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신년사] 올해의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농업을 주 타격 방향으로 확고히 틀어쥐고, 농사에 모 든 힘을 총집중하여야 합니다. 또 경제 사업에 대한 지도와 관리를 결정적으로 개선하여야 합니다.
2014년 새해를 맞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발표한 신년사의 일부입니다. 올해 북한의 신년사는 절반가량을 경제와 건설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고, 특히 핵심 방향으로 농업을 강조한 것이 특징인데요, 신년사에서 언급한 주요 단어에서도 건설이 38회, 경제가 15회 등 북한은 경제와 건설을 2년째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이 새로운 경제 정책들을 시행했다면 올해는 이의 확대를 통한 경제적 안정에 치중하려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요, RFA 신년특별기획 <2014, 미리 보는 북한 경제>, 이 시간에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2014년 북한 경제를 전망해 보겠습니다.
<2013년 경제, 전반적으로 '실패'>
- 노동자 파견, 가내 수출업 등은 성과 보여
- 농장, 공장, 광산 등 개혁은 기능 발휘 못 해
- 일 년 내내 각종 통제와 단속으로 장사는 '위축'
- 장마당 쌀값 안정됐어도 생활 크게 나아지지 않아
이시마루 대표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Ishimaru Jiro] 네,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네, 이시마루 대표님. 지난 일 년 동안 RFA 방송을 통해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와 북한 내부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해주셨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대표님과 함께 북한의 경제를 짚어보고 싶습니다. 특히 북한은 2013년에 경제 분야에서 많은 변화를 꾀하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분조관리제'를 포함한 '6.28 경제개선조치'를 시행하려 했고, 한편으로는 2호미를 풀면서 장마당의 쌀값이 오랫동안 안정세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일단 대표님께서는 2013년의 북한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Ishimaru Jiro] 네. 북한 당국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대외 경제활동을 하려 한 것은 사실이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많이 제한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일단 성과로 볼 수 있는 부문은 중국에 대한 대외활동입니다. 예를 들어 노동자 파견은 많이 활발해졌습니다. 중국 길림성 연변을 비롯해 소규모 식당과 호텔, 그리고 또 단동과 심양의 공장 등 외화벌이 수단으로서 이전보다 노동자 파견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또 투자를 받아 기계를 도입하고 가공해서 수출하는 이른바 가공수출업이 일부에서 활발하게 진행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옷이죠. 그런 면에서는 북한의 대외 외화벌이 사업에 성과가 있었고 이는 초보적이지만 개방 정책에 관한 성과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북한 내부의 큰 공장이나 광산, 농장 개혁 등은 통일적이고 일관성 있게 개혁 조치가 진행된 것 같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농업 부문을 보면 '분조도급제'를 도입한다는 말이 있지 않았습니까? 기본적으로 국가가 정한 생산량만 나라에 바치고, 나머지는 생산자인 농민이 가질 수 있다는 말인데, 지난 가을 수확 이후의 조치를 보면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역과 농장, 품목마다 차이가 있어요. 따라서 농업 부문에서는 중앙에서 결정한 '분조도급제'와 같은 새로운 조치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것 같습니다.
- 네.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의 북한 전문가인 '찰스 암스트롱 교수'도 지난해 북한의 경제개혁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거든요? 한 번 들어볼까요?
[Charles Armstrong] 문제의 핵심은 (정치적으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정치, 경제 체제가 변할 줄 모른다는 점입니다. 아마 현 지도자인 김정은도 경제개혁을 하고 싶었고, 지금도 그러고 싶은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작 잘 모르는 것은 '경제개혁과 관련해 북한을 어떤 식으로 끌고 가고 싶어하느냐?'라는 점인데요, 아직 그에 관한 구체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현재까지 그는 선친의 노선을 답습하고 있다고 봅니다.
- 네. 조금 전 언급했습니다만 북한이 여러 정책을 시도한 가운데 주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장마당의 쌀값은 꾸준히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2013년, 북한 주민의 생활에서 먹고 사는 문제는 좀 나아졌다고 보십니까?
[Ishimaru Jiro] 먹고 사는 문제는 식량 문제와 일반 생활 문제를 구별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또 식량 문제는 다시 도시와 농촌을 구분해야 하죠. 도시 주민은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니까 시장에서 현금으로 (식량을) 구매하지 않습니까? 도시 주민의 입장에서는 현금 수입이 많아지면 생활이 나아지는 거죠. 그것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는) 장사가 잘 안됐어요. 2013년은 여러 통제가 많았습니다. 상반기는 핵 전쟁한다는 전쟁소동, 5월 이후에는 김정은 유일지도체계를 만들기 위한 여러 사회적 변화, 그리고 마지막에는 장성택의 처형 사건 등으로 통제가 매우 심해져서 전국적으로 장사가 잘 안됐습니다. 그래서 현금수입이 줄었고, 먹고 사는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또 북한이 2호 창고, 즉 전시 비축미를 풀어서 배급을 줬다고 하는데, 이건 사실이에요. 평양 시민은 100% 가까이 받았다고 볼 수 있고요, 지방 도시의 주민들도 20%~60%까지 식량 배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당연히 부족한 품목을 구매해야 하는데 장사가 잘 안되면서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따라서 식량 배급이 있었다 해도 생활이 나아졌다는 판단을 할 수 없을 겁니다.
- 결국, 2013년에 북한 당국이 여러 노력을 시도했지만 정작 북한 주민의 생활은 나아진 것이 없다는 말씀이군요.
