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베트남보다 평화롭고 독일보다 행복하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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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지난 10월 26일, 통일여성교육원 주관으로 제20회 전국통일스피치대회가 열렸습니다. 두 차례 예비 심사를 거쳐 선정된 본선 진출자 24명이 무대에 올랐는데요. ‘나는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 내가 바라는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합니다. 통일스피치대회는 초등부 연사들을 시작으로 중×고등부, 대학부, 일반부 순으로 진행되는데요. 지난 시간에 이어 그 현장, 전해드립니다.

[현장음]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송파 소년소녀 합창단에 다녔습니다. 합창단에서의 기억 중 가장 인상 깊은 경험은 평화통일대합창 기념 공연에 참여했던 날입니다. 이날 저희 합창단이 불렀던 곡인 아름다운 나라에는 ~

중등부 세 번째 연사로 무대에 오른 강소윤 양.

최근의 남북 관계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소윤 양은 초등학생 시절의 합창단 경험을 통해 한반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됐다며 남북이 하나였을 때의 기억을 간직한 분들이 있을 거라 말합니다. 그래서 함께 분단의 아픔을 딛고 일어설 필요가 있답니다.

[현장음-강소윤]하나의 민족이었던 우리의 역사를 잊어가는 사람들! 이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말과 작은 대화가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제 자리에서 작은 행동부터 실천해 나가고자 합니다. 항상 남북 관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친구들과 함께 통일에 대한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중등부 연사 소윤 양은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분단의 기간만큼 생겨난 다름을 인정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이 모이면 통일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염원을 밝히며 발표를 마칩니다.

고등부 연사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용기 내어 이 자리에 서게 됐다는 서울 금융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최홍향 학생의 이야기입니다.

[현장음-최홍향]저는 머나먼 이북 땅, 통일되면 누구나 가보고 싶은 곳 1위로 꼽는 백두산이 있는 추운 양강도 지방에서 태어나 살다가 8살 때 부모님의 선택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어린 나이에 남한에 정착하게 되면서 청소년기에 겪을 수 있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성장하였습니다. 학교 공부를 따라가는 것은 그나마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래들 중에서 말투가 다르다며 애들이 놀리고 누구나 즐겨 듣는 노래도 할 줄 몰라 소외되는 일이 빈번하였습니다. 그저 운동장 한구석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만 했고, 될수록 말을 적게 하는 아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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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중창단의 축하공연.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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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활에 정착하는 것도 버거웠던 홍향 학생의 변화는 담임 선생님의 관심으로 시작됐습니다. 또래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학교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고 하는데요.

[현장음-최홍향]학교에서 운영하는 멘토, 멘티 사업을 통하여 학교 공부와 여러 문화 체험, 그리고 담임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 어려움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점점 웃음을 되찾았고 남한 생활에 익숙해져 가면서 학교 생활도 잘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잘 적응하는 것 같고 밝은 척해도 북한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한 친척들과 함께 놀던 친구들이 그리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께서는 왜 우리는 한민족인데 둘로 갈라진 땅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우리 민족의 아픔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면서 홍향 학생은 점점 뚜렷한 목표를 갖게 됐습니다.

[현장음-최홍향]물론 저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알아가야 하는 나이지만 우리 민족이 서로 갈라져서 살아가고 있는 아픔의 현실에서 벗어나 더 다 같이 함께 살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저는 금융고등학교에서 전공인 금융 분야, 경제 분야의 공부를 더 열심히 하여 통일된 한반도의 경제 성장에 한몫을 감당해 낼 수 있는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려고 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노력해 주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도 우리 한반도의 국민이 하나가 되는 통일의 그날 북한에서 헤어진 할아버지 할머니를 다시 만나 뵐 수 있는 통일의 그날을 앞당기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학생의 본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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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 태권도시범단의 축하공연. /RFA PHOTO

연설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홍향 학생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행사장 밖에까지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잘했다’를 외치는데요. 얼굴을 보니 누가 봐도 홍향 학생의 아버지입니다. 행사장 밖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이야기하는 딸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고 합니다.

[인터뷰-최홍향 아버지]한 10년 전에 두 딸과 가족을 데리고 자유 대한민국에 입국했고요.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회에도 참석할 그런 기회가 주어 줘서 감동적이고 이렇게 떨리는 마음을 자제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쪽(북한) 세상에서 반을 살고 대한민국에서 또 반을 사는 입장에서 우리 딸들은 마음껏 행복을 누리면서 이렇게 인권을 존중받으면서 세상을 정말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게 키우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향 학생도 아빠의 응원 덕분에 힘이 났다는데요. 연설을 마친 홍향 학생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최홍향] 안 떨려 하는 것으로 보이셨다고 했지만 다리가 굉장히 떨렸는데요. (응원해주는) 아빠 목소리 들으니까 긴장이 확 풀리더라고요. 초등학생 때부터 수업 시간에 통일에 관련된 얘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저는 북한 출신이니까 고향이 그리웠거든요. 지금까지 계속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왔지만 머릿속에는 북한에 계신 제 가족들이 생각났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알리려고 참가하게 됐습니다.

고향과 가족 때문에 통일을 얘기하는 탈북민 학생들에 비해 대부분의 남한 학생들은 학교의 통일 수업, 역사 수업을 계기로 관심을 갖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 쪽 관심이나 생각의 깊이가 깊고 얇은지를 논할 수 없는데요.

‘선 하나 사람 둘’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통일에 대해 연설하는 진선여고 1학년 원소희 양의 이야기도 들어보겠습니다.

[현장음-원소희] 저의 통일에 대한 관심은 할아버지의 고향이 북한인 것, 그 사실에서 비롯되어 점차 커져 갔으며,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들으면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먼저 통일을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SNS를 활용하여 통일의 중요성을 그리고 필요성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가지는 관심이 훗날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우리의 작은 노력이 모이면 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느끼고 생각하게 된 통일에 대해 말하는 연사들의 이야기는 청중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는데요. 특히 분단의 현실을 체감하며 살아가는 탈북 자녀들의 이야기가 큰 울림으로 남습니다. 대학부 본선 진출자 중 한 명인 김진미 양의 이야깁니다.

[현장음-김진미] 오늘 저는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한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저는 북한이탈주민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제가 중국에서 태어나 6살이 되던 해 경찰이 갑자기 저희 집을 들어와서 저희 어머니를 잡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 순간이 어떤 의미인지 바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눈앞에서 어머니가 경찰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경찰들은 어머니를 강제로 데려갔고, 결국 어머니는 북한으로 송환되었습니다.

분단의 현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고 있는지 직접 체험했다는 김진미 양. 오래전 일이지만 그날의 일을 전하는 진미 양의 목소리가 한 번씩 떨리는데요. 그래도 끝까지 준비한 이야기를 잘 해냅니다. 진미 양은 특히 자신과 같은 청년 세대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현장음-김진미] 저희 세대는 분단의 직접적인 경험은 없지만 그로 인해 상처 속에서 자라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청년 세대는 통일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통일이 단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통일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그 가능성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Closing Music-

통일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진미 씨는 이날 대학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요. 앞서 고등부 연사자로 만난 최홍향 학생은 최우수 교육부장관상을, 원소희 학생은 통일부장관상을 각각 수상했습니다. 무대에 올라 이들이 전한 생각들이 하나하나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여기는 서울>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