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권침해자 미국망명이 가능할까
2017.01.25
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한영진기자와 함께 합니다. 한 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한영진: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미국 국무부가 최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을 비롯한 개인 7명과 기관 2곳을 인권제재대상 명단에 올린 것과 관련해 “단말마적 발악”이라며 비난했습니다.
오바마 정부가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김정은 김여정 김씨 오누이를 제재 명단에 올린 것은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인식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네, 오늘도 지난주에 이어 2차 인권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의 간부와 김여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22명 북한 관리들의 이름이 제재대상 명단에 올라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제재 대상에 오르면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됩니까,
한: 미국의 제재대상에 오르면 미국내 자산이 동결됩니다. 그러니까, 미국에 건물이나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으면 여기에 있는 재산이 모두 차압됩니다. 즉 인권 침해자 명단에 오르게 되면 미국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과 관련된 은행과 거래할수도 없습니다. 물론 북한 김씨 일가나 북한 지도부가 미국과 거래한다는 실질적 관계는 없겠지만, 상징적 의미를 띠고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혹시 김정은이 제3자를 통해서 미국에서 자본을 움직일 경우, 미국은 어떻게든 찾아내서 막을 수 있는 그런것까지 염두에 두고 한 발표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한: 그리고 미국 입국도 할 수 없습니다. 만약 김정은 김여정이 미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겠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방문한다면 인권탄압자라는 딱지를 떼야지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최민석: 미국 국가로부터 다른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소리군요. 김여정이나 김정은이나, 그리고 제재대상에 오른 사람들이 미국으로 망명하고 싶다고 하면 가능할까요?
한: 현재 김정은의 이모와 이모부가 미국에 망명해서 살고 있지 않습니까, 고용숙과 리강이라고 하는데요, 만일 김정은과 김여정이 북한 권력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망명하겠다고 하면 미국 정부가 판단을 하겠지요. 하지만, 지금처럼 인권탄압자로 낙인된다면, 미국 정부가 받아주기 어렵지 않겠는가, 미국 법이나 국제법에 입각해서 판단하지 않겠는가 하는 겁니다.
그리고 더 위협적인 것은 북한 인권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이 인권제재 명단에 오르게 되면, 즉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 핵심인사들은 국제형사 재판소(ICC) 법정에 회부될 수도 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대량살상이나 전쟁,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독재자들을 심판하는 곳으로 유명하지요.
최민석: 아까, 2차 제재 명단에 오른 사람들의 직책을 보니까, 부부장이 많아요. 그러니까 차관급을 올린거죠. 그러면 그 사람들과 그들이 속한 기관에 대해서 좀 알아볼까요.
한: 이 사람들 속에 부부장이 많은데요. 부부장들은 실무자들이지요. 김여정이 부부장인데도 불구하고, 제재대상에 오른 것은 김정은의 우상화를 실질적으로 틀어쥐고 지휘하고 있고요. 그리고 주민들의 알권리를 박탈시키고 있다고 책임을 묻는거지요. 그리고 민병철, 조용원 이런 사람들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사람들인데요,
이 사람들을 왜 포함시켰냐면, 민병철 부부장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당생활지도부 부부장입니다. 김정은 체제에서 350명 정도의 고위층 간부들이 숙청됐는데요, 이 사람들의 당생활 자료를 수집하는 곳입니다.
최민석: 내부 사찰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군요.
한: 이 부서는 고위 간부들의 명단을 장악하고 그들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술을 먹고, 김정은에 대해 나쁜 소리를 하는지 이런 것을 낱낱이 조사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미국정부는 “정치 사찰과 숙청을 담당하는 '저승사자'(angel of death)”라고 민병철을 지칭했습니다.
최민석: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자기 감정이 실리면 사적인 조작도 가능하다는 소립니다.
한: 당연하지요. 그래서 지금까지 이 부서의 조사에 걸려 처형된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요, 일단 김정은이 “저놈 손을 좀 보라”고 지시하면 벌써 개인자료를 과장하는거죠.
