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발 오물 풍선 불발시킬 대책
2024.06.02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북발 오월의 ‘오물 배송’ 하다하다 이런 도발까지,,
(진행자) 5월부터 한국을 상대로 강경한 메시지들을 쏟아내던 북한이 지난 5월 28일, 풍선을 이용한 기상 천외한 도발을 감행했다. 인분과 쓰레기 등 오물을 잔뜩 넣은 봉투에 타이머를 달아 날려 보낸 것인데, 이것 때문에 한국에 비상이 걸렸다고요?
(이일우) 한국 시각으로 밤 11시 30분 좀 넘은 시각에 굉장히 많은 전화와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위급 재난 문자로 거의 전 국민에게 메시지가 갔는데, 이 위급 재난 문자는 알람 소리 수신 설정과 관계없이 큰 소리로 울리게 되어 한밤중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문자가 날아간 이유는 북한이 날린 풍선들이 대거 휴전선을 넘어와 전국 각지로 날아왔기 때문입니다. 이 풍선들에는 가축 분뇨와 쓰레기들이 섞여 있었는데, 이 오물 풍선 살포는 5월 26일, 북한이 한국 북한인권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뿌리겠다고 예고가 돼 있던 일이었습니다
북한이 날린 오물 풍선은 260여 개 정도로 추정되는데, 한국은 이 중 150여 개 정도를 수거했고, 수거 지역은 전국이었습니다. 오물 풍선은 풍선 통째로 지상에 떨어진 것도 있었고, 타이머를 설정해 공중에서 터진 것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사람들의 통행이 적은 야간에 날아왔기 때문에 공중에서 분뇨를 맞은 사람은 없었는데, 서울 도심부터 남부 지역 호남, 영남 지역까지 날아온 이 오물 풍선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틀 동안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북한은 28일 오물 풍선 살포를 하면서 한국 수도권 북부 전역에서 GPS 교란도 실시했는데,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이루어진 오물 풍선 살포와 GPS 교란으로 인해 한국 전역, 특히 수도권 일대 주민들의 공포가 상당히 심했습니다.
한국은 전국 군부대를 투입해 오물 풍선들을 수거했는데, 한국이 이 소동을 겪고 있던 5월 29일, 김여정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입장을 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오물 풍선들을 날리겠다고 밝혀 이 오물 풍선 소동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발 ‘더러운 공세’ 반복될수도
(진행자) 과거에 북한은 이른바 ‘삐라’라고 불리는 선전물들을 실어 한국으로 날려 보낸 적이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남북이 체제 경제를 하던 상황이었고, 그 삐라에 속아 월북한 사람들도 많은데, 한국 주민들의 공포나 반발만 살 수밖에 없는 기구를 사용한 오물 투척은 왜 했을까요?
(이일우) 북한이 이번 오물 풍선 사건을 일으킨 것은 공식적으로는 5월 13일에 있었던 한국 내 탈북민 출신 북한 인권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습니다. 13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 30만 장과 한국 가요가 담긴 이동식 저장장치, 의약품 등을 넣은 대형 풍선 20여 개를 인천 강화도에서 북한으로 날려 보냈는데, 북한도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선 것입니다.
김여정은 담화문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 바”라는 표현으로 비아냥 대면서 한국에서 북한으로 날린 대북전단이 표현의 자유이니, 북한에서 한국으로 날리는 오물 풍선도 표현의 자유이자 한국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여정은 이 오물 풍선을 ”성의의 선물이니 계속 주어 담아야 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대량의 오물 풍선을 날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 26일,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예고 때나, 29일 김여정의 담화문 발표 때나 북한이 ‘남조선’이라는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여정의 담화문 원문을 보면, 대한민국에 대한 삐라(전단) 살포가 우리 인민의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며 한국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거나, “한국 것들의 눈깔에는 북으로 날아가는 풍선은 안 보이고 남으로 날아 오는 풍선만 보였을까”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들어 모든 정부 문서와 대외 발표 문서에서 ‘민족’이나 ‘통일’ 같은 단어를 빼기 시작했고, 대신 ‘대한민국’이나 ‘한국’과 같이 국호를 사용해 한국을 지칭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남 정책 총괄 부서였던 노동당 통일전선부 역시 중앙위원회 10국, 또는 대적지도국으로 명칭을 바뀌면서 이른바 ‘통일전선전술’ 대신 적국을 대상으로 한 그림자전쟁 전술로 대남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과거 북한에게 있어 한국은 한국 내 강성 민족주의자나 친북 성향 정치인에게 호소해 대북 유화 정책을 만들고, 각종 지원을 이끌어내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신냉전 체제가 본격화되고 이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많아지면서 더는 한국에 아쉬울 것이 없게 됐습니다.
한국에 아쉬울 것이 없으니 더 이상 동포, 민족과 같은 개념에 호소할 필요가 없어졌고, 자신들이 확고한 전략적 우위에 있다는 판단 아래 한국을 복속의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한국 국민들의 정서를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입니다.
아울러 이번 오물 풍선 도발을 통해 북한은 한국군의 방공망이 얼마나 허술한지 다시 한 번 확인 했을 것입니다. 북한의 예고대로 이러한 유형의 도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도발 횟수가 누적될 수록, 북한에게는 데이터가 쌓일 것임. 이번에는 가축 분뇨와 쓰레기가 들어 있는 오물 풍선이었지만, 앞으로 이 풍선에 무엇이 달려 날아올지 알 수 없습니다.
