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김정은의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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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북한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둘째 딸 주애 양이 재등장해 언론 매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주애 양에 대한 통일부의 나름 단호한 분석도 나왔는데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한국 통일부는 8월 27일 김 위원장의 해군사령부 방문 일정을 다룬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 보도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특히 5월 이후 석 달 만에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낸 주애 양에 대해 북한이 "의전 규범 같은 걸 만들어가는 단계"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이 해군 명예위병대를 사열할 때 주애가 레드카펫에서 약간 비켜난 위치에서 군 원수인 박정천 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강순남 국방상을 뒤에 세운 채 걷는 장면에 주목했습니다. 북한 군 고위급 인사들보다 앞에 선 건 의도적인 연출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통일부는 아울러 이는 "유사 사열을 하자는 약속을 한 것으로 보이며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공식 의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백두혈통 세습 의지를 반영해 '주애 띄우기'를 한다고 해서 주애 양이 후계자란 의미는 아니라고 통일부는 밝혔습니다.

이예진: 통일부가 이처럼 단호하게 주애 양이 후계자는 아니라고 말한 데에는 주애 양의 재등장을 두고 후계자가 분명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반박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북한 조선중앙 TV와 노동신문 등 북한 내부 주민들이 보는 관영매체들이 지난달 28일 일제히 다룬 김정은의 해군사령부 방문 모습을 보면 김주애는 김정은과 함께 군부 사열을 받고 실내 행사에선 주석단에 앉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 매체가 내보낸 영상을 보면 김주애는 흰색 자켓과 검정색 바지를 입은 정장 차림에 굽이 꽤 높은 구두를 신었습니다. 북한 매체가 김주애 동향을 공개한 건 석 달만의 일로, 그 전보다 훨씬 조숙한 이미지로 연출했는데 '미래 권력자'라는 점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상징조작'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김주애는 김명식 해군사령관으로부터 거수경례를 받는가 하면 김정은과 함께 작전계획 보고를 받으면서 김정은이 발언하는 동안 짝다리를 짚고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죠. 이에 대해 전직 통일부 고위 관료는 지난 1일 "북한 주민들에게 최고 지도자로 각인되려면 전군의 충성과 절대적 지지를 받고 미국과 맞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김정은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왕위를 물려줄 사람이 김주애라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주애가 유독 군사 분야에서 등장이 잦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김정은과 김주애의 14차례 동행 사진들을 공개했다"며 "김주애가 모습을 드러낸 분야 중 11건은 군사, 2건은 체육경기, 1건은 경제와 관련된 것으로 주로 군사 분야에 집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동행까지 합치면 15번 중 12건이 군사 분야에서 모습을 드러낸 셈이 되는 것이죠. 정 실장은 "북한이 김주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은 그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김정일이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한 것처럼 김정은도 현재 만 10세로 추정되는 김주애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제 생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김주애 양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후계자 수업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으로서 저는 지난 28일 공개된 김주애의 활동 반경과 노출,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이미 북한 내부에서는 후계자론이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제는 북한의 모든 주민들도 김주애의 존재를 알고 있고, 이 어린 아이가 아버지를 수행하는 활동들이 결국 후계자가 되기 위함임을 직감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통일부 설명처럼 만약 나중에 다른 후계자가 등장할 경우 정통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딸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판단은 지나치게 하나의 기준만을 보고 북한 체제를 평가하는 것이고요. 후계자의 자질, 품성, 얼마나 현지지도를 따라 다녔는가 등등 판단해야 할 평가 요소는 성별 이외에도 훨씬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김주애는 단독 선두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보입니다.

이예진: 그렇다면 통일부가 주애 양이 후계자는 아니라는 분석,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 걸까요?

김금혁: 사실 이 부분에서 통일부의 설명이 조금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통일부는 주애의 공개 활동에 관해 "군사부문 치적을 과시하고 군의 충성을 유도하는 목적의 행사 위주로 등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말 통일부 설명대로 군의 충성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의 행사라 할지라도 거기에 주애가 등장했다는 것은 김주애에게도 군이 충성을 다짐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는 게 사실이거든요. 북한에서 군이 김정은 이외의 다른 인물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도 없거니와 만약 김정은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면 그건 김정은이 인정하고 내세우는 후계자 말고는 없습니다. 즉 통일부 설명대로라도 김주애가 후계 전선에서 압도적 위치에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되는 셈입니다.

