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겨울연가, ‘욘사마’처럼 최면기억조작 가능할까?
2024.02.06
[기자]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한국 드라마 열풍의 시초가 됐던 ‘겨울연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 드라마는 2002년 1월부터 3월까지 월요일, 화요일마다 한국 방송 채널 KBS에서 방영되며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후 북미와 유럽, 일본 등에도 수출되며 한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드라마의 주요 인물로는 배용준 배우가 연기했던 강준상과 강준상으로서의 기억을 잃고 돌아온 이민형, 최지우 배우가 맡은 정유진, 박용하 배우가 맡은 김상혁, 박솔미 배우가 연기한 오채린이 등장합니다. 이민형은 강준상과 동일 인물이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은 현재와 다른 그 시대의 모습과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을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질 건데요. 오늘도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우선 ‘겨울연가’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길거리나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예를 들면, 강준상과 정유진이 학교에 늦을까 봐 뛰다가 중간에 준상이 가로등에 기대어 담배를 피운다거나 상혁이 기억을 찾은 민형에게 약혼자였던 유진을 보내준 후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 등이 있는데요. 요즘에는 겨울연가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처럼 길거리나 식당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죠?
[김헌식]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건강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죠. 식당이나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간접흡연 영향으로 여러 가지 폐질환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식이 바뀐 것뿐만 아니고 법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국 150㎡ 규모 이상의 술집이나 카페에서 담배 피우다가 적발되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되고요. 또 재떨이를 주는 등 업소를 금연 구역으로 운영하지 않을 경우 1차 위반은 170만 원, 2차 위반은 330만 원, 3차 위반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리고 길거리와 같은 시외 공간도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서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실내 금연 구역은 약 24만 개, 광장이나 공원 등의 실외 금연 구역도 1만 7천 개 이상이고 6년 전보다 3~4배 늘어난 상황입니다.
[기자] 흡연 장면이 2000년대 한국 드라마에서는 흔히 등장하다가 요즘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데요. 또 동시에 다른 플랫폼 드라마에서는 등장하는 것 같은데, 텔레비전 매체에서 흡연 장면에 관한 흐름은 어떻게 되나요?
[김헌식] 지상파 방송사 등은 방송법의 규정을 준수해야 하므로 공중파 등 TV로 방영되는 드라마에는 흡연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요.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을 보면 ‘방송은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된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보는 드라마인 OTT 같은 경우에는 방송법이 아닌 정보통신망 보호법 적용 대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 정보나 유해사이트 유통 금지를 준수하면 흡연 장면 등은 규제하지 않아도 됩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이 같은 인터넷 드라마에는 아직 흡연 장면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기자] ‘겨울연가’ 하면 떠오르는 명장면 중 하나는 민형과 함께 산장으로 도망친 유진이 ‘폴라리스’ 즉, 북극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죠.
[이민형] 오늘은 하늘에 별이 하나도 없네요. 눈이 오려나.
[정유진] 폴라리스 알아요? 폴라리스.
[이민형] 알죠, 폴라리스.
[정유진] 예전에 준상이가 가르쳐줬어요. 산에서 길을 잃으면 폴라리스를 찾으면 된대요. 계절이 바뀌면 다른 별들은 다 자리를 옮기지만, 폴라리스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거든요.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까.
[이민형] 유진 씨, 길을 잃은 것 같아요?
[정유진] 난 오늘 소중한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줬어요. 엄마, 용국이, 진숙이, 상혁이. 어쩌면 다시는 용서 못 받을지도 몰라요. 어떡하죠?
[이민형] 다른 별들은 다 자리를 옮겨도 폴라리스는 늘 그 자리에 있다고 했죠? 혹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유진 씨를 용서할 수 없대도, 이해할 수 없다며 떠난다 해도 내가 늘 그 자리에 있어주면 길 잃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나 믿어줄 수 있어요?
[기자] 이 대화 때문에 민형은 한동안 차 천장에 야광별을 붙이고 다니기도 하는데요. 이민형이 유진에게 선물한 폴라리스 목걸이는 물론 이 야광별까지 유행했습니다. 그럼 북극성을 통해 길을 찾는 법은 정확히 어떻게 되나요?
[김헌식]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별들은 다 자리를 옮기지만 북극성은 움직이지 않고 늘 북쪽 중심에 있어서 (이 별을 보고) 북쪽을 찾으면 된다는 측면에서 폴라리스 즉, 북극성을 찾으면 된다는 겁니다. 북쪽의 작은 곰 자리에서 가장 밝고 밤하늘 전체에서 50번째로 큰 별이 북극성이 되겠는데요. 이 별은 북극과 매우 가까워서 현재 북극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한 폴라리스 목걸이가 30만 개 이상 팔렸었죠. 특히 극 중 이민형이 “다른 별들은 다 자리를 옮겨도 폴라리스는 늘 그 자리에 있다고 했죠? 내가 당신의 폴라리스가 되어줄게요”라면서 유진, 그러니까 최지우에게 고백하게 되는데, 고백하면서 준 목걸이가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그래서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겠다면서 드라마에서 나온 것과 같이 조그마한 별이 4~5개 붙어 있는 북극성 목걸이를 찾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목걸이를 가짜로 만들어서 이를 단속하는 경우도 많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기자] 역시 인기가 많아지면 모조품이 꼭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럼 잠시 ‘겨울연가’ 배경음악 들으며 쉬어가겠습니다.
