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일가의 숨겨진 진실] 북한의 평양문화어보호법

김주원∙ 탈북자 xallsl@rfa.org
2023.07.19
[김씨 일가의 숨겨진 진실] 북한의 평양문화어보호법 북한 국어책을 펼친 소학교(초등학교) 학생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북녘 동포 여러분, 법은 사람들이 지켜야 할 규칙이고 사회 구성원들이 지켜야 하는 공동생활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이 제정됨으로 국민들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며 사회는 정의롭고 안정적인 사회를 유지하게 됩니다.

 

법치국가들에서 법은 소위힘 있는 소수가 다른 사람들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는 것을 막아 모든 사람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지지만 북한에서는 모든 법이 오직 김씨 왕조의 유지와 영원한 계승만을 위해 제정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4번째 첩에 불과했던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고영희의 아들로 소위백두혈통의 정통성이 없는데다가 정보화시대에 북한에 유입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각종 법들을 제정해 북한주민들의 알 권리를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특히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40여 개의 새로운 법들을 제정했는데 이것은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호법에 이어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한 김정은의 진짜 속심은 과연 무엇일까요?

 

폐쇄적이고 폭압적인 북한에서 살다가 자유를 누리게 된 탈북민들은 김씨 왕조의 노예로 살아온 지옥같은 세월에 분노를 느끼며 북한의 형제자매들에게 외부소식들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전단을 통해 한국 소식들을 보내기도 하고 중국을 통해 한국영화와 드라마도 보내고 대북라디오를 통해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누리는 자유와 풍요에 대해 전하고 있죠. 2000년대에 들어와 CD(알판)가 확산되면서 북한주민들의 한국 영화와 드라마 시청이 쉬워졌고 2010년에 이르러 노트텔의 보급으로 한류 유입은 일상화되었습니다.

 

김씨 왕조의 권력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은 처음부터 북한의 청년들에게대를 이은 충성이라는 사상을 주입해야 했으나 이미 자유민주주의 사상으로 의식이 변하고 있는 그들에 대한 정치사상교양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 영화 속 대화에 매료된 북한 청년들은 어느새 한국말에 익숙해졌고 자기도 모르게 서울표준어를 비롯한 한국말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북한당국은 이를 통제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올해 2023 1월에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이라는 희귀한 법까지 제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도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30대 후반이었던 2003년에 처음으로 대한민국과 미국에서 송출하는 대북라디오들을 접하면서 북한의 체제선동적인 문화보다 훨씬 우월한 대한민국의 대중문화와 한국의 경제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2009년에는 목숨을 건 탈북을 했던 것입니다.

 

탈북민들이 많아지면 북한주민들의 의식변화가 더 빨라지고 김씨 왕조의 붕괴가 가속화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을 인식한 김정은은 탈북을 막기 위해 압록강과 두만강 전역을 철조망으로 둘러쳤고 국경지역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수천, 수만 개의 감시카메라들도 설치했습니다.

 

그러나 라디오 전파와 SD카드와 같은 저장매체에 의한 한국영화 및 TV 드라마 유입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지자 수십 가지의 법을 제정하여 청취자 여러분의 눈과 귀를 막아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현대판 최악의 문화탄압이라고 불리는평양문화어보호법의 반동성은 지겨운 김씨 우상화 찬양에 지친 북한주민들에게 대한민국의 발전된 문화와 생활상이 알려지는 것을 막고 한국으로 기울어진 북한주민들의 문화생활의 무게추를 되돌려보려는 살인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입니다.

 

평양문화어보호법에서 북한당국은 서울표준어를괴뢰말로 지칭하면서, 1 2조에서괴뢰말은 어휘, 문법, 억양 등이 서양화, 일본화, 한자화되어 조선어의 근본을 완전히 상실한 잡탕말로 세상에 없는 너절하고 역스러운 쓰레기말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북한에서 처음 한국 라디오를 들었을 때 서울말이 얼마나 부드럽고 알기 쉬우며 다정감이 넘치는 언어였는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지옥같은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지 14년이 되어오지만 들을수록 친근한 서울말이 너무도 정겨운 것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우월한 제도로부터 기인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하여 7년간의 대학생활, 그 이후 연구소와 중앙당 38호실에서 근무하면서 총 19년 동안 평양에서 살아왔지만 평양말보다 서울말이 더 친근하고 정감 넘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으며 매일 서울말을 듣고 말할 수 있다는 행복감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평양문화보호법 2장에는 서울말의 유포원점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검문과 전단(삐라), 적지물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바다와 강하천으로 유입되는 한국의 오물들마저 잘 처리하며 전파설비와 전자장비에 대한 감독통제를 잘하여야 한다고 규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북한처럼죽탕쳐버리자’, ‘무찌르자’, ‘각을뜨자등의 과격한 표현을 찾아볼 수 없으며 모든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면서영철님’ ‘부장님등과 같은 존댓말로 상대방에게 친절을 표시하지만 북한에서는 오직 김씨 왕조에게만 존칭수식어를 붙이는 지구상에 유일한 세뇌우상화 국가입니다.

 

평양문화어보호법 19조는공민은 혈육관계가 아닌 청춘남녀들 사이에서 《오빠》라고 부르거나 직무 뒤에 《님》을 붙여 부르는 것과 같이, 괴뢰식 부름말을 본따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소년단시절까지는 《오빠》라는 부름말을 쓸 수 있으나 청년동맹원이 된 다음부터는 《동지》,《동무》라는 부름말만을 써야 한다고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양문화보호법에는서울말처럼 간드러지며 역스럽게 말꼬리를 길게 끌어서 올리지 말아야 하며 자녀들의 이름도 괴뢰식으로 너절하게 짓거나 손전화기, 컴퓨터망에서 괴뢰말투를 본딴 가명을 금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서울표준어제거용 프로그램까지 개발한 북한당국은 이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강요하고 있으며, “서울말을 하거나 서울말투나 서체로 문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서 사형까지 처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최근 서울말을 배우려는 청년들이 많아지자 59조에는괴뢰말투를 배워주었거나 괴뢰서체로 된 인쇄물이나 편집물을 유포하면 10년 이상에서 사형까지 처한다고 규정하여 현대판 김씨 왕조 독재의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60조에는 서울말투제거용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손전화기나 컴퓨터를 사용하였거나 자녀들이 서울말을 하는 경우에는 기관기업소는 북한돈 100~150만원, 개인은 10~15만원의 벌금을 물린다고 규정하였습니다.

 

김정은은 명심해야 합니다. 아무리 권력에 눈이 어두워 영원한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말하는 자유마저 무참히 짓밟으려고 하지만 김씨 왕조 4대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금까지 탈북민 김주원이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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