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한국 방송 채널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국민 영웅이라 불릴 정도로 잘 나가던 한국프로야구 선수에서 하루아침에 수감자가 된 김제혁 선수의 교도소 생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죠. 드라마상에서 김제혁 선수는 강간 미수범을 따라가 몸싸움을 벌이던 중 범인의 머리를 가격하면서 1년의 법정구속 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따라서 김제혁 선수는 구치소와 교도소 생활을 모두 하게 되는데요. 김 선수가 지내고 있는 서부교도소의 2상 6방 사람들은 어느 날 심각한 모습으로 작당 모의를 합니다. 이를 장기수인 김민철이 주도하는데요.
[ 김민철 / 서부교도소 2 상 6 방 장기수 ] 오늘 밤이 디데이다 . 비만 콱 쎄리뿔면 ( 내려버리면 ). 빠질 녀석은 지금 빠져라 . 공학 전문가 카이스트 강철두 . 저 녀석은 우리가 손발처럼 쓸 소지 . 하늘이 허락하시는가 보다 . 하루를 살더라도 사람답게 살다가 죽자 .
[ 기자 ] 이날 야근 당번이었던 교도관 팽 부장은 한 차례 순찰한 뒤 사무실에 들어가, 모차르트의 곡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를 틀어놓고 책상에 발을 올린 채 잠에 듭니다.
[ 이주형 / 서부교도소 2 상 6 방 장발장 ] 아버지 , 퍼뜩 . 이러다 우리 다 죽겠다 .
[ 김민철 / 서부교도소 2 상 6 방 장기수 ] 죽여서라도 꼭 성공시켜라 . 알겠지 ?
[ 이주형 / 서부교도소 2 상 6 방 장발장 ] 아버지 , 이번엔 진짜로 바깥세상 냄새 한 번 제대로 맡아보는가 보다 .
[ 김민철 / 서부교도소 2 상 6 방 장기수 ] 냄새로 되겠나 ?
[ 기자 ] 위험천만해 보이는 이 장면이 1990년대에 나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쇼생크 탈출>을 각색한 장면이라고 하는데요. <쇼생크 탈출>은 어떤 영화고 어느 장면이 각색된 건가요?
[ 김헌식 ] <쇼생크 탈출>은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마찬가지로 감옥 생활을 그리고 있는데요. 쇼생크 탈출에서는 주인공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거의 평생 갇히는 상황이 됩니다. 애초에는 탈옥할 생각이 없었고, 억울한 자신의 사정을 알고 있는 증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증인이 감옥 안에 들어오게 되고, 그 안에서 죽게 됩니다. 그래서 '더 이상 희망이 없구나'라는 생각에 탈출을 모색하게 되는데요. 쇼생크 탈출 주인공인 듀프레인이 방송실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듣는 장면이 나오는데,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이를 흉내 내서 교도소 한 방 사람들이 "바깥 냄새를 맡고 싶다"면서 바깥으로 나가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그건 아니고요. 뜨거운 온도의 물을 천신만고 끝에 얻어 라면을 끓여내면서 (교도소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장면이 펼쳐지게 됩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80~90℃의 물을 식수용으로 제공하고 있는데요. 80~90℃의 물은 펄펄 끓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라면을 미지근한 물에 불려 먹는 셈입니다. 이렇게 뜨거운 물을 주지 않는 이유는 뜨거운 물로 화상이 발생할 수도 있고, 또 그 물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부러 화상을 입고 이를 이용해서 탈출을 꿈꿀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생각해서 라면 물 온도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 기자 ] 또 김 선수가 머무는 2상 6방 사람들은 교도소에서 방영해 주는 방송 외의 채널을 시청하기 위해 텔레비전의 계기판을 불로 지지기도 하고, 24시간 켜져 있는 방의 불을 끄기 위해 가림막을 덧대기도 하는 등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어 보이는데요. 실제로도 이런 일이 가능한 건가요?
