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은 북한 지도부에 좋은 참고서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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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 Photo/Andrew Harnik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6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특별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씨의 회고록이 출판되었습니다. 이 책의 출판으로 미국의 조야뿐만 아니라 남한, 일본, 중국, 중동 국가 등 여러 나라에서 깊은 관심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그만 둔지 1년도 안되어 자기를 임명해준 트럼프 대통령을 헐뜯는 내용들이 적나라하게 기술된 책이기 때문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 책의 출판을 중단시키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존 볼턴 씨의 이 회고록 출판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여러분 당 수뇌부는 뉴욕 유엔주재 대표부로부터 이 책을 전달받아 심층 분석을 끝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여러분 당 특히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에 대한 미국 정책수립자들의 평가가 어떠했는지? 싱가포르, 하노이 그리고 판문점에서 있었던 세 차례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의 전후사정이 어떠했는지, 지금까지 인간적 관계로 신뢰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일급참모인 폼페이오 국무장관 또는 존 볼턴 안보특별보좌관의 김정은에 대한 평가, 김영철 당부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어떠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본 방송자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지만 미국행정부의 대외정책수립과 정책집행과정에서 과연 대통령의 일방적 명령이 통하는 것인지, 대통령과 참모들과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전해주는 좋은 책이 바로 이 존 볼턴 씨의 회고록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여러분 당의 최고존엄인 김정은에 대한 평가와 세 차례 김정은-트럼프의 만남 등 중요한 부분의 일부를 소개할까 합니다.

당 간부 여러분! 한마디로 이 책은 그동안 여러분 당이 제시했던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말이 여러분 당이 입버릇처럼 주장하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고 처음부터 속임수와 거짓말이었음을 미국의 정책수립자들이 명백히 알고 세 차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준비했다는 사실입니다. 혹시 여러분 당 수뇌부는 싱가포르 수뇌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분 측이 제시한 미·북 관계개선, 평화협정 체결 또는 조선반도의 비핵화 등에 응한 것은 6·25 전쟁 중 전사한 미군의 유해 발굴 소환에 동의한 것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조금만 양보하면 여러분 당이 내놓은 낚시의 미끼를 문 붕어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낚아 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하노이 회담에 응한 결과, 최고존엄으로서의 김정은의 위신이 일거에 추락하는 참담한 패배의 모습, 트럼프 대통령의 바짓가랑이라도 붙들려는 나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66시간 기차를 타고 하노이까지 온 것을 조롱하듯 “내 비행기로 평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대목까지 나옵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대승했으니 영변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감지덕지하여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에 응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일방적 제안을 내밀었던 김정은이 트럼프가 내민 역제안, 핵뿐만 아니라 ‘화학·생물학 병기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폐기를 약속하라’, ‘겨우 영변핵시설 폐기 하나 뿐이냐?’, ‘다른 제안은 없느냐?’, ‘우리 미국은 영변 이외 다른 여러 지역에 핵개발, 미사일 제조를 위한 연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이 가동되고 있음을 알고 있는데 이미 용도 폐기된 영변시설 폐기를 내놓고 제재완화를 요구하느냐?’, ‘우리의 요구는 이것이니 잘 읽어 보고 회답하라’, 여러분의 말대로 ‘새 계산법을 갖고 나오라’고 일축했던 회담 진행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 책을 읽어보면 트럼프 앞에 그처럼 초라한, 마치 어린 아이를 다루듯 한 트럼프의 위압적 태도를 생생하게 느낍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미국을 상대로 얕은 꾀를 부리려다 망신당한 김정은의 초라하고 비굴한 모습이 눈에 띕니다. 역시 여러분 당의 수뇌부, 일급참모인 정치국 국원들의 수준을 엿보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영철 당부위원장입니다. 미국을 방문하고 최고존엄인 김정은의 친서, ‘일반적인 국제관례에서 보는 봉투보다 훨씬 큰 봉투’를 차 안에 두고 백악관의 트럼프 접견실까지 올라갔다가 아차 싶어 허둥지둥 수행원을 시켜 급히 타고 온 차에 가서 그 봉투를 갖고 왔다는 웃지 못할 얘기를 보면서 역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낸 여러분 당 수뇌부 참모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런 수준의 참모들을 거느리고 있는 김정은이니까 트럼프의 협상술에 손쉽게 말려들 수밖에 없었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당 간부 여러분! 재삼 권고하지만 존 볼턴 회고록은 여러분 당에게 더 없이 좋은 지식을 제공해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미국 행정부의 대외정책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이 전개하고 있는 아시아 태평양 전략 전반을 이해할 수 있고 특히 미국의 대외정책 수립과 그 집행과정이 어떤 구조 시스템 속에 전개되는가? 김정은의 잘못된 판단이 어디에 기인했는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은 대통령의 일방적인 명령이 통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완전 정착된 나라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정책, 그의 명령·결정에 대해서 얼마든지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자기가 모셨던 대통령의 대외정책뿐만 아니라 대통령 개인의 인성까지 싸잡아 비판할 수 있는 나라, 이런 개인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된 나라가 바로 미합중국입니다.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입니다. 1년의 국방예산이 7500억 달러인 미국입니다. 여러분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상상할 수 없는 국방 예산을 쓰는 나라입니다.

철모르는 어린아이와 같은 김정은의 객기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절할 수 없습니다.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특사를 보내 미국과의 협상방도를 가르쳐주고 다시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뜻을 전함으로써 시작했던 미북 정상회담이지만 과연 ‘진실’에 입각했던 회담이었는가?, 허상을 보고 진행했던 회담이 아니었는가? 당 간부 여러분은 여러분 당의 수뇌부가 얼마나 비현실적인 착각을 갖고 대내외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고 있는가를 명백히 알아야 합니다.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지속하는 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대통령 재선을 위해 골몰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조감, 불안감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이야말로 또다시 하노이 정상회담 때처럼 개망신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외정책의 목표는 무엇인가? 패권국가인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전략에서 여러분 당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여전히 최악의 불량국가, 인민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독재국가임을 미국은 분명하게 규정하고 여러분 당과 마주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속이려 해서는 그 어떤 작은 양보도 얻어낼 수 없는 상대가 미국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간적 친근 관계로는 미국의 대북제재조치를 완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면 새 계산법은 미국이 아니라 여러분 당이 내놓아야 함을 다시 한 번 권고하는 바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속이려 하지 말고 북핵 폐기의 진정성 있는 새 계산법을 제시하길 바랍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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