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최고대표 “북 상황, ‘인권위기’로 접근해야”

앵커: 한국을 방문중인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표는 북한 내 상황을 ‘인권위기’로 규정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3일 오후 서울에서 기자설명회를 연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

튀르크 대표는 북한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 북한 내 상황은 무엇보다도 ‘인권 위기’입니다. 국제 사회는 반드시 그런 접근 방식을 갖고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튀르크 대표는 유엔인권사무소가 서울에서도 북한 내 중대한 인권 침해 양상을 지속적으로 기록해왔다며, 이 가운데 일부는 ‘반인도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안보와 군사 투자가 인권에 우선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며, 이로 인해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사회 서비스나 지속가능한 발전이 희생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내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 작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 분명한 것은, 비사법적 형태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수십 년 동안 북한에서 만연했던 심각한 침해 행위들에 대해 모든 책임 규명이 이뤄져야 합니다.

튀르크 대표는 유엔인권사무소가 관련 정보와 증거를 기록하고 보존·분석하고 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등을 통한 책임 규명 작업을 옹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내고향여자축구팀 방한 소식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서신 교환과 가족 간 연락 재개 및 상봉, 실종되거나 납치된 이들의 행방과 생사 확인에 필요한 정보 공개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에 붙잡힌 북한 군 포로 두 명의 신병 처리와 관련해선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튀르크 대표는 “북한 전쟁포로는 당연히 국제인도주의법, 국제인권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고, 우크라이나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사무실을 두고 있다며 북한 군 포로 관련 사안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엔인권최고대표가 우크라이나 북한 군 포로와 관련해 해당 원칙 적용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튀르크 대표는 기자설명회에 앞서 이날 오전 김민석 한국 국무총리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등 당국자들을 잇달아 만나기도 했습니다.

한국 총리실에 따르면 튀르크 대표는 김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튀르크 대표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이자 세계 인권 무대에서 다방면으로 기여하고 있는 한국을 방문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최근 다양한 위기 속에서도 “인권은 국제 평화·안보 분야에서 분열을 극복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한국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면서 남북 이산가족과 납북자, 억류자 문제 등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이에 김 총리는 계속 소통해 나가자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총리는 한국 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 생명 등의 가치를 매우 중시한다”며 “국제사회 발전과 번영에 기여함으로써 과거에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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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크 대표는 전날엔 납북자와 억류자, 한국군 포로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가족들은 튀르크 대표를 만나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과 국제사회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실질적으로 개입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가족들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가족들 12일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를 만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가족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유엔에 호소했다. 왼쪽부터 이성의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 볼커 튀르크 대표, 손명화 국군포로가족회 대표, 김정삼 북한억류국민가족회 공동대표. (국군포로가족회 제공)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KWAFU)와 국군포로가족회, 북한억류국민가족회 등은 이날 서울에서 이뤄진 비공개 면담에서 각각 이 같은 취지 및 요구사항이 담긴 서한을 대표 측에 전달했습니다.

억류자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는 북한에 11년 넘게 억류 중인 선교사 세 명 등의 생사 확인, 가족과의 연락 허용, 즉각 석방 등을 촉구하고 관련 문제를 북한인권 사안에서 우선 의제로 다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정삼 씨: 억류된 선교사인 동생뿐 아니라 다른 선교사님들도 같이 억류돼 있는데, 아직 생사 확인조차 못하고 있고 가족들은 너무 힘들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카들도 나이가 있으니 결혼식을 올려야 하는데 아버지가 생사조차 확인이 안 되니까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 씨는 자신과 가족들이 오랜 시간 눈물과 기도로 기다려 왔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더는 침묵하지 말아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손명화 국군포로가족회 대표도 국군포로진상규명위원회 설치와 국군포로 기억의 날 지정을 요구하면서 튀르크 대표가 한국 정부를 설득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손명화 국군포로가족회 대표: 국군포로 기억의 날을 지정해 달라, 국군포로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달라, 제가 성명서를 낸 부분에 대해서 대표님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많이 만난다고 하니, 정부에 명확하게 요구해 달라, 그러면 국군 포로들이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그마한 좋은 소식이라도 기대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의 KWAFU 이사장은 납북자 생사확인과 송환 등을 요구하며, 전시납북문제가 국제사회에서 공론화되도록 유엔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튀르크 대표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중입니다.

유엔인권최고대표 공식 방한은 지난 2015년 자이드 알 후세인 최고대표 이후 11년 만에 이뤄졌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