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디지털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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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모바일 북한’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북한의 디지털 감시’입니다.

얼마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연구소 스팀슨센터가 ‘북한의 디지털 감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북한 사회 곳곳에 디지털 기술, 수자화된 기술이 들어가면서 북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크게 변하고 있는데, 이걸 디지털 전환이라고 부릅니다. 이 디지털 전환이 북한 당국의 주민 감시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북한에 3세대 손전화 봉사가 시작한 게 2008년 말이었으니까 벌써 15년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에 청취자 여러분들의 일상생활이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하시면 디지털 전환의 의미를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처음에는 미남자라고 부르는 막대형 손전화가 수백 달러에 팔리고 한 가정에 세대주 한 명만 손전화를 가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젊은 여성들과 학생들도 지능형 손전화를 가지고 다니는 세상이 됐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손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합니다.

망TV다매체열람기로 영화와 운동경기를 시청하고, 영화자료 봉사체계에 가입해서 전자인증을 거친 다음에 전자결제를 합니다. 전에는 그저 돈 좀 있는 사람들이 멋으로 갖고 다니던 전자결제카드를 이제는 제법 여기저기서 쓸 수 있게 된 것도 디지털 전환의 결과입니다.

스팀슨센터의 보고서는 북한 주민들이 이런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더 많이 받을수록 북한 당국이 쉽게 추적할 수 있는 흔적도 더 많이 남긴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인민반 단위까지 감시하고는 있지만 당국의 눈을 피해 먼거리를 다니고, 장사를 하고, 한국 드라마를 돌려보고, 붙잡히더라도 뇌물을 줘서 처벌을 피하는 일이 그동안 많았습니다. 당국도 이걸 알고 있었지만 이걸 일일이 단속할 능력이 안 되거나 그럴 뜻이 없어서 방치한 측면이 있었는데요, 디지털 기술이 들어오면서 주민들의 행적을 쉽게 추적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습니다.

전자결제카드를 이용하면 이용 시간과 장소가 기록에 남습니다. 전화돈을 주고받으면 누가 누구에게, 언제, 얼마를 보냈는지 기록에 남습니다. 이게 드러나는 게 싫은 사람은 다른 사람 명의의 손전화를 쓰겠지만, 그러려면 손전화를 하나 더 사야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합니다.

평양과 주요 도시들에서 인기가 있다는 공중 무선 자료 통신망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봉사소에서 손전화나 판형컴퓨터의 본인 인증을 받고 전용 유심을 사는 과정에서 누가 공중 무선 자료 통신망을 이용하려는지 드러나고, 미래망 응용 프로그램을 열면 누가 언제 어떤 자료를 검색했는지 기록에 남게 됩니다.

생체 정보를 수자화해서 주민감시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손가락 지문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기술이 발달해서 얼굴 인식까지 가능해졌습니다.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서 화면으로 주민들의 얼굴을 잡아내면 누가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번호판도 같은 원리로 중앙에서 쉽게 감시, 추적할 수 있겠죠. 김책공대에서 원격교육생들의 대리출석을 막기 위해 얼굴 인식 기술로 본인 인증을 하고, 얼굴 화상 식별을 통해 원격교육생들의 학습태도를 평가하는 것도 이런 기술의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사회 곳곳에 수자기술이 도입되면 사람들의 행위나 움직임들이 세밀하게 기록됩니다. 이걸 주민 감시와 통제에 활용하느냐 아니면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보다 나은 봉사체계를 구축하는 데 쓰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리고 감시와 통제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쓰일 가능성이 있거나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다면, 이걸 공론화해서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법적인 조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