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학교 “탈북 어린이에 한국어 가르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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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한민족학교’가 지난 토요일 서울 양천구 신월3동에서 입교식을 가졌습니다. 자신도 탈북자인 최옥 교장은 “중국에 오래 머물러서 한국말이 서툰 탈북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민족학교의 입교식 현장을 박성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여자 어린이: 바쁘신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어주신 선생님들을 위하여 저희들이 준비한 간단한 공연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한민족학교 입교식에 참석한 손님들을 위해 “간단한 공연을 하겠다”며 지금 말을 하고 있는 이 어린이는 올해 나이가 아홉 살입니다. 중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 들어온 지 이제 석 달 정도가 됐습니다.

이 어린이가 학교에 처음 왔을 땐 중국말밖에 할 줄 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학교에 다닌 지 두 달째인 지금은 한국어 구사 실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여자 어린이: 마감으로 ‘시냇물아 졸졸졸’을 불러 드리겠습니다.

이 학교에는 현재 7세에서 19세 사이의 탈북 청소년 20명가량이 함께 먹고 자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중 절반이 초등학교 반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들 중 다시 절반이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 한국말을 거의 할 줄 몰랐다고 교사들은 말합니다. 지금도 일상적인 대화에 통역이 필요한 학생도 있습니다.

기자: 이 학교에 언제부터 다녔어요?

여자 어린이: 몰라요. (웃음)

학교 관계자: 통역을 해 줘야돼요.

한국말보다 중국말이 더 익숙한 탈북 어린이들을 위해 이 학교는 탈북 교사를 채용했습니다. 교사 5명 중 4명이 북한에서 교직에 몸담았던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10년간 수학 교사로 일했던 최옥 교장도 1999년 탈북해 중국에서 머물다가 2004년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최옥: 우리 학교의 특징이 뭐냐면, 탈북하신 선생님들이 중국에서 중국어를 배웠어요. 그러니까 (학생들에게) 그 중국어로 뜻을 풀이해 주면서 가르치거든요. 그 장점을 보고 우리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맡기고 있는 거죠.

학생들은 한국말에는 서툴지만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한국말로 표현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기자: 여기 선생님들 좋아요?

여자 어린이2: 네.

기자: 왜 좋아요?

여자 어린이2: 우리에게 한글을 배워주고, 좀, 좀, 어떻게 말하지, 같이 공부하고, 같이 재밌게 지내고, 같이 놀고 그래요.

이 학교가 위치한 양천구가 자신의 지역구인 한나라당의 김용태 의원은 “탈북 여성이 중국에 숨어 살면서 낳은 아이는 한국어가 서툴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도 언어 적응 문제가 시급하다고 들었다”면서, 자신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입교식에 참석한 김용태 의원입니다.

김용태: 신월동의 이 대안학교가 꼭 성공해서 다른 지역으로 널리 퍼저 나가서, 이것이 하나의 성공 모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민족학교는 “탈북 어린이들을 남한 사회의 인재로 키워내겠다”며 최옥 교장이 지난 2008년 5월 서울 양천구 신월 6동의 어느 아파트를 빌려 개교했습니다.

하지만 집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재정 사정이 나빠져 학교 운영을 중단해야 할 지경에 처했고,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한국공항공사’와 진단시약 제조업체인 ‘신진메딕스’의 도움으로 신월 3동에 위치한 건물에 지난 토요일 새로 입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학교는 내년 1월 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하고 같은 해 연말까지 학생 숫자를 50명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