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와 논란의 영화 ‘미나리’

워싱턴-이장균 leec@rfa.org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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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와 논란의 영화 ‘미나리’ 골든글로브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지명된 영화 '미나리'.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지난해 이무렵에 우리나라 영화 ‘기생충’이 미국 최대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감독상,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에 올랐던 감격적인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이번에 또 ‘미나리’라는 영화가 기생충을 잇는 쾌거를 이룰 수 있을지 해외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화제만큼 또 한국영화인지, 미국영화인지 여러 논란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오늘 문화여행에서 영화 ‘미나리’에 대해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 강한 ‘미나리’

영화에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정이삭 감독은 영화 제목 ‘미나리’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채소 '미나리'를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미국에 이민 온 부모님을 두었으며, 1978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태어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국 남부 아칸소라는 시골 마을의 작은 농장에서 자랐다. 가족을 위해 농장을 시작한 아버지와 새로운 직장을 구하게 된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돌봐줄 할머니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왔다.

그때 할머니가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미국 아칸소에 키우게 되었는데 다른 채소보다 가장 잘 자라는 모습이 기억에 강렬히 남았다고 한다.

감독은 "미나리는 '가족 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미나리의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우리 가족과 닮았다"라고 밝혔다. 또한 "미나리는 땅에 심고 1년은 지나야 잘 자란다. 영화 '미나리'는 우리의 딸과 아들 세대는 행복하게 꿈을 심고 가꾸길 바라며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어느 한국 가족의 다정하고 유쾌한 서사시"라고 말한 바 있다.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 진실하고 따뜻한 이야기” -LA 타임즈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제이컵(스티븐 연)은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다 비옥한 땅에서 새 출발을 하겠다며 아칸소의 시골 벌판에 트레일러 집을 마련하고 땅을 일궈 한국 채소들을 기른다.

그런데 갈등의 씨앗은 있었다...남편을 뜻을 따라 아칸소에 오긴 했지만, 모니카(한예리)는 아이들을 위해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온다. 농장을 만들어 뭔가 큰 성공을 보여주고 싶은 아빠이자 남편...소소하고 하찮은 일이라고 해도 열심히 일하자는 아내이자 엄마...그 가운데 실패를 경험하고 갈등을 겪는 가운데 미나리가 부각이 된다.

순자는 미국으로 이민 간 딸 모니카(한예리)의 요청을 받고 딸 부부가 새로 정착한 시골 마을 아칸소의 트레일러 집으로 찾아온다. 사위 제이컵(스티븐 연)은 땅을 일궈야 하고 모니카는 모자라는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병아리감별사 일을 계속해야 하므로 어린 손주 둘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큰손녀 앤(노엘 조)과 달리 막내손자 데이비드(앨런 김)는 심장이 좋지 않아 뛰지 못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곁에서 그를 돌봐줄 어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영어를 모르는 할머니와 한국어에 서툰 손자 사이에 의사소통은 쉽지 않다. 더구나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 문화적 거리도 멀다. 처음엔 엇박자를 내지만 순자의 노력과 지혜를 통해 둘은 가까워진다. 그리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평했듯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 진실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윤여정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빛나는 연기

팀 미나리(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가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한 한국 가족을 완벽한 연기 앙상블로 선보여 할리우드를 매료시키고 있다.

'워킹 데드' 시리즈, '옥자', '버닝'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난 스티븐 연은 가족을 위해 농장에 모든 것을 바치는 아빠 '제이콥' 역으로 분했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엄마 '모니카' 역으로 분한 한예리는 "미나리는 사랑이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영화 속에서 미나리를 심는 할머니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은 "미나리는 삶의 지혜"라고 덧붙여 관객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깊은 감동을 전함. 윤여정의 역할은 기대 이상이다. 그동안의 작품에서 보여줬듯 여느 할머니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평범함을 뒤엎는 인물을 창조한다.

마치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으로 국민 엄마라는 별명을 얻었으나 영화 ‘바람난 가족’(2003)이나 ‘죽여주는 여자’(2016)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중년여성에 관한 보편적이고 관습적인 시각을 깨뜨리는 것과 같다. ‘미나리’에서도 유약한 데이비드에게 “뛸 수 있다”고 말해주는 대목은 할머니의 자상함과 유머, 한 사람으로서 담담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 “윤여정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부터 영화에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윤여정이 연기한 순자는 전형적인 한국의 할머니이면서도 또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프로듀서와 주연 배우로 참여한 스티븐 연은 "미나리는 땅과 주변의 물을 정화하는데, 나에겐 그게 미나리다. 우린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라고 전해 영화 속 가족이 외딴곳에서도 함께 자리잡고 살아가게 하는 가장 소중한 존재로 그려짐을 짐작하게 했다.

