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대남 강경정책으로 돌아섰나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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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북한 학생들이 평양시 청년공원야외극장을 가득 메운 채 주먹을 불끈 쥐고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성토하는 군중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은 북한 학생들이 평양시 청년공원야외극장을 가득 메운 채 주먹을 불끈 쥐고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성토하는 군중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6월 초인데 날씨가 삼복더위처럼 팍팍 찌고 있습니다. 봄이 언제 왔다 갔는지도 모르겠고, 이제는 봄가을 옷은 필요 없고 그냥 겨울옷하고 여름옷만 있으면 사는 세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더운 시기에 북한 사람들은 군중대회 나와서 ‘탈북자 쓰레기들을 타도하라’라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더군요.

지난 2년 동안 남북관계가 좀 좋아지는 듯 하더니 또 싸늘하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김여정이 탈북자들이 대북 삐라를 보낸다고 발끈하면서 온 나라를 들볶고 있고, 또 북남 간의 모든 통신연락망을 차단했습니다. 노동신문에 탈북자란 말이 실린 것도 이례적인 일입니다. 황해도 사람들은 탈북자란 말을 잘 몰랐다가 이번에 잘 알게 됐을 것이고, 자기들에게 날아오는 삐라가 한국 정부가 아닌 탈북자들이 보냈다는 것도 알게 됐을 겁니다.

한국에 사는 일부 탈북자들이 북에 삐라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한 15년 정도 됐습니다. 지금까지 크게 반발이 없다가 갑자기 지금 와서 김여정이 발끈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저는 북한 내부적 이유가 크다고 봅니다. 원래 북한은 올해 초에 대규모 간첩단 사건을 조작해 공포통치를 펴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왜냐면 사상 최강의 대북제재로 경제가 파탄나니 사람들은 불만이 생길 것이고 이 불만을 억누르려면 곳곳에서 총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죠. 우리가 이런 상황 어디 한두 번 봤습니까. 이런 계획은 이미 지난해 말에 다 나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작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 직전 정경택 국가보위상을 불러 보위성에 김정일 동상을 다시 세울 것을 지시했습니다.

김정일 동상이 보위성에 건립된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실 김정은 집권 이후 김정일 단독 동상을 구내에 제일 처음 세운 것이 국가보위성이고 2012년 10월 동상 건립 행사에 김정은도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 1월 이설주의 외삼촌 강기섭 민용항공총국장이 보위성에 끌려가 취조를 받던 중 사망하자 김정은이 대로했고, 김원홍을 즉각 해임시켜 조사를 받게 한 뒤 보위성 간부 3명을 처형했습니다. 그것으로도 화가 풀리지 않아 “국가보위성은 수령님들의 동상을 모실 자격이 없다”며 동상을 즉각 해체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랬던 김정은이 3년 만에 보위성에 동상 건립을 다시 지시한 까닭은 불신했던 보위성에 다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일 수밖에 없고, 보위성에 대한 재신임은 공포통치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임을 얻은 보위성은 올해 상반기 간첩단 사건들을 조작해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려고 계획했는데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어차피 사람들 다 격리시키고, 방역 지침 어기면 군법에 따라 처리한다면서 4월까지 700여명 처형하다보니 굳이 간첩단 사건 만들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간첩 대신에 탈북자들을 도마에 올려 공포 통치로 들어가기 위한 제물로 삼은 듯 합니다. 어차피 간첩이나 탈북자나 원래 사람들을 모아놓고 ‘타도하라’ ‘죽여라’를 외치게 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저는 다른 이유로 김정은의 신상에 뭔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 가 의심합니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말입니다. 김정은은 4월부터 지금까지 딱 3번 얼굴을 내비치고 보이지 않고, 전면에 김여정이 점점 나섭니다. 전국에서 연일 진행되는 집회를 통해 김여정의 담화는 자연스럽게 최고지도자의 교시처럼 부각되고 있습니다. 김여정을 당중앙으로 신격화하면서 점점 북한 사람들을 김여정에게 익숙되게 만들고 있습니다.

원래 김정은 남매는 탈북자를 활용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11월쯤 회복된 김정일은 결국 셋째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낙점했습니다. 김정은은 아버지에게서 보위부와 보안부를 넘겨받고 업적을 증명할 필요가 있자 탈북을 완전히 막겠다고 아버지에게 약속했습니다. 그다음 탈북을 막기 위해 온갖 처벌 조치들이 강화됐습니다.

김여정도 또 탈북자를 활용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김정은 혼자 통치하기 버겁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아니면 앞으로 닥쳐 올 고난의 행군과 그 불만 여론을 김정은 혼자 감당하긴 버거워, 남매가 공동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요.

어찌됐든 이제 북한은 시간이 없습니다. 대북제재는 풀릴 여지가 없고 북한은 원산관광단지조차 완공 못할 정도로 달러가 바닥이 났는데 코로나로 관광객을 받을 수 없으면 돈 벌어올 구멍도 없습니다. 이판사판의 궁지에 몰린 김정은 남매는 살기 위해 이제 별 짓도 다 할 각오가 돼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하필 가장 약자인 탈북자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자기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매우 비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다수 탈북자들은 한국에 와서 조용히 살고 있는데 쓰레기라고 매도당할 일이 없습니다.

북한이 앞으로 어떤 짓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강한 군사 도발까지 가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지금 미국은 대선 국면에 들어섰고, 다섯 달 뒤면 미국 대통령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판사판에 몰려 있어 신경이 곤두서 있죠. 그런데 북한이 도발하면 어떻겠습니까. 북한을 칠 수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이 터지면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에 매우 도움이 됐거든요. 재선을 위해 북한 하나쯤은 도마에 올릴 수도 있는 것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로 전 세계 경제가 만신창이 됐는데 남북관계마저 다시 대결국면으로 돌아가고 전쟁 위기가 고조되니 가뜩이나 더운 여름이 더욱 더워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올 하반기 우리는 어떤 일들을 겪어야 할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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