[Ishimaru Jiro] 사실 김정은 시대가 2년이 넘어가면서 북한 내부협조자에게 '지금까지 어떻게 평가하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내부협조자들은 한결같이 "좋아진 것은 없다, 이전보다 더하다,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장사에 많은 지장이 생겼기 때문에 나온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추가로 말씀드리면, 그런 가운데 일부 외화벌이 사업에 관계된 사람들, 그리고 주변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사람 중에는 생활이 나아진 사람도 있습니다.
<2014년 경제, 여전히 '안갯속'>
- 농민은 군량미 징수로 벌써 보릿고개 걱정
- 농업개혁, 지역 차 많고 일관성 없어 불확실
- 주민 단속으로 장마당 활동 여전히 위축
- 도시 주민은 장마당 활동 보장 여부가 '핵심'
- 장성택 숙청 후유증, 2014년 북한 경제의 변수
네, 이제 2014년에 관해 이야기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북한 경제를 미리 내다보는 것은 무리가 있겠습니다만, 올해 신년사에서도 밝혔듯이 북한에서도 나름 식량 증산 정책을 펼치려 노력하고 있고, 먹고 사는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4년도의 북한 경제,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요?
[Ishimaru Jiro] 네. 이것도 도시 주민과 농민을 나눠서 생각해 봅시다. 농민의 경우는 벌써 2014년을 예측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바로 '지난가을의 수확이 어떻게 됐는가?' 인데요. 전체적으로 보면 2013년의 농사는 지역 차가 있지만 비교적 잘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시아프레스'가 접한 함경북도와 양강도 중심의 정보에 따르면, 수확은 잘 됐어도 군량미 징수에 따라 전년도의 두 배, 또는 세 배가 넘는 군량미를 가져가 버렸다는 거죠. 그래서 벌써 2014년의 봄, 즉 3월 이후의 먹을 것을 걱정하는 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그리고 도시 주민은 첫째도 둘째도 '장사가 잘 됐느냐?' 의 문제입니다. 기업소에서는 월급과 배급만 받고는 생활이 개선되지 않는데요, 결과적으로 2014년 도시 주민의 생활은 배급을 주느냐?, 안 주느냐? 가 아니라 역시 '정부가 경제활동, 즉 시장 활동을 얼마만큼 허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 한 가지 더 질문을 드리면 북한 당국이 2014년에 농업을 강조했습니다. 또 농업정책에 있어 개혁 드라이브를 주려는 느낌도 있거든요. 농업정책의 개혁이나 합영 기업에 대한 정책에도 발전이나 변화가 있을까요?
[Ishimaru Jiro] 저도 지난해 농업분야의 변화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가을 수확 이후 겨울이 되면서 여러 인터뷰와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분배가 많아지고, 생활이 나아졌다는 낙관적인 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북한 당국이 결정한 새로운 농업개혁 조치가 제대로 집행된 것 같지도 않습니다. 너무 지역 차이가 크고, 일관성도 없는 데다, 또 당국의 입장에서는 군량미나 평양 시민에 대한 배급 식량 확보의 우선순위가 가장 높거든요. 모자라는 부분은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수입하면 되는데, 외화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국내 농장, 국내 농민에게 강탈하는 식으로 징수하는 것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습니다.
- 지난해 북한 당국이 여러 경제개혁 조치를 시행했지만, 2014년에도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 같은데요, 특히 김정은 제1비서가 올해 신년사에서도 특별히 농업부문을 강조하고, 경제 사업에 대한 지도와 관리를 결정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여기서 북한 주민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문성휘 기자를 통해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문성휘] 그럼에도 2014년 농사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의 시선을 불안하기만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해 북한이 '농업개혁'을 주도하면서 농민들과 약속했던 식량 현물분배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건데요, 아직 협동농장 주민에게 식량 분배를 보장하지 못하면서 '농업개혁'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잃었고요, 북한이 농업개혁을 확대한다 해도 농민들의 사기가 꺾인 이상 농사가 잘되길 바라는 건 어리석을 생각이란 말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Ishimaru Jiro] 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지난해 '장성택 숙청 사건의 영향이 얼마나 클까?'에 관해서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장성택이 북한이 경제 분야에서 상당히 큰 힘을 갖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대상이 중국이고, 그 중국과 경제 관계는 장성택 중심으로 운영됐습니다. 따라서 장성택 숙청 사건이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앞으로 관련자들의 교체가 있을 수 있고, 중국의 반응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인데요. 2014년의 대외무역이나 외화벌이 등은 장성택의 숙청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 네. 말씀하신 대로 장성택의 숙청이라는 변수가 2014년도 북한 경제를 어떻게 내다봐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을 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4년 경제 전망은 여기서 마무리 짓도록 하고요, 2014년 사회 전망은 다음 <라디오세상> 시간에서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Ishimaru Jiro] 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북한은 지난달 28일,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고 농업생산 증대를 통한 식량문제 해결을 강조했습니다.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한 건데요, 올해 북한의 신년사에서 경제 부문, 특히 농업을 강조한 것과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력 강화에 치중한 나머지 경제개혁이 부족하고 2014년도에도 개방에 관한 의지는 여전히 엿볼 수 없는 가운데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 주민에 대한 단속과 통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장마당 활동과 북한 주민의 이동 등도 제한을 받을 전망인데요, 올해 북한 경제는 여전히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을 걷는 듯합니다.
이미 신뢰를 잃은 북한의 경제 개혁과 '장성택 숙청'이란 변수 이후 방향을 잃은 북한의 경제 정책, 여기에 강제 징수와 장마당 활동의 제한 등으로 나아진 것이 없는 북한 주민의 생활과 올해도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는 환경 등은 2014년 북한 경제의 전망을 암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