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김정은의 셈법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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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위스콘슨 공화당 후보 리아 부크미 후보가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위스콘슨 공화당 후보 리아 부크미 후보가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AP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6일에 진행된 미국의 중간선거가 세계의 이목을 끌었는데, 큰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원래 대통령 당선 2년 뒤에 열리는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이 거의 지는 것이 당연시 되는 선거였는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름 선방했습니다.

기존에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차지했었는데 이번에 하원은 민주당에 다수당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그렇더라도 민주당이 압승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큰 패배를 당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원에선 공화당이 의석수를 더 늘이는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지난 105년 동안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상원 선거에서 의석수를 오히려 늘인 것은 딱 5번 밖에 안됐는데, 그걸 해냈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꽤 선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하원에서 채택된 법안도 상원이 거절할 힘이 있기 때문에, 하원보다는 상원이 더 힘이 있습니다.

상원을 장악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두고 총체적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겼다 이렇게 평가하는 언론도 많습니다. 원래 지는 선거인데 그나마 조금만 의석을 내주었으니 그렇게 평가되는 것입니다. 중간선거 결과가 왜 의미가 있냐 하면 이것의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외정책이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북미 회담부터 영향을 받을 걱정을 했는데, 지금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대북정책 기조가 크게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패배하면 2년 뒤에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할 우려 때문에 북한 강경책을 펼 수도 있다 이렇게 봤거든요.

그렇게 되면 북한 역시 반발할 것이고, 한반도 정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판입니다. 다행이 그럴 가능성은 현재로는 적어 보입니다.

다만 하원을 차지한 민주당이 북미 협상 과정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끼어들면 북미 협상이 삐걱거릴 여지는 있습니다. 각종 청문회를 개최하거나 의회 보고 절차 등을 통해 민주당이 북미 협상을 관리하려 할 거란 뜻이죠.

아무래도 중간 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을 때처럼 자기 마음대로 대북정책을 펴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특히 북미 협상 단계에서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당근인 대북 제재 완화 카드를 활용하기가 많이 까다롭게 됐습니다.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서는 의회의 비준 절차가 필요한데 하원에서 수적 우위를 보이는 민주당이 보다 꼼꼼한 잣대를 들이대며 시비를 걸 수 있죠.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관계 개선의 신호로 평양에 ‘북미 간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려 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예산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렇긴 해도 이번에 대참패했을 경우를 가정해보면 그나마 북한 입장에선 다행인 셈입니다.

아마 미국의 중간 선거를 가장 조마조마하게 지켜봤을 사람 중 하나는 김정은일 겁니다. 물론 전 세계 지도자들도 자국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다 마음 조이며 봤겠지만, 김정은의 입장에선 목숨이 걸린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선거에서 참패해서 지금까지 정책을 뒤집어엎는다면, 그래서 북한에 대해서도 강경한 노선으로 전환해 말을 듣지 않으면 무력을 행사한다 이렇게 선포하면 어떻겠습니까. 난리가 나는 것입니다. 북한도 당연히 가만있지 않고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는 등 반발하고 그러면 여러분들도 평화롭게 지내지 못하고 맨날 불려 다니며 군사훈련을 한다, 대피훈련을 한다 이러며 살게 됐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선거 결과 하나가 이렇게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수도 있는 것이고, 북에 살고 있는 여러분들도 나비효과로 엄청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서 만족해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했던 결과였고, 그나마 북한에 좀 더 나은 결과가 나왔다고 판단했을 법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뒤에 자기가 이겼다고 선언했는데, 아무튼 그의 정치적 기반이 유지되면서 앞으로 2차 정상회담 개최에도 희망을 걸 여지가 생겼습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만족한 나머지 대북 정책을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어 놓을까봐 걱정입니다. 재선 선거가 시작되는 2020년까지는 아직 2년이 남았으니 여유가 있고, 북한 카드는 2년 뒤까지 내다보며 활용하면 그만입니다.

아무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보면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겉으로는 김정은을 한껏 추어주고, 싱가포르에서 만났을 때도 모두가 북한에 이득이 되는 합의안을 주었다고 비판을 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닙니다. 미국은 말만 번지르르 할 뿐이지, 대북제재는 그대로 작동하고 북한이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김정은이 북한에 돌아가서 스스로 미사일 발사장과 생산시설을 폐쇄하며 트럼프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몇 번 춰주고 아무 것도 내준 것이 없고, 반대로 북한은 뭔가 자꾸 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급한 것은 김정은입니다.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하고 곧 잘 살게 될 것처럼 주민들에게 열심히 홍보도 했는데 대북 제재가 조금이라도 풀린 것도 아니고, 경제난은 점점 심해지면 인민들의 원망이 커질 것이고, 그러면 지도력에 큰 타격이 되겠죠. 결국 팔짱 끼고 있는 미국을 움직이려면 북한이 또 뭔가 내놓아야 할 건데, 김정은이 언제까지 내놓기만 할지 그것도 저는 궁금합니다.

아무튼 몇 달 전부터 우려했던 트럼프 대참패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아 저로선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북미 간에 중재자 역할을 하는 한국 정부 역시 저와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김정은도 이제는 요새 선거판에 빠져 정신이 팔렸던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구슬려 다시금 회담탁에 앉힐지 고민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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