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언어차이를 생활속의 삶을 통해 비교해보는 ‘남북언어 비교’시간입니다. 오늘은 연말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에서 많이 쓰는 '바겐세일'이라는 말에 대해 알아봅니다. 진행에는 탈북자 출신으로 남한 이화여대에서 식품영양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현재 탈북자 종합회관 간사로 있는 이애란씨입니다.
숨 가쁘게 달려왔던 2005년이 저물어가는 12월입니다. 삶의 현장들에서는 연말연시를 보다 의미있게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더 멋지게 더 보람있게 보내기 위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고 올해에 결심하고 미처 돌아보지 못한 계획들을 마무리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쁜 계절입니다.
이 한 달 동안 우리는 그동안 소홀했던 친척, 친구, 그리고 사업상관계가 있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많은 모임과 파티(다시 말해서 잔치)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12월 한 달은 아마 일 년 중에 외식을 가장 많이 하는 달 일거라 생각 되요.
벌써부터 몸매관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많은 식사자리들을 피하기 위한 작전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북쪽도 남쪽 같지는 않지만 12월이 오면 송년모임으로 분주하죠.
기름진 음식으로 목의 때를 벗기겠다고 (오랫동안 참아온 시장기를 달래는 것을 비유한 북한식의 은어) 지금부터 단단히 작정하는 사람들도 계실거예요.
이런 때 보면 우리는 한 민족이지만 너무 다른 처지에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시립니다. 요새 백화점들과 대형 할인매장들에선 겨울맞이를 위한 파격적인 바겐세일로 흥성거리구 있습니다. 남쪽에 와서 보니까 이러한 것들은 거의 정례 행사처럼 진행되고 있었어요.
아참 바겐세일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시겠군요. 저도 처음 서울에 왔을 때 가는 곳 마다 내걸린 “바겐세일”이란 말뜻을 몰라서 한참은 어리둥절했었거든요.
바겐세일이 무슨 뜻이냐구요?
바겐세일에 대해서 남한에서 발행한 국어사전에서는 “어떤 상품을 특별히 정가보다 싸게 파는 일, 염가판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북한말로 다시 설명하면 상품의 국정가격을 대폭인하 해서 눅거리로 판다는 뜻입니다.
북한에선 때때로 공업품상점이나 백화점 같은데서 불합격품이나 오작품을 절반가격으로 팔아 주군 하는데 뒷문이나 안면이 없으면 사기가 어렵죠.
그래서 잘못생각하면 남쪽에서 바겐세일기간에 파는 상품이 오작품이거나 불합격품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때 파는 상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안면이나 뒷문(빽)은 전혀 필요없구요.
세계 각국에서 수입한 명품이나 북한말로 하면 특제품 같은 질이 좋은 상품들이 대다수이니까요. 그러면 왜 바겐세일을 할까 의문이 될 거에요. 저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상품이 항상 부족해서 판매원이 왕인 북한 땅에선 상상도 할 수없는 일이죠. 남쪽에 와서 보니까 여기는 상품이 상점마다 차고 넘치고 계절과 유행에 따라 새로운 상품을 항상 내놓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판매전쟁이죠.
그래서 계절이 지나거나 혹시는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때는 이렇게 상품가격을 대폭 인하시켜서 손님들에게 알리거나 또는 판매수량을 늘리기 위한 판매전략을 쓰고 있더라구요. 서울의 여기저기를 다니다보면 상설할인매장들도 많아요.
이런 대형 상설할인 매장들은 알뜰한 가정부인들에게 인기가 정말 많답니다. 북쪽에선 상점에 찾아오는 구매자들을 손님이라고 부르는데 남쪽에선 고객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리고 북쪽에선 상품이 부족하고 상품을 사기가 하늘의 별을 따기만큼이나 어려우니까 판매원이나 판매를 책임진 사람이 왕이죠. 하지만 남쪽에서 구매력을 가진 사람이나 구매자가 왕이랍니다. 광고도 그렇게 하지요.
“고객, 다시 말해서 손님은 왕이다”라고 말이죠. 아참 참고로 남쪽에선 판매하는 일을 영업이라고 하거나 마케팅이라고도 합니다.
오늘은 시간상관계로 다음시간에 영업과 마케팅에 대해서 설명을 해 드릴게요. 그럼 다시 만날 그 시간까지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