이번 영화의 연출과 각본에 참여한 정이삭 감독은 이미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영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명감독이다.

아카데미 영화상 전초전 ‘골든글로브’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려 논란

당초 ‘미나리’는 미국 내 다수 협회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추가해왔기에 오스카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특히 윤여정을 비롯해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까지 고루 수상의 기쁨을 누린 바 있기에 오스카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 후보 지명 역시 기대를 모아온 상황.

하지만 작품상·여우조연상 후보에 '미나리'는 없었다. 일찌감치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를 것이라는 현지 매체의 전망이 나오면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아시아 영화인들은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고질적인 인종차별 문제가 드러났다"고 지탄했고, 현지 언론조차 "바보 같다"며 자조 섞인 비판을 내놓는 분위기다.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10대 영화에도 이름을 올렸다. AFI의 10대 영화 수상작들은 오스카와 골든글로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첫 번째 지표로 여겨진다. 아울러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리포터 등 다수 외신은 '미나리'를 오스카 작품상·감독상·각본상·연기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나리’ - 외국어영화인가 미국 영화인가 논란

골든글로브의 심사위원단인 HFPA (외신기자협회) 는 대사의 절반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영화로 구분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지난해도 중국계 미국인 룰루 왕 감독의 '페어웰'을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해 논란이 됐다. 올해 '미나리'를 외국어영화로 분류한 것을 두고도 인종차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인 감독이 '미나리'를 연출하고 미국 제작사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

'미나리'는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탄생시킨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가 제작을 담당했으며, '문라이트' '룸' '레이디 버드' '더 랍스터'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여러 차례 오스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끈 A24가 북미 배급을 맡았다.

미국에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창작진들의 피부색과 사용 언어가 다르다고 해서 외국어영화로 치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부분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를 선정하는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HFPA 소속 외신기자들이 스스로 골든글로브가 '로컬 시상식'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한다.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을 제외하고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철저히 백인·미국인의 시각에서 본 것으로, 고질적인 할리우드 위주의 보수적인 시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일각에서 불거지고 있는 인종 차별 논란에 관해 정이삭 감독은 "아시아계 미국인인 나는 외국인이 아닌데도 외국인처럼 여겨지기도 했다"면서도 "내 집은 바로 이곳(미국)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는 영화에 시상하고 축하를 보내는 단체고,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라며 "악마화 대상은 아니다"라며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으로 분류된 것에 관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미국 내 외국어로 제작되는 영화가 많지 않다. 그런 선택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윤여정 씨 후보에 들지 못한 점에 대해 현지 외신들도 비판

LA타임스는 윤여정을 후보에 포함하지 않은 걸 두고 "가장 큰 실수"라고 했고,. 연예매체 ET(엔터테인먼트 투나잇)은 "오스카에서 이러한 실수가 정정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 큰 충격은 여우조연상 후보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여겨졌던 윤여정이 조디 포스터의 깜짝 지명을 위해 빠졌다는 사실이다"라고 지탄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미나리'가 외국어영화로 분류된 것을 두고 한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에는 HFPA가 바보같이 보인다"며 노골적인 비판을 실었다.

NYT는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은 미국인이고 미국에서 촬영된 영화인 데다 미국 제작사 자본이 들어갔다. 미국 이민자 가족을 담아낸 영화가 외국어영화 후보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미나리' 배우들은 연기상 후보에 오를 만 했는데도 그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매체 인사이더는 골든글로브가 후보작 명단 국가 표기에 '미나리'를 미국으로 표기한 것을 꼬집으며 "이로 인해 훨씬 우스운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또 "영화 팬들이 혼란스럽고 광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 좋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어

'미나리'는 코로나19 여파 속 꿋꿋하게 달려왔고 경쟁작도 많지 않은 상황이 호재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에도 오를 거란 기대는 빗나갔지만 낙담하긴 이르다.

골든글로브는 한 달 뒤 미국에서 열리는 영화 아카데미협회(AMPAS)에 영향력을 끼치기에 '오스카의 전초전'이라 불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 시상식의 수상작(자)이 겹치지 않는 경향도 포착되고. "이번 골든글로브 후보 지명은 현지 언론에서 자조적 논평이 연이어 나올 만큼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유 있는 혹평이라는 반응에 힘이 실린다. 이러한 분위기가 향후 오스카 후보 투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미나리'는 뚜렷한 경쟁작이 없는 상황 속 현지에서 꿋꿋하게 오스카 레이스를 이어가고. 특히 윤여정의 캐릭터가 인상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인 만큼 오스카 결과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은 4월 25일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해보다 2달 넘게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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