[ 김헌식 ] 실제로 교정본부에서 지적하거나 교도관 출신들이 직접 한 얘기에 따르면, (수감자들이) 계기판을 불로 지지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고 합니다. 또 24시간 켜져 있는 방에 불을 끄기 위해서 가림막을 덧대는 것도 힘들다는 겁니다. 그리고 수감자 동행 개호시에 교도관 4명이 함께 움직이는데 드라마에서는 교도관 한 명만 같이 움직이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오고요. 수감시설의 화폐로 교통카드가 등장하는데요. 교통카드로 모든 걸 다 거래하는지는 알 수 없고, 실제와는 좀 다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비현실적인 것은 국내에서 교도관들과 (손잡고) 반장 같은 인물이 다른 재소자들의 영치금 등을 빼돌리거나 갈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교정본부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 기자 ]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그 장면이 드라마에도 나오는데요. 친한 수감자들끼리 무리를 짓고 목공장의 반장 선거까지도 하게 됩니다. 기존의 부패한 목공반장 점박이를 밀어내고 청렴하게 일할 김제혁 선수를 목공 반장으로 세우기 위해 김 선수와 방을 함께 쓰는 고박사가 고군분투하는데요.
[ 김제혁 / 프로야구선수 ] 그럼 현재 몇 대 몇입니까 ?
[ 정민성 / 서부교도소 2 상 6 방 고박사 ] 점박이 , 카푸치노 만드는 정수 씨 이렇게 둘밖에 없어서 두 표였는데 오늘 건달들의 지지 선언으로 현재 우리가 3 표 부족합니다 . 고로 앞서 말씀드린 뽕쟁이 4 명이 이번 선거의 캐스팅 보트입니다 .
[ 기자 ] 흔히 선거에서 아직 투표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표가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경우에 이 표를 '캐스팅보트'라고 지칭하는데요. 실제로 각 작업소의 반장을 뽑기 위해 수감자들이 투표하기도 하나요?
[ 김헌식 ] 2008년 자료에 따르면 "교도소 안의 권력관계에서 모범재소자로 인정받은 작업반장 등이 교도관과 권력을 일부 나눠 갖는 모습도 보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개선이 됐겠죠.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작업반장은 모범재소자 중에 뽑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7회에서는 고 박사가 김제혁 선수를 목공장 반장으로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작전을 짜는 것이 나옵니다. 기존의 임명 형식에서 수용자의 자율 투표에 의해서 선출되는 방식으로 고 박사가 바꾸려고 하고, 자격 미달인 자신을 대신해서 김제혁을 목공반장으로 추천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일반적인 모범재소자 중의 한 명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하게 되면 수용 생활을 열심히 하고 모범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무조건 투표하게 되면 (수감자들끼리) 작당할 수도 있겠죠. 예를 들면 조폭 등이 자신의 무리를 모으면, 민주적인 선거를 과연 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있기 때문에 임명 형식이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임명 형식이 또 민주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에서는 '민주적인 선거로 반장을 뽑는 게 어떻겠는가?'라는 이상적인 관점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그럼 잠시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배경음악 듣고 오겠습니다.
( 슬기로운 감빵생활 OST)
[ 기자 ]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드라마에서 '옥바라지 닷컴'이라는 수감자들의 심부름센터가 등장합니다.
[ 정민성 / 서부교도소 2 상 6 방 고박사 ] 와이프가 바람난 걸 어떻게 아십니까 ? 계속 여기만 계셨는데 .
[ 강철두 / 서부교도소 2 상 6 방 문래동 카이스트 ] 옥바라지 닷컴에 의뢰를 했지 . 미행을 붙였는데 웬 기생오라비 같은 사람이랑 둘이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놀더라고 . 지난주에는 둘이서 하와이…하와이… . 내 마누라 돈 다 뜯고 . 그거 다 내 건데 .
[ 김제혁 / 프로야구선수 ] 옥바라지 닷컴이 뭐야 ?
[ 김영철 / 서부교도소 법자 ] 결혼기념일도 챙겨주고 , 아들 입학식도 대신 가주는 교정 시설의 히트 상품이죠 . 소지 통해서 편지나 전화로 의뢰하고 비용은 영치금 계좌에서 바로 쏴줘요 . 한 마디로 교도소의 '해주세요'랄까 ?
[ 기자 ] 교수님, 옥바라지 닷컴이 실제로도 있나요?
