깨지 않고 그 안에서 눈가림식으로 실시한 포전담당제가 ‘반쪽 짜리 개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편, 남한의 북한 농업분야 전문가인 권태진 박사는 김정은 정권이 실시한 포전담당제가 미흡하지만, 대규모 기아를 막는 데는 다행스런 시도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권태진 박사: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만일 금년 작황이 아주 나쁘다고 하면 올해 분배량을 못 줄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지 섣불리 예상하기는 때가 이르다고 생각됩니다.

권 박사는 북한에서 올해 가물 피해를 집중적으로 받은 2모작 작물이 전체 곡물의 10%에 달하기 때문에 북한의 농사작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1편 “농민 소득 증대 조치-포전담당제 실상”을 보내드렸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제2편 “실패한 국영기업 독립채산제”편을 보내드립니다. 여러분의 많은 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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