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주목받는 백두산의 화산 폭발 위험을 살펴봅니다.
(영국 텔레비전 방송: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속보)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이 지난달 중순 무서운 기세로 화산재를 뿜어내더니 드디어 활동을 멈추었습니다. 전 세계의 항공망을 마비시켜 버리는 바람에 수많은 여행객이 길을 잃었고, 항공사도 심각한 피해를 당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화산재가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서 한반도 상공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다행히 10여 킬로미터의 높은 상공을 지나간 덕분에 심각한 피해는 없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이후,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이야기가 과학자들의 입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백두산 천지 아래에서 지진이 부쩍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진으로 백두산의 화산 활동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겁니다. 실제로 지난 2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접경지역에 진도 6.7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백두산은 진앙지에서 불과 200km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8월 5일에는 지린성 바이산시 징위현과 푸송현 경계 지역에서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해, 이 지역 주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대피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습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윤수 박사의 말입니다.
이윤수
: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천지 일대의 마그마가 활동하는 것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생각되는 지진이 상당히 여러 번에 걸쳐서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이 나타났을 때는 한 달에 한 250회 가까이 됐습니다. 이는 세 시간에 한 번 꼴입니다. 만약에 우리 발밑에서 세 시간에 한 번씩 땅이 흔들린다면, 그건 공포이상일 겁니다. 또 백두산 주변의 나무들이 말라죽고 있습니다. 화산가스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더구나 백두산 주변에 온천수가 상당히 높은 온도로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 초반에 조짐이 있다는 걸 알고 1995년과 1996년에 대대적으로 과학자들을 파견해 관측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진이 일어난다든지, 가스가 나온다든지, 수목이 말라 죽는다든지 등의 현상들이 화산 활동의 조짐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연변일보는 얼마 전 백두산의 화산 폭발 위험으로 중국 정부가 지진방지 재해감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특히 지진방지능력과 기초시설 건설, 홍보와 응급 훈련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징후로 볼 때 언제쯤이 위험할 것으로 예측하느냐는 질문에, 이 박사는 중국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백두산은 활화산이고 당장 지금 터져도 이상할 게 없다”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물론 언제 터질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화산체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만일 터졌다고 하면 그 피해는 상당히 심각하다는 설명입니다.
이윤수
: 우선 백두산 주변의 사람과 시설이 매몰될 겁니다. 엄청난 양의 용암과 화산재로 인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매몰될 수 있습니다. 또 화산재가 무척 뜨거워 주변에 화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화산재가 위로 올라가게 되면 하나의 핵이 돼서 비가 주변에 많이 내리게 되는데, 이로 인해 홍수와 산사태가 날 겁니다. 화산재 안에는 황산을 비롯해 인간의 몸에 좋지 않은 요소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게 물과 공기를 오염시켜 많은 환자가 급증할 것입니다. 또 도로가 끊기고, 철도도 끊기겠죠. 북한은 항공편이 주요 교통편이 아니니까 그렇다 치고 기타 주요 기간시설이 끊길 겁니다. 북한의 에너지는 대부분 평안도에서 공급받지만, 함경도에 석탄이나 에너지 산업이 많이 분포되 있거든요.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겠죠. 그러면 사회적으로도 힘듭니다. 설상가상으로 재해로 인해 난민들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은 탈북하게 될 것입니다. 살기 위해서요.
듣다 보니 마치 최근 지구의 종말을 그린 영화를 보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이윤수 박사는 백두산이 곧 폭발한다는 게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큰 만큼 보험을 드는 심정으로 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기면 백두산의 9세기 화산 폭발이 당시 발해의 민심 혼란을 낳아 국력쇠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듯이 북한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고,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정세에 일대 격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윤수
: 우리가 재해 자체를 막을 수 없지만, 피해를 상당히 완화할 수 있습니다. 화산 활동에 대해 관측도 하고 꾸준히 자료를 분석해서, 지하의 마그마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가스가 어느 정도의 압력을 받고 있는지, 백두산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등 지질학적인 요소를 전부 조사해서 모델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요소 하나하나를 수정해 나가야 합니다. 왜냐면 마그마 상태가 수시로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중국 측에서 조사하고 있는데, 매년 수 cm 정도 백두산이 올라오고요, 넓어지고 있습니다. 천지를 중심으로 해서 이동한 것도 관측됩니다. 즉 마그마가 올라오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올라오고 있으니 조심해라라는 겁니다.
백두산의 화산 연구는 한민족의 미래를 대비하는 일이라고 강조하는 이윤수 박사. 더 늦기 전에 남북한이 협력해 백두산의 화산 연구를 진지하게 추진해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는 서울환경영화제가 오는 19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식을 열고 이튿날부터 26일까지 서울 명동에서 열립니다. 7회째인 환경영화제는 ‘함께 사는 지구를 위한 영화 선언’을 표어로 내걸었습니다. 올해는 73개국에서 776편을 출품했습니다. 올해 가장 많이 다뤄진 소재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른 ‘물’입니다. 주요 환경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쟁점 2010’ 부문의 부제는 ‘먹는 물, 파는 물, 흐르는 물’입니다. 물을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논란과 대립을 다룬 기록영화 ‘푸른 황금: 물 세계 대전’이 주목됩니다.
--- 미국 플로리다 주의 찰리 크리스트 주지사는 멕시코만의 석유시설 폭발로 인한 원유 유출 사고와 관련해 기름 띠 확산을 우려해 주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앞서 루이지애나 주도 주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연안지역과 어민들이 대규모 오염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긴급지원을 당부하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국가재난사태 선포를 촉구했습니다. 지난 20일 미국 멕시코만 해상에서 트랜스오션사의 석유 시추 시설 ‘디프 워터 호라이즌’이 폭발로 침몰하면서 하루 5천배럴 가량의 원유가 흘러나와 멕시코만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