[ 김헌식 ] 옥바라지 닷컴은 교도소 안에 있는 사람들의 민원, 부탁이 충족되도록 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아내를 뒤쫓아 달라든지 여러 가지 필요한 물품들을 구할 수 있는 곳인데요. 실제로 옥바라지 닷컴과 같은 심부름센터는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수용자를 위한 대행업체가 일부 존재한다는 건데요. 그렇지만 부정 물품 반입 등 불법 행위는 엄정히 대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 기자 ]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교도소와 수감자들의 삶도 엿볼 수 있지만 교도관들의 고충과 삶도 함께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교도관들의 계급과 체계가 어떻게 되는지요?
[ 김헌식 ] 1963년 공무원임용령 개정으로 형무관이 교도관으로, 형무소가 교도소로 개칭되면서 각 직급의 명칭도 바뀌었습니다. 드라마 속에 보이는 교도관들의 직급은 높은 순서대로 교정본부장 (태극 무궁화 4개) 교정 이사관 (태극 무궁화 2개)이고요. 교정 부이사관 (태극 무궁화 1개), 교정감 (무궁화 4개), 교정관 (무궁화 3개) 그리고 교사 (무궁화 봉오리 3개) 순으로 내려옵니다. 교정본부장은 국가의 교정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직이고요. 서울, 대구, 대전, 광주지방교정청장이 해당하고 그 외에도 교정 이사관과 교정 부이사관은 각각 큰 규모와 중간 규모의 교도소 소장 계급으로 교도소의 운영을 총괄하는 교도소장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교정감은 아주 작은 교도소의 소장을 뜻하는데 드라마 속 서부 교도소 소장의 직급이 바로 이 교정감이 되겠습니다. 교정관은 5급 공무원에 해당하는데 드라마 속에서는 나 과장이 여기에 속합니다. 행정고시를 보다가 이쪽으로 틀어 시험에 합격했다는 얘기가 나오고요. 교사는 8급 공무원에 해당해서 교도관 부장이라고 불리는데, 극 중에서는 김제혁 선수의 굉장히 친한 친구로 나오는 정경호가 바로 이 교사 직급에 해당하고 교정직 계장, 부장, 과장이 있는데 이건 계급이 아니라 직급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계급장에는 교도는 무궁화 봉오리 2개, 교사는 무궁화 봉오리 3개가 있고요. 교위는 무궁화 1개, 서기관은 무궁화 4개 그리고 부이사관은 태극 무궁화 1개, 교정본부장은 태극 무궁화 4개까지 이르게 됩니다.
[ 기자 ] 교도관들 각자의 성격도 굉장히 다른데요. 특히 김제혁 선수가 있는 2사 동을 담당하는 교도관 중 한 명인 팽 부장은 입에 욕을 달고 살지만, 누구보다도 수감자들을 따뜻하게 챙겨줍니다. 외에도 다른 교도관들의 인간적인 면모도 많이 보이는데요. 실제로도 비슷한가요?
[ 김헌식 ] 처음에 팽 부장이 반말하고 욕하니까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지만 누명을 쓰고 들어온 고 박사를 도와서 누명 씌운 사람의 접견 내용을 녹음해 준다거나 본인은 컵라면으로 때우면서 아픈 고 박사에게 전복을 챙겨주는 장면도 있고요. 또 억울하게 수감된 유 대위의 사정을 들어주는가 하면 장기수인 김민철에게 따스하게 대해주는 장면들이 나오게 됩니다.
20여 년간 옥살이했던 윤성여 씨를 믿어준 박종덕 교도관의 감동적인 사연이 실제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교도관들이 따뜻하게 품어주는 내용이 있다는 건데요. 그렇지만 많은 영화 드라마에서 교도관을 나쁘게 그리는 경우가 많아서, 한 책을 통해서 “우리 교도관 나쁜 사람들 없습니다”라고 얘기를 하기도 했었는데요. 교도관의 따뜻한 모습들을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잘 보여줘서 호평을 얻었습니다.
[ 기자 ] 교도관들의 역할 중에 수감자들을 관리하는 것도 있지만 (수감자들이) 사회에 다시 적응할 수 있도록 교화시키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따스한 모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에 등장한 각색 장면과 한국의 교도소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도 슬기로운 감빵생활 드라마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