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지티스트 제작사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살펴보려 합니다. 앞서 지난 시간에 언급한 대로 이병헌, 신민아, 한지민 등 주인공이 14명이나 되는 드라마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차승원과 이정은의 이야기를 살펴봤는데요. 오늘은 노윤서, 배현성, 최영준, 박지환 네 명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노윤서 배우는 지난번에 다뤘던 ‘일타 스캔들’에서 남해이 역을 맡았던 배우죠.
[ 김헌식 ] 그렇습니다. <일타 스캔들>에서 처음 노윤서 배우를 본 분도 있겠습니다만, 원래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방영주 역으로 연예계에 첫 데뷔를 했습니다. 그런데 일타 스캔들의 남해이와 우리들의 블루스의 방영주와 좀 비슷한 점이 있죠. 1등을 하는 모범생인 측면인데요. 이병헌, 신민아 등의 초호화 캐스팅 중 유일하게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배우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데뷔작부터 주목을 받게 된 것이죠. 노윤서는 '혼전임신으로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는 고등학생' 방영주 역을 맡아서 어린 나이의 임신으로 혼란스러운 등장인물의 심리를 잘 연기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기자 ] 노윤서 배우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입시를 앞둔 학생 역으로 나오는데요. 학교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입니다. 작은 촌동네에서 사는 걸 지겨워하는 윤서는 아빠와 원수지간으로 지내는 친구인 박지환의 아들, 배현성을 좋아하는데요.
[ 노윤서 ] 육지 사람들은 맨날 봐도 똑같은 이 바다가 뭐가 좋다고 구경하러들 오는지 . 서울이 재밌지 . 깡시골이 대체 뭐가 좋다고 . 무공해 ? 청정 ? 열라 지루해 . ( 침을 퉤 뱉는다 ) 다 더럽히고 싶다 .
[ 기자 ] 배현성의 극 중 이름은 정현입니다.
[ 노윤서 ] 이 촌 동네에서 지루하지 않은 건 정현 , 얘 하나다 . 스타일 구리고 개 찌질해 보여도 나랑 있을 땐 다르다 . 늘 똑같은 이 섬에서 자극을 주는 유일한 존재 . 그런데 그 자극이 너무 지나쳤나 보다 .
[ 기자 ] 둘은 아직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나누다가 결국 임신을 하게 됩니다.
[ 배현성 ] 너 나 피해 ? 피하지 말고 얘기해 .
[ 노윤서 ] 무슨 말이 듣고 싶어 ? 네가 지난주에 사다 준 임신테스트기 세 번 했는데 싹 다 두 줄 나왔다는 말 ? 임신해서 내 인생 조졌다는 말 ? 이제 병원 가서 지울 거라는 말 ? 억울해 . 딱 두 번밖에 안 했는데 . 피임도 했는데 .
[ 배성현 ] 미안해 .
[ 노윤서 ] 임신 중단 합법화 논의 중이라 아직 보험 적용 안 돼서 부르는 게 값이래 .
[ 배성현 ] 영주야 , 우리 좀 더 생각해 보자 .
[ 노윤서 ] 우리가 지금 애 가진 거 알면 전직 깡패인 너희 아빠는 너를 죽일 거고 . 우리 아빠는 차마 사랑하는 난 못 죽이고 자기가 죽을걸 ?
[ 기자 ] 최근 한국에서는 10대에 부모가 된 청소년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기도 했죠. 한국 청소년들의 임신이 최근 사회적으로 대두가 되는 문제인가요?
[ 김헌식 ] 제 개인적으로는 약간 생각이 다른데요. 예를 들면 2020년 통계청 기준으로 한 해 출산하는 10대의 숫자는 91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성관계 경험 비율도 2009년 5.1에서 2019년 5.9로 증가했는데요. 저는 (실제 사례가) 옛날보다 증가했다기보다는 사회가 개방적이게 되고 소통이 늘면서 통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이런 것들을 숨겼지만, 이제는 공론화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한 예능 프로그램인 <고딩 엄빠>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엄마, 아빠들이 직접 출연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면 주변에서 도와주기도 하고 어려운 점을 해결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10대 임신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도 짚고 편견의 시각을 걷어내는 역할까지 하는데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편견이라든지, 10대 임신과 출산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스마트학생복'이 청소년 6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청소년 출산에 대해서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63%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10대 '청소년들이 임신하고 출산했을 때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42%나 되기 때문에 옛날처럼 숨기는 게 아니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 기자 ] 청소년들이 임신하게 되면 대개 부모님께 말하기 무서워서, 친구들에게 밝히기 부끄러워서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죠. 드라마에 등장한 윤서와 현성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청소년 임신에 대해 어떤 문제점들을 보여주나요?
