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전 세계에서 확산되는 친환경 장례문화를 들여다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가 장례 문화를 바꾸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일정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기후의 변화를 말하는데요,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온실가스를 꼽고 있죠. 온실가스는 지구 대기를 오염시켜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가스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이산화탄소, 메탄 따위의 가스를 포함합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최근 들어 지구촌 사람들이 죽음을 맞아 친환경 장례를 택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백명수) 오염 물질 배출이 적은 환경친화적 장례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관련업계가 환경친화적인 장례상품을 개발하고 선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열린 장례 엑스포에서는 직접 장식하고 만들 수 있는 ‘자가조립용 가구’ 형식의 관이 등장했습니다. 이 관은 플라스틱을 포함해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이산화탄소 중립 관인데요, 장례를 치르는데 환경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 플라스틱을 배제한 관이 선보인 것입니다. 또 기존의 삼나무나 마호가니 등의 고급목재가 아니라 분해가 잘 되는 판지로 만든 관을 사용하는 방법도 제안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안으로 알칼리 분해법 방식의 장례도 제안되고 있습니다. 현재 일부 지역에 국한돼 사용되고 있는데요, 시신을 쇠로 된 관에 넣어 알칼리를 섞은 물로 액체화해 뼈만 남기고 나머지는 하수구로 내보내는 방법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화장의 4분의 일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올해 장례 엑스포, 즉 박람회에 참석한 한 장례업계 관계자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환경 측면에서 볼 때 매장이 화장보다 낫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3분의 2 이상이 화장을 택하는 영국에서는 매장 공간이 줄고 있습니다. 2033년이면 매장할 수 있는 곳이 없어질 것이라는 게 영국 정부의 관측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묘소를 재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지만 쉽지 않습니다. 기존 매장된 관이 ‘자연분해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저 매장된 관이 속히 썩어 내려야 새 관을 위쪽에 매장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관을 만들 때 100% 나무 만을 사용했다"며 "지금은 화학 처리된 나무 관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합성 접착제, 페인트, 고광택제 등 화학제품을 동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화장이 대표적인 장묘 문화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의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전국 사망자의 화장 비율은 83%입니다. 지난 1994년 화장률에 비해선 4배 가량이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탄소배출량을 둘러싼 우려는 매장이나 화장 두 방법 모두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호주의 한 연구에 따르면, 두 방법 모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큽니다. 시신 한 구를 화장할 때마다 160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매장할 때는 39kg이 배출됩니다. 이는 화장보다 적지만 잔디를 깎고 나무를 베는 등 묘지를 만들고 유지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화장보다 매장이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유해물질 발생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2008년 환경보건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묘지에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가 지하수를 오염시키거나 화장 시 상당량의 수은이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치아접합제로 쓰이는 아말감에 수은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한이 분단체제로 지내온 지 반세기가 넘었는데요, 정치체제가 다른 만큼 장례문화도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북한에서는 제사를 지내지 않습니다. 제사 자체를 귀신을 섬기는 미신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장례는 가족과 회사가 다 같이 나서 염습, 운구, 매장 등의 일련의 장례를 맡아서 치르기 때문에 장례지도사가 필요 없다고 백 부소장은 설명합니다.
(백명수) 북한은 남한과 달리 매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례방식은 매장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평양은 낙랑구역에 화장소가 한군데 있어 고위간부나 교포 출신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도 묘지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당국도 화장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지방에는 화장시설도 없고, 또 화석연료가 많이 들기 때문에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경제난으로 근래에는 관 없이 직접 매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인 중국은 장례를 국가가 관리하는데요, 시신이 7년 이상 무덤에 남아 있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남한은 2001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면서 묘지 면적의 증가가 대폭 줄었습니다. 이 법은 ‘시한부 매장 제도’로 알려졌는데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분묘를 개장한 후 화장 또는 봉안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2001년 이후 들어서는 신규 묘지의 기본 설치 기간을 15년으로 못 박고 이 기간이 지나면 유골을 꺼내 화장하도록 했습니다. 현재는 법이 개정돼 묘지의 기본 설치 기간은 30년입니다. 설치 기간이 끝난 묘지는 1회에 한해 그 설치 기간을 30년 연장할 수 있고 이후엔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화장해야 합니다. 북한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백 부소장의 판단입니다.
(백명수) 북한은 지금까지 매장제도가 선호되지만, 법적으로는 1998년 화장법을 채택해 국가적으로 화장을 장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법은 사람이 사망하면 화장하고 부득이한 경우 해당기관의 승인을 받아 지정된 장소에 묘를 쓸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골함은 유가족의 의사에 따라 화장기업소의 유골보관실에 안치하거나 집에 가져다 보관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해당기관의 승인을 받아 지정된 장소에 정해진 방법으로 매장할 수 있는데요, 특히 화장기업소에 안치된 유골함은 안치한 때부터 10년이 지나도 유가족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화장기업소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매장에 대한 기한설정은 정확한 자료를 찾을 수 없으나 별다른 규제는 없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달 27일 남북한 정상이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남북 관계에 바야흐로 훈풍이 불고 있는데요, 앞으로 통일이 되면 환경오염과 공동묘지 부족 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묻자, 백 부소장은 후손에 건강한 자연을 물려줄 수 있는 자연장의 확대를 조언했습니다.
(백명수) 남한에선 기존 화장시설의 부족 또는 화장 시 매장관을 사용하면서 가스와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고 매연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봉안시설도 일반묘지보다 면적당 안치능력이 더 높지만, 이 시설은 일정 규모 이상의 인공적인 시설 설치가 필요합니다. 이는 산림벌채로 산림훼손과 국토이용에 피해를 주는 매장묘지만큼이나 환경훼손 요인이 됩니다. 기존 화장시설 운영을 지원하거나 화장관 사용의 권장 등과 함께 새로운 장묘방식으로 자리잡은 자연장으로의 전환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나무, 꽃,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입니다. 자연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기존의 매장 묘지 또는 봉안시설 설치로 인한 환경훼손을 방지할 수 있고, 고인의 골분을 자연으로 회귀시켜 작은 표식을 달아 고인의 흔적을 남겨둘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화장이 자국 내 경제사정으로 활성화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남한 사례를 참고해 환경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례문화를 도입하고 권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