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 인권회의가 개막을 며칠 앞두고 갑자기 취소됐습니다. 주최측은 회의에 참석할 대만 활동가들을 구실로 중국 측이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 시간으로 오는 5~8일,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제 인권회의 ‘라이츠콘 2026’(Rightscon 2026).
지난 2011년부터 인터넷 검열, 전자 감시, 사이버 전쟁, 표현의 자유 등 디지털 시대 인권을 다뤄온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국제회의로, 올해는 전 세계 1백50개국에 걸쳐 4천 명 가까운 인원이 참가해 5백 개 넘는 크고 작은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었습니다. 남바다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사무국장의 말입니다.
남바다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사무국장(2019년 튀니지, 2025년 대만 ‘라이츠콘’ 참가):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새로 나온 기술로 어떻게 ‘디지털 억압’과 싸워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다양한 이야기와 서로간의 배움, 그리고 각자 주제를 서로 알리려고 하는 노력들, 이런 것들이 굉장히 큰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개막을 며칠 앞둔 지난달 29일, 주최측인 디지털 인권단체 ‘액세스 나우’(Access Now)는 갑자기 행사 취소를 발표했습니다.
같은 날 잠비아 과학기술부와 공보·미디어부가 회의를 연기(postpone)한다고 밝혔는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회의 개최가 아예 무산된 것입니다.
현지 언론은 그 배후로 중국 정부를 지목했습니다.
잠비아 매체 ‘뉴스 디거스’(News Diggers!)는 30일 소식통(well-placed sources)을 인용해 “회의가 취소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며 “행사에 대만 대표단이 참가할 예정이었고, 이들이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회의가 열릴 장소가 중국 정부의 도움으로 개·보수된 시설이란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는 분석입니다.
주최측인 ‘액세스 나우’는 지난 1일 행사 취소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외세의 개입’(foreign interference)이란 표현으로 중국 개입설에 힘을 실었습니다.
성명은 “외세의 개입이 이번 행사를 잠비아에서나 온라인으로 치르지 못하게 된 이유라고 본다”며, 지난달 말 잠비아 당국으로부터 대만 시민사회 참가자들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란 이유로 중국 외교관들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뒤부터 잠비아 이민국이 행사 취소를 통보하고 있다는 연락을 잇달아 받았고, 결국 28일 정부가 행사를 ‘연기’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는 설명입니다.

‘액세스 나우’는 당국의 결정을 되돌리고 취소 이유를 듣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고, 행사를 열려면 특정 주제를 다루는 수위를 조절하고 대만 측 참가자들이 현장이나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것을 배제해야 한다는 방침을 여러 비공식 통로로 전달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이른바 ‘레드 라인’이었다고 밝힌 주최측은 이번에 내려진 일방적인 결정과 그 방식을 ‘시민사회를 표적으로 한 초국가적 탄압’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증거로 보고 있다며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는 이날 ‘라이츠콘 2026’이 취소된 이유는 중국 정부의 압력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불과 한 달 전까지 행사 개최를 환영했던 잠비아 당국이 태도를 바꾼 것은 “수상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도 행사 조직위원회에 참여한 한 활동가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대만에서 온 행사 참가자들에 대한 불쾌감을 잠비아 당국에 표시한 뒤 이번 조치가 이뤄졌다”고 전하면서 잠비아 당국이 “이번 취소 결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남바다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사무국장: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통제와 감시, 이것을 쉽게 만들어 주는 인공지능(AI) 기술, 이것으로 인간을 통제하는 것이 권력 구조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봤기 때문에 행사를 취소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인권 활동가들은 디지털 분야에서 더 많이 싸우고 협력하고 연대해 가면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가운데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현지 시간으로 2일 유일한 아프리카 수교국인 에스와티니에 도착했습니다.
라이 총통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의 오랜 우정을 다지기 위해 에스와티니에 왔다”며 “우리의 결의와 헌신은 대만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해서 세계와 교류해 나갈 것이라는 이해에 기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에스와티니 국왕과 정부에 사의를 나타내며 “우리는 결의와 노력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부당한 억압에 정의롭고 이성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라이 총통은 지난달 22일 에스와티니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출발 전날 일정을 취소한 바 있습니다.
당시 대만 총통부는 긴급 기자설명회를 열고 에스와티니로 가는 비행 경로상 세 국가, 세이셸·모리셔스·마다가스카르가 중국의 압박으로 비행 허가를 철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