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선전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의 모습에는 웅장함과 화려함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북한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분 영상, 북한을 보다'시간에서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꼬집어봅니다.
- 차량은 물론 사람의 이동을 통제하는 초소
- 북한 주민의 이동을 가장 엄격하게 통제하는 곳
- 검문소 통과하는 주민, 일렬로 줄 서서 검사
- 이동하면서 몇 차례나 '10호 초소' 통과해야
- 북 주민, 검사 기다리며 불만 토로하기도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011년 1월에 촬영한 평안남도 성천군입니다.
성천군인민보안서의 교통초소 앞에 차량과 사람들이 서 있고 보안원들이 주민의 이동 상황을 검사하는데요, 동영상 내용을 바탕으로 위성사진을 분석해 보니 다른 도시에서 성천군으로 들어가는 차량을 단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안원이 "이 차는 어디로 가느냐?"며 다그치는데요.
[보안원] 이 차 어디 가니?
단속 과정에서 북한 주민의 불평 소리도 들립니다.
이처럼 교통 초소는 시내 곳곳에서 교통질서와 이동 통제를 담당하는데요, 북한은 주민의 이동에 대한 통제가 심하고 이를 관할하는 초소도 많은 데다 세관이나 군대가 관리하는 초소도 있습니다.
2013년 8월에 촬영한 지방도시.
동영상에서 저 멀리 '10호 초소'가 보입니다.
북한 주민을 가득 태운 트럭 한 대가 멈춰 서는데요,
[기자] 어유, 사람이 굉장히 많구나. 검열소를 검열해야 나가지. 이 시끄럽단 말이지.
트럭에 탔던 북한 주민이 검열을 받기 위해 하나둘씩 모두 내립니다.
'10호 초소'는 시와 도의 경계마다 설치된 보위부 산하 검문소로 북한 주민의 이동을 가장 심하게 통제하는 곳인데요,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초소를 통과하는 모든 차량과 사람은 통행증을 제시해야 하며 특히 사람이 많이 탄 '써비차'에서도 모두 내려 한 사람씩 검열을 받아야 합니다. '10호 초소'는 북한 주민을 불편하게 하는 '정치 검문소'와 같은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10호 초소'는 한마디로 보위부가 담당하는 정치검문입니다. 물론 교통과 이동을 통제하는 교통 초소인데, 교통보안서가 담당하는 초소는 따로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차량이나 면허, 싣고 있는 짐 등 교통과 관련한 것을 담당하지만, '10호 초소'는 사람의 이동 자체를 통제하는 거예요. 다 아시겠지만, 북한은 이동의 자유가 없어 다른 도나 시, 평양 등을 가려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증명서 없이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열차도 못 타고, 다른 시에 갈 수도 없는데요, 이것을 검사하는 곳이 '10호 초소'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인민통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사람에 대한 이동통제잖아요. 그만큼 10호 초소는 인민통제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치검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실제로 탈북자의 말에 따르면 북한의 '10호 초소'는 평양시로 들어가는 모든 길목에 배치돼 있으며 보행자는 물론 운송수단까지 100% 검열합니다.
또 김 씨 일가의 신변 안전과 보안을 위해 전국에 걸쳐 김 씨 일가에 관련한 장소에 가려면 '10호 초소'를 통과해야 하는데요, 이 때문에 '10호 초소'는 국가보위부가 직접 관할하고 있습니다. 동영상을 계속 살펴보면 촬영자는 차량을 타고 계속 이동 중입니다. 이번에는 촬영자가 직접 '10호 초소'를 통과해보기로 했는데요,
곧 차량이 멈추고, 사람들이 검열을 위해 초소 앞으로 걸어갑니다. 보위부 소속 경비대가 통행을 검사하는데요, 또 다른 곳의 10호 초소도 절차는 마찬가지입니다.
한 사람씩 줄을 서서 통행증을 보여주고 검문소를 통과하는데요, 검열 과정에서 통행증이 없거나 문제가 되는 소지품을 지닌 주민은 그 자리에서 구속 조사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또 군인도 예외일 수 없고, 검사를 마친 주민은 모든 사람과 차량이 통과될 때까지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요, 기다리는 동안 불평을 쏟아내는 북한 주민의 속마음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Ishimaru Jiro] 많은 사람이 아는 사실이지만, 북한은 뇌물 사회입니다. 돈만 있으면 통과하지 못하는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10호 초소'는 여러 규제와 통제 아래 뇌물 자체가 잘 허용되지 않는 엄격한 통제장치라고 합니다. 기본 여행증명서가 없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구속하거나 원래 거주지로 보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영상을 보면서 북한 사람이 얼마나 불편할까?'도 생각했지만, '북한 방방곡곡에 이처럼 이동통제를 하는 장치가 있구나'라는 것을 상상하면서 다시 한 번 북한 독재체제의 공포, '참 무섭다'라는 것을 느꼈어요.
실제로 동영상을 보면 촬영자가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의 '10호 초소'를 통과했습니다. 북한 주민이 다른 지역을 방문할 때 얼마나 엄격하게 이동을 통제하고 단속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인데요, 통행증이 없으면 이동조차 어려운 북한 독재국가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이동에 관한 북한 당국의 단속이 과거 1980~90년대에 비하면 많이 느슨해졌다고 말합니다. 바로 시장경제의 확산 때문인데요,
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체제안정에 불안함을 느낀 당국에서는 요즘 이동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진단합니다.
[Ishimaru Jiro] 북한에서 이동통제는 1980~90년에 비해 많이 느슨해졌습니다. 이것은 시장경제의 힘이죠. 사람들이 먹고 살아야 하니까 당연히 물건을 가지고 이동해야 합니다. 이것마저 막으면 사람들이 굶어 죽을 수 있으니까 전국 방방곡곡으로 많이 이동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저의 추측이지만, 북한 당국에서는 '통제가 느슨해지면 인민통제에 문제가 생긴다', '체제를 위한 통제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체제가 등장한 이후 많이 엄격해졌어요. 증명서를 엄격하게 요구하고, 이전에는 증명서가 없는 사람은 뇌물을 주고 열차를 탈 수 있었는데, 요즘은 열차도 타기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시장경제가 북한 사회를 많이 변화시켰지만, 변화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김정은 정권에서는 오히려 통제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진 보편적 권리 중에는 '이동의 자유'가 있습니다. '국제인권장전'에서는 인권을 경제적․사회적․문화적․시민적․정치적 권리로 분류하고 시민적 권리에 '이동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유엔과 국제인권단체도 북한의 인권 유린을 거론할 때마다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것을 지적하는데요,
자신이 사는 곳에서 다른 지역을 마음대로 방문할 수 없고, 방문한다 해도 통행증이 없이는 이동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 사회, 또 통행증을 소지해도 이동 내내 검열과 단속을 반복해야 하는 북한의 현실은 오늘날 이동의 자유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재확인해주고 있습니다.
0:00 / 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