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북한에서 김정일 관련 농담 늘어

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2009.12.28
kim_pig-305.jpg 사진은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평양에 새로 건설된 석정 돼지공장을 시찰하며 사육되고 있는 돼지를 둘러 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주 보내 드리는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수경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일가와 관련한 소식은 말해서도 들어서도 안되는 일급 비밀입니다.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을 통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북한 지도자들의 권력 유지와 사생활 등과 관련한 소식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북한에서 농담거리가 된 김정일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과거 북한 주민들은 모여 앉으면 정치나 사회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사회나 정치에 대한 불평 한마디에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얘기는 찬양 외에는 어떤 말도 입에 올려서는 안되는 금기 사안이였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사이라도 정치적 발언이나 민감한 사안은 속으로만 생각할 뿐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최근 북한을 떠난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요즘 시장에서 쌀값이 올라 사먹기 힘들다든지 누구집에 도적이 들었다더라 등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사회나 김정일 체제에 대한 불평으로 대화가 이어지는 경우가 늘었다고 합니다. 탈북자 이성철 씨의 말입니다.

이성철: 북한에 올해 농사가 괜찮게 됐다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죠. 그러면 사람들이 다 장군님의 덕이지 하는 것이 그게 유머죠. 이 말 속에는 아주 황당하다 라는 의미가 있어요. 농사가 잘됐는데 아니면 어디 나가서 축구 경기를 잘 해서 북한이 이겼다는 것이 신문에 나와요. 사람들이 이번에 우리 축구경기가 이겼데 하면 옆에서 농담이라고 하는 것이 다 장군님 덕이지 하는 겁니다.


특히 김 위원장과 관련한 농담은 젊은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2004년 북한을 떠난 탈북자 김명철(19살, 가명) 군은 요즘 북한의 젊은 학생들은 과거 어떤 법보다 더 강제력이 있었던 김 위원장의 말을 우스개 소리로 여긴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이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했습니다.

김명철: 이제는 김정일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친구들끼리 모여 앉으면 농담 삼아 자주 말합니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안되니까 돌려서 농담을 합니다. 나도 좨기밥에 쪽잠이나 자볼까, 너 어제 뭐 먹었니? 좨기밥 먹고 쪽잠자서 힘들어 죽겠다 하면서 놀려주는 식으로 말합니다.

김 군은 심지어 북한의 소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도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의 노래를 사회를 비판하는 노래로 가사를 바꿔부르는 게 유행이 됐을 정도로 김 위원장과 관련한 농담은 대중화됐다고 말합니다.

김명철: 북한 노래 가운에 ‘정일봉에 우뢰우니 돌사태 쏟아진다’로 시작되는 김정일 찬양 노래가 있어요. 학생들이 그 노래를 정일봉에 우뢰우니 쌀사태가 안쏟아지고 왜 돌사태가 쏟아지냐고 웃기게 부릅니다.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말을 안해서 그렇지요 새로 노래만 나오면 즉각 왜곡해 부릅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탄생 신화와 혁명 과업에 대한 풍자도 늘고 있습니다. 탈북자 김태진 씨는 백두산에 태어났다는 김 위원장의 탄생 신화와 과장된 혁명 과업과 관련한 농담도 늘고 있어 주민들이 이제는 김 위원장과 관련한 선전을 믿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태진: 농담 많이 합니다. 여기다 구호 새길까? 그러면 나도 언젠가 투사가 될 수 있겠다 장난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왜냐면 백두산에 있는 구호나무는 그런가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강원도도 있고 구호나무가 끝도 없이 생겨나는 것이에요. 그러다 보니 어떤 신비한 물감을 썼길래 아직까지 남아있나 의심하는 사람이 많아요.

김 위원장과 관련한 농담은 해외에서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유명 인터넷을 접속하면 김 위원장을 풍자하는 다양한 동영상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여러 사진을 합성해 만든 김 위원장을 희화한 사진이나 만화, 글 등도 만들어져 해외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또 탈북자와 중국인들이 지어낸 김 위원장을 풍자한 농담은 해외에서 인기입니다. 그 가운데 한가지 소개해 드리면, 김 위원장이 어느날 집단농장에 현지시찰을 나갔다가 귀여운 돼지들을 보고 순간 기분이 좋아서 돼지들 가운데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신문사에서 이 사진을 올리려는데 편집자는 사진 제목 때문에 고민이 빠졌습니다.

“음...... [김정일 동지가 돼지와 함께 계신다]...... 이건 아닌 것 같고, [돼지가 김정일 동지와 함께 있다]...... 이것도 아닌 것 같은데......' 결국 신문이 나왔는데 사진 밑 설명을 이렇게 붙였습니다. [왼쪽 세번째 분이 김정일 동지다! ”

이처럼 김 위원장이 북한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김 위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민심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더욱이 표현의 자유가 전혀 없는 북한 주민들이 정치범 수용소로 직행할 수 있는 위험에도 김 위원장에 대한 농담을 주고 받게 된 것은 그만큼 체제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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