최민석: 잘못이 있고, 죄가 없고 있고가 상관없습니다. 김정은의 눈밖에 나면 어떤식이로든 죽인다는거죠.
한: 털어서 먼지 안나는 물건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사생활, 조직생활을 뒤지다 보면 그 사람이 과거에 뭘했는지가 드러나거든요. 그러면 거기에 ‘현대판 종파’, ‘반당반혁명 분자’라는 딱지를 붙여서 처형하는 거죠.
최민석: 2차제재대상 명단에 오른 사람들 중에는 국가안전보위부 간부들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한: 국가보위부 간부들의 이름도 거론됐는데요, 우선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일남 함경남도 보위국장도 명단에 올랐습니다. 아시다시피 보위부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관장하는 주무 부서가 아닙니까, 그런데 함경남도에는 보위부 관리소가 많습니다. 정치범 수용소. 화성 관리소라고 ‘16호 관리소’라고 하는 곳은 완전통제구역인데 여기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나오지 못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요덕 수용소가 함경남도 요덕군에 있습니다.
최민석: 유별나게 함경도에 정치범 수용소가 밀집된 이유라도 있을까요.
한: 있지요. 왜냐면 개성이나 황해도 지방은 남쪽과 가깝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어떻게든 이 사람들이 남쪽으로 귀순할 수 있는 위험이 있고요. 그리고 중국과 가까운 곳에 배치하면 또 중국으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에 함경남도 함경북도 이 지방에 많이 조성해놓았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에서 도망이나 피할 수 없는 곳을 찾다가 보니까, 함경도에 집중됐군요. 내륙지방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자, 이렇게 제재명단을 보면 노동성도 포함됐는데요. 이는 어떤 의미로 볼까요.
한: 지금 국제적으로 북한 해외근로자의 인권이 많이 부각되지 않았습니까, 약 5~7만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러시아나 중국, 중동에 나가 일하고 있는데, 그런데 제대로 월급도 받지 못하고, 열악한 노동시설에서 일하고 있는데, 자유아시아방송에서도 현장취재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미국정부는 북한의 해외근로자들이 혹사당하는 책임이 노동성에 있다고 보고, 노동성을 제재명단에 포함시킨거죠.
최민석: 지금까지 발표한 인권제재 명단은 오바마 행정부가 작성한 것이 아닙니까,
한: 지난해 7월과 올해 1월 이렇게 두차례 거쳐 북한 인권유린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이 공개됐는데요,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취한 조치입니다. 오바마 정부는 1월 20일에 임기가 끝나는데, 북한인권이 심각하다는 것을 차기 정부에 인식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민석: 정권이 바뀌는 시점에서 북한의 상황이 이러하니 경각을 해야 한다는 주의를 준다는 의미겠군요.
오바마 행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했던 제재나 조치 같은 것을 임기 말기에 깔끔히 정리를 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그리고 다음 정부가 이어받아서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거군요. 미국 말고도 남한에서도 북한 인권유린자에 대한 조사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한: 한국은 지난해 계류중이던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는데요, 북한인권 탄압 사례를 조사 장악하고 있는데요, 자료를 어떻게 얻는가 하면 탈북자들을 면담 조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인권재단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북한 인권 침해자들의 몽타쥬, 즉 얼굴을 그려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을 때 자신들을 고문했던 예심원이나, 구류장 간수, 수사과 지도원, 검찰소 검사 이런 사람들의 생김새를 이야기 해주면 경찰청의 몽타쥬를 그리는 사람들이 얼굴 형태를 그려서 파일을 건사하는 거지요. 이렇게 북한 인권침해자들의 자료를 더 자세하게 보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네, 상습적으로 북한 주민을 구타하고 고문하고 탄압한 사람들의 얼굴이 한국에서 그림으로 그려져서 보관된다는 소리군요. 인권침해나 인권가해라는 게 별거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준다면 그게 인권침해이고 인권유린입니다. 여기에 걸려든다면 조금이라도 생각된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한기자, 수고했습니다.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