[ 김헌식 ] 윤서와 현성이를 모범생으로 그리지 않습니까? 이유는 모범생이고 똑똑해도 구조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 아닌가 싶어요. 병원 검사를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는 물론 임산부의 상태를 알 수가 없고, 또 어른들에게 임신을 털어놓지 못해서 온라인으로 정보를 접하다 보니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죠. 가짜 임신 중단 약을 구입하는 바람에 어려움에 처하기도 하고, 임신 중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금은방을 찾았다가 오히려 악용당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피임을 잘했어야지' 등 편견에 찬 발언도 많이 듣죠. 또 부모가 되어서도 문제가 됩니다.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부모의 54%가 인터넷을 통해서 임신과 양육 정보를 얻었고, 가족이나 주민센터를 통해서 정보를 얻는 경우는 18%밖에 없었습니다. 즉, 청소년들에게 '정보 제공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인데요. 그렇지만 방송 끝 무렵에는 노윤서가 배현성에게 "난 너만 믿고 직진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낙태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는데요. 이런 면에서 10대들의 임신에 대한 것보다는 청소년기의 사랑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내용이 우리들의 블루스의 주 줄거리가 되겠습니다.
[ 기자 ] 네, 그럼 잠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배경음악 듣고 오겠습니다.
( 우리들의 블루스 OST)
[ 기자 ] 다시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볼까요? 낙태를 결심했던 노윤서는 차차 마음이 변해갑니다. 게다가 병원 진료를 위해 찾았던 병원에서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되는데요.
[ 의사 ] 여기가 아기 머리고 여기가 팔 , 다리 . 장기들은 다 잘 만들어졌네요 . 태동도 활발하네 . 아이고 . 아기가 너무 건강해요 . 심장 소리 한번 들어볼래요 ?
[ 아기 심장 소리가 쿵쾅거린다 ]
[ 노윤서 ] 선생님 , 하지 마세요 . 아기 심장 소리 안 들을래요 . 나 무서워요 . 현아 , 나 무서워 . 아기 심장 소리 안 들을래요 . 선생님 , 제발 안 들을래요 .
[ 기자 ] 결국 노윤서와 배현성은 아이를 낳기로 합니다.
[ 노윤서 ] 연속극 주인공 말고 나 임신했다고 . 아빠 딸 임신했다고 . 애기 아빠는 인권 삼춘 ( 어른 ) 네 현이 . 현이랑 나랑은 낳기로 했어 .
[ 기자 ] 그렇지만 둘이 헤쳐 나가야 할 길은 구만리였는데요. 학교에서는 두 학생을 강제로 전학시키려 합니다.
[ 담임 ] 교장 , 교감 선생님이랑 상의해 봤는데 두 분 선생님은 너희 둘 다 전학을…
[ 배현성 ] 전 오늘부로 학교 그만둘게요 , 선생님 . 근데 영주가 학교를 전학 갈 , 그만둘 이유 없어요 . '학생은 임신 , 출산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학생 인권 조례 내용이에요 .
[ 노윤서 ] 도와주세요 , 선생님 . 저 공부 진짜 열심히 했어요 .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
[ 담임 ] 몸은 안 힘들어 ?
[ 노윤서 ] 힘들어요 .
[ 담임 ] 영주 ( 윤서 ) 한테 잘해 , 너 .
[ 기자 ] 학생인권조례에는 실제 '임신, 출산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거죠?
[ 김헌식 ] 그렇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2021년 제주를 마지막으로 총 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제정됐습니다. 학생의 존엄과 가치가 학교 교육과정에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합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 '교육 복지에 관한 권리',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을 담고 있습니다. 세부 내용은 좀 다르지만, 기본적인 인권 침해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제주와 광주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성별과 종교, 정치적 성(性)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도 금지합니다. 서울시는 특히 "학칙 등 학교 규정은 학생 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제한할 수 없다"면서 학칙보다 학생인권조례가 더 우선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두발 자유, 체벌 금지, 종교의 자유, 강제 자율보충학습 반대, 학생자치 보장 등 다양한 학생 활동에 관한 내용들이 학생 인권 조례에 들어있습니다.
[ 기자 ] 이 둘은 무사히 아이를 지킬 수 있을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 나갈지는 드라마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한국의 청소년 임신 실태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도 우리들의 블루스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