(겨울연가 OST)
[기자]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사실 이민형은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강준상이었는데요. 강준상이 바로 정유진의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이죠. 그런데 이민형은 드라마 후반부까지 강준상으로 살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바로 최면 치료를 이용한 기억 조작 때문인데요. 강준상의 어머니였던 강미희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 교통사고를 당했던 준상에게 거짓 기억을 심어준 겁니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도 가능한가요?
[김헌식] 강준상이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게 되고 사랑했던 여자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기억상실증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에서 반복되는 원칙이 바로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사람이 머리에 충격을 받고 기억을 찾는다든지 악한 주인공이 기억 상실로 선했던 예전 모습을 회복하는 등의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아서 가족을 못 알아보는 등 일시적으로 기억을 상실할 수 있지만 이때는 뇌 전체의 기능이 떨어져서 마치 치매와 같은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다른 뇌 기능은 멀쩡한데 자신의 과거만 기억하지 못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말하고, 글을 읽고, 돈을 내고, 버스를 타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등의 능력도 모두 기억의 산물이기 때문에 특정 기억만 없어지는 것은 상당히 드뭅니다. 거꾸로 최면 치료를 통해 기억을 조작하는 것도 사실 가능하지 않은데요. 그렇지만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기억을 조작하는 내용이 유행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에 최면 치료를 통해서 기억을 조작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만, 단순히 일시적으로 기억이 사라지는 내용은 요즘 드라마에도 간혹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자] 본인이 강준상이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하는 이민형을 보고 있으면 참 마음이 아픈데요. 어느 날 본인이 강준상이었던 것을 알아챈 이민형은 강준상으로서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유진도 함께 추억의 장소를 찾아가며 기억을 찾아주려고 노력하는데요. 이처럼 추억의 장소나 물건들을 찾아보는 게 기억상실증 환자들에게 실제로도 큰 도움이 되나요?
[김헌식] 기억의 회복 가능성은 뇌에 어디를 얼마만큼 다쳤느냐에 달려 있는데요. 다른 물리적 충격에 따라서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통한 기억 회복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가능성이 희박하고 오히려 큰 손상만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이름과 같이 영구 저장된, 오래된 기억을 잃는 것은 드문데 다만 어떤 기억상실증은 수일, 수주 내로 회복이 되는 게 보통이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강준상처럼 굉장히 오래전에 소실한 기억을 회복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추억의 물건을 통해서 기억을 찾는 것이 심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능하지만, 강준상의 상황에서는 좀 힘들지 않겠느냐는 것이 결론이 되겠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준상과 유진 다시 말해 민형과 유진의 사랑을 가로막는 난관이 하나 더 남아있었습니다. 준상의 어머니인 강미희는 준상과 유진이 배다른 남매라고 말합니다. 앞서 살펴봤던 <천국의 계단>처럼 2000년대 한국 드라마에는 이복남매 혹은 의붓남매 설정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현행법상 한국에서 결혼이 가능한 사이는 어떻게 되나요?
[김헌식] 네 1991년 1월 1일 이전에는 사돈은 법적으로 친족의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겹사돈 같은 경우가 허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민법상 혈족의 배우자의 가족은 법률적으로 친인척에 해당하지 않는 겁니다. 예를 들면 ‘가’라는 남성에게 ‘ㄱ’이라는 아들이 있고 ‘나’라는 여성에게 ‘ㄴ’이라는 딸이 있는 상태에서 ‘가’와 ‘나’ 남녀가 혼인했을 경우에 아들 ‘ㄱ’과 딸 ‘ㄴ’은 상대방의 자녀를 양자로 받지 않는 이상 남이기 때문에 결혼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부모님끼리 결혼하고, 자녀들은 자녀들끼리 결혼하는 일이 가능합니다. 소위 말하는 겹사돈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특히 의붓남매끼리 혼인은 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고요. 또 용어를 바로 잡으면 92년 이전에는 의붓형제라고 했습니다만 오늘날에는 의형제로 통합됐습니다. 의붓형제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의형제로 통합했습니다. 그런데 뜻이 맞는 사람들이 의형제를 맺은 것과 부모의 혼인으로 법적 관계를 맺은 사람들 간의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의붓형제의 순화어로서 의형제를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기자] 최근 드라마에는 의붓남매 혹은 이복남매 간에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잘 등장하지 않는 추세지만, 당시에는 비극적인 사랑이나 사랑의 장애물로 인해 슬픔에 빠지는 두 남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에 자주 소재로 등장하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겨울연가의 두 주인공 준상과 유진은 사실 이복남매는 아니었죠?
[김헌식] 그렇습니다. (아빠가 같고) 엄마가 다를 경우에 이복남매라고 하는데요. 진실은 드라마를 통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기자]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헌식]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기자]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겨울연가에 등장하는 당대 모습과 궁금증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 짚어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