이예진: 북한 관련 뉴스를 대하는 한국 국민들의 자세에 대해 종종 말씀드립니다만 부정적인 걸 넘어서서 관련 기사에 달린 의견 대부분이 욕설에 가까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애 양이 등장하면 안타까워하는 댓글들이 꽤 많은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죠?

김금혁: 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김주애 양의 나이가 이제 막 10대에 들어선,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생 나이 아닙니까. 보통의 이 나이대 어린이들은요. 놀이공원을 좋아하고 아이돌이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정말 순수하게 커가는 소년, 소녀들입니다. 어린 시절이라는 것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추억과도 같은 것이라서 어른들도 이 시기 어린 친구들의 소중한 꿈과 추억을 지켜주기 위해 때로는 양보하기도 하고 희생하기도 하는 것 아닙니까. 반면에 주애 양은 아버지를 잘못 만난 탓에 놀이공원에 갈 나이에 미사일 발사 현장을 가야 하고 아버지 재떨이 수발을 들며 매캐한 담배연기를 들이마셔야 하는 운명인 것이죠. 아무리 최고권력자의 딸이라 할지라도 한국에서 그것을 부러워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집안에서 온갖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평범한 한국의 학생들이 훨씬 더 행복해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김주애 양의 기사를 보는 한국인들도 안타까운 반응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자식 앞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은 정말 용납하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상식이 아무리 없더라도 어떻게 그 어린 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라이터를 들게 합니까. 무슨 생각으로 그런 모습들을 언론에 그대로 내보내는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으나 그럴수록 김정은이라는 사람에 대한 세간의 비판과 적대감은 더욱 높아질 것 같습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곧 9.9절이죠. 북한에서는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인 듯 합니다. 대규모로 진행되는 예행연습이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이 정권 수립 75주년 즉 9월 9일을 앞두고 대규모 군중집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포착되었습니다. 지난 주말이었던 9월 2일 토요일 오전,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는 대규모 군중 집회를 준비하기 위한 인파가 모여들었습니다. 김일성 광장에 모두 들어찰 정도의 인파였다고 합니다. 김일성 광장은 약 3만 제곱미터 넓이로, 8만~9만 명이 모일 수 있는 규모입니다. 남한의 속초시 인구가 8만 2천명 정도이니, 속초시민 전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것은 카드섹션, 즉 모든 사람이 글자의 부분들을 들고 하나의 거대한 그림이나 글자를 연출하는 북한의 아리랑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장면이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앉는 주석단에서 바라봤을 때 글씨가 명확히 보이도록 꾸몄습니다. 가로, 세로 3미터 가량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저화질 위성으로도 글씨가 또렷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토요일 오전에 시민 8만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카드섹션으로 국가 지도자의 이름을 만들어내는 풍경은 북한의 독재 체제가 아니고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입니다. 한쪽에서는 열병식도 준비 중입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의 경우 민간무력 열병식이라고 전했습니다. 노농적위대나 붉은청년근위대 등 예비 군인들이 주축이 되는 열병식이라고 볼 수 있고 규모도 앞서 진행한 열병식의 절반 정도 규모라고 합니다.

이예진: 9.9절을 앞둔 북한, 대내외적으로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미사일 도발이 또 이어지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이제 상시적인 상수가 되어 버린 상황 아닙니까. 요 며칠 전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또 엊그제도 수발의 순항미사일 등을 발사했죠. 따라서 그것이 9.9절이든 9월 11일이든 북한은 날짜에 구애 받지 않고 언제든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실패한 인공위성 시험 재개를 10월로 예정했기에 그 전에 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특대형 도발은 삼가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신형 순항미사일 발사 실험은 이제 언제든 진행할 수 있는 변수 아닌 변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예진: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