북한은 평시에 이런 풍선을 자주 날려서 한국군을 무디게 만든 뒤 추후 여기에 살상 능력이 있는 물질을 달아 날려 보내는 방법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유엔사는 북한의 이번 행동이 공세적이고 비위생적인 정전협정 위반 행위라고 규정하며 조사를 시작했는데, 정작 피해 당사국인 한국은 별다른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북 ‘풍선공격’ UN사와 공동 대응나서야
(진행자) 하이브리드 타격전이라는 것은 지난해 몇 번 설명했던 개념인 것 같다. 그런데 이 개념이 북한 혼자서 구상하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고요?
(이일우) 과거에 설명했던 하이브리드 타격전은 드론과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를 섞어 투발해 한국의 방공망에 과부하를 거는 개념이었습니. 그런데 여기에 풍선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위협이 추가된 것입니다.
이러한 개념은 사실 북한 혼자서 구상하고 진행 중인 것이 아닙니다. 5월 28일의 오물 풍선 도발은 이 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한반도 내에 국한된 작은 사건이지만, 동서 냉전이 격화되고 있는 국제 정세 전체의 상황을 놓고 보면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연합전선의 일부입니다.
이번 주 에이브릴 헤인즈 미 국가정보국장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NATO 본부를 찾아 NATO 고위 인사들과 회의를 가질 예정입니다. 회의 안건은 우크라이나 문제도 있지만, 최근 유럽과 미국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적대 세력의 그림자 전쟁에 대한 공동 대응에 관한 것입니다.
한반도에서는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고, GPS 재밍을 하고, 사이버 공격을 하는 형태로 나타 나고 있는데, 지금 유럽과 미국에서도 유사한 도발이 계속되며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폴란드 총리가 직접 대국민 사건 브리핑을 하며 러시아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은 제3국 국적 인물들이 폴란드 전국에서 방화 등 사보타주 공작을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고, 독일에서도 러시아에 포섭된 공작 원이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송유관 밑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영국에서는 F-35 전투기 표적 획득 장비의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가 제3국의 사주를 받은 현지인에 의해 습격당해 생산 설비가 파괴됐고, 미국에서는 이달 초 최정예 특수부대 주둔지인 포트 리버티에서 합동특수작전 사령부 대령급 간부의 관사를 비밀리에 촬영하던 체첸 국적 거동수상자가 해당 대령의 발포로 사살된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지금 발트해 일대와 독일 동부, 폴란드 북부는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실시되는 대규모 GPS 재밍 공격에 일상적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림자 전쟁, 또는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는 개념은 직접적인 공격 행위 대신, 공격자가 모호하고, 공격을 받더라도 대응하기에 애매한 방식으로 상대방을 괴롭혀 대상 국가에 정치, 군사,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전쟁 수행 방식임. 지금 러시아는 유럽과 미국을 대상으로, 중국은 미국과 대만, 필리핀을 상대로,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을 상대로 이런 공작을 하고 있고, 여기에 장단을 맞춰 북한도 한국을 상대로 이런 도발에 나선 것임. 이러한 유형의 도발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감행 될지 알 수 없고, 한국 단독으로는 대응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한국은 이번 오물 풍선 사건을 북한의 단독 도발이자 일회성 도발이라고 간과해서는 안 되며, UN사와의 공동 대응 등 동맹과 협의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오물풍선, DMZ 넘기전 차단책 마련해야
(진행자) 북한의 이러한 도발 방식이 현실적으로 방어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는데, 그렇다면 한국은 전쟁이 발발하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요?
(이일우) 이번 사건에서 한국군은 대단히 무기력하고 한심한 대응을 보여주었음. 북한이 도발을 예고했고, 레이더로 북한의 풍선이 대규모로 남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음에도, 이를 요격하고 차단하기 위한 그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풍선은 느리고 풍향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미래 위치를 파악하고 대응하기 매우 쉽습니다. 그 풍선에 담긴 가축 분뇨에 고병원성 바이러스나 세균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었고, 북한이 작심하고 생화학무기를 담아 날려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군은 단 1%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데, 한국군은 이 풍선들이 한반도 남부 지역까지 도달할 때까지 그대로 방치했고, 추락 지점에서도 이렇다 할 생화학 방호 조치 없이 맨손으로 수거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한국군이 정상적인 군대였다면 북한의 도발 예고 직후에 유엔사와 협의해 군사 분계선 이북 지역에서 남한 지역으로 남하하는 기구 등의 비행 물체를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격추해도 된다는 승인을 받아놓고 비행체를 식별하는 즉시 군사분계선 이북에서 차단했어야 합니다. 한국은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지만, 그럴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전국에 오물 풍선을 얻어맞는 상황을 맞이했던 것입니다.
GPS 재밍이나 사이버전,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보타주 공작 예비 음모 등 다른 유형의 공작 들도 한국 단독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합니다. 남북은 물리적으로 차단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그림자 전쟁 공작은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 등 제3국을 경유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대응하려면 미국과 일본 등 동맹과 우방 정보기관들과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에 북한이 날린 것은 단순한 오물 풍선이 아니라 앞으로 시작될 그림자 전쟁의 신호탄으로 보아야 합니다. 한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재 진행 중인 유엔사 차원의 조사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미국이 NATO, 일본 등과 함께 러시아, 중국의 그림자 전쟁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동맹과 협력해 이 새로운 형태의 전쟁에 대응해야 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