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중 국경 개방에 김정은이 고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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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최근 홍콩의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북한이 다음 달 10일 국경을 재개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다음날, 중국 SNS에는 북한 관광 상품 광고까지 올라와 주목을 받았는데요. 북한의 국경이 드디어 활짝 열리는 걸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북중 양측의 정보를 전달받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이르면 다음 달 초 중국과의 접경 지역을 다시 열고, 화물차 교역과 인적 왕래를 전면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중국 육로 검문소의 세관 직원들이 올해 초 업무에 복귀해 화물차 운송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성의 여행사 두 곳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다음 달 10일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는 통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중 한 여행사는 이미 여러 중국 SNS를 통해 다음 달 중순 개시하는 북한 관광 상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평양과 개성, 판문점을 방문하는 5일 여행이 2980위안(424달러), 한국돈 57만 원가량입니다. 출발 날짜는 한 달 뒤인 6월 10일로 이 여행사는 북한 관광 당국으로부터 관련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예진: 북한 관광상품을 이렇게 홍보할 정도면 말만 무성했던 북중 국경 재개방은 이제 확실한 거 아닙니까?

김금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소식통은 북중 접경 지역에서 화물차 교역과 인적 왕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북한이 국경 개방을 올 하반기로 연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소식통은 중국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지만 북한은 코로나19에 대해 여전히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북중 국경을 언제 재개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중 접경지역의 한 소식통은 지난달만 해도 대북 무역상들이 북한으로 보낼 물건을 준비하느라 분주했으나, 최근 들어서 국경 재개방이 당장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이 많아지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문제를 우려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경 재개방 시, 안보리의 대북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북중 무역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고, 또 팬데믹 이후에 다소 느슨해졌던 제재의 동력이 다시 살아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중 국경 재개방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예진: 김정은 위원장의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5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비상사태를 해제하면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사실상 종식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북한은 국경 개방을 주저할 정도로 방역에 대한 부담감이 큰 상황이라는 거죠?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세계적으로는 코로나19가 일반 감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많이 완화가 되었지만, 의료 시스템이 미비하고, 또 백신과 치료 제도가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여전히 외부 유입에 의한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는 것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8월 코로나 사태 종식을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일상 회복으로 완전히 전환하지는 않았습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3월, "방역 전선은 변함없는 국가 사업의 1순위"라면서, 흔들림 없는 방역 태세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또한 올해 초,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단둥과 마주 보는 북한 신의주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해 한때 봉쇄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밖에도 중국에서 한동안 잠잠하던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최근 들어서 증가하고 있고, 기존 오미크론 하위 변이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한 XBB 계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것도 북한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예진: 앞서 잠깐 언급하셨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북중 국경을 열고 나면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외화벌이가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은데요. 조금 더 자세히 짚어보죠.

김금혁: 참으로 역설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는데요.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경을 개방을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무역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국경이 열렸기 때문에 외화벌이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현재 중국에는 약 10만 명이 넘는 북한 근로자들이 중국 내 피복 공장이나 수산업 공장, 혹은 식당 등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대북 제재에 나서면서,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송환 등을 규정한 2397호 결의를 채택했고, 이 결의에 따라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2019년 12월 22일까지 모든 북한 노동자들을 송환해야 했습니다. 이건 강제로 송환을 해야 되는 거죠. 이건 중국도 포함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10만 명에 달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였으나, 때마침 터진 코로나 19로 인해서 모든 국경이 봉쇄가 되면서, 이들은 북한으로 들어갈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남아서 3년 넘게 계속 일을 해야 했습니다. 단둥의 한 대동 무역상은 "이들이 벌어들이는 외화 가운데 절반은 노동자 몫이고, 절반은 북한 당국에게 넘어간다"고 하면서 "보수적으로 계산을 해도 북한이 중국 내 노동자들을 통해 매달 벌어들이는 외화는 한 달에 3억 위안(4276만 달러),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약 573억 원 가량"이라고 추산했습니다. 만약 이 분석이 맞는다면, 정말 이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3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이 약 2055만 달러, 272억 원 정도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많은 액수라고 볼 수 있죠. 또 다 현금으로 받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쏠쏠한 외화였을 겁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중 국경이 열리고, 북한으로 들어가기로 되어 있던 노동자들이 대거 귀환을 하게 된다면, 북한은 일시의 이 알토란 같은 외화벌이 수단을 잃게 되는 것이니 고민이 이만저만 아닐 것입니다. 물론 관광 수입 또한 북한의 주요 수입 원천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국경을 열고 싶겠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에 북한은 지금 어떤 선택이 더 나온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인력들을 대체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것도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은 어렵고, 중국도 그렇게 대놓고 유엔 결의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한동안은 북한의 편의를 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입니다.

이예진: 하지만 국경 개방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얘기는 국제 교류 부문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올림픽을 비롯한 모든 국제 체육행사에 불참했던 북한이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할 거라는 소식이 전해져 큰 화제가 됐죠?

김금혁: 지난 13일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와 코치, 임원 등을 약 200명 정도로 등록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민방 네트워크 ANN도 "북한의 항저우 선수단과 별개로 여성 응원단을 보낸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감염병 확산을 막고자 2020년부터 국경을 차단해 왔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2021년 일본 도쿄 하계올림픽에 불참을 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것을 문제 삼아 북한의 국가올림픽위원회 자격을 2022년 말까지 정지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자격 정지 규정에 걸려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는 참가를 하지 못했죠. 그러나 올해부터 IOC의 징계가 풀리면서 국가올림픽위원회의 자격을 회복했고, 북한은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향후에 있을 파리 하계 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사회 복귀를 타진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이예진: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도 참석하고, 얼마 전에는 최선희 외무상이 왕야쥔 신임 북한 주재 중국대사를 융숭하게 대접하는 등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는 점점 더 돈독해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멀어지는 양상인데요. 북중 국경이 개방되고 나면 이 애매한 삼각관계가 또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김금혁: 북중 국경 개방 이슈의 이면에는 동북아의 민감한 국제 정치적 상황 변화도 한 몫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시청자분들도 느끼시겠지만 최근 들어 한국의 윤석열 정부와 일본, 미국과의 관계가 매우 돈독해지고 있고, 반대로 중국과 러시아와는 눈에 띄게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한미일 공조 체계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것이고, 반대로 중국과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밀월 관계를 구축하면서 다시금 신냉전 체제로 접어들고 있죠. 이런 형국에서 가만히 있을 북한이 아닙니다.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에 다시금 고립 속으로 들어간 북한이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즉 혈맹 중국의 편에 확실하게 서서 화려하게 국제 무대에 복귀를 할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기도 합니다.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가 굳어지게 된다면 그만큼 북한의 지정학적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이고, 목소리에 힘도 실릴 수 있으니 북한에게는 남는 장사인 셈인 거죠.

이예진: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이예진,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