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말, 북한 말: 바캉스
2006.07.13
7, 8월은 바캉스의 계절입니다. 백화점들과 대형 할인점들은 바캉스상품들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고 음식점들은 보양음식과 계절음식, 등 보다 새로운 음식들과 특별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여행사들과 항공사들, 그리고 여객선사들은 바캉스시즌을 맞아 새로운 여행상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같은 시즌(계절)엔 비행기 값이나 배 값이 많이 비싸집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이지요.
제가 북쪽에 살 땐 바캉스란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지요. 여러분도 그러실 거예요, 그곳엔 바캉스계절이 없으니까요 처음 남쪽에 왔을 때 거리에 나붙은 바캉스시즌 상품광고를 보면서 상당히 궁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북쪽엔 바캉스가 없습니다. 물론 북쪽에도 휴가가 있기는 하지만 자유로운 통행과 교통 등이 어렵기 때문에 바캉스를 보낼 수가 없지요 북쪽의 휴가는 조직생활로 인해 밀렸던 개인용무를 보는 것에 비해 남쪽의 휴가는 쉬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쪽의 휴가의 남쪽의 바캉스는 좀 다릅니다.
그런데 휴가를 왜 바캉스라고 하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바캉스의 유래를 보면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라틴어로 바카티오(vacatio)라고 말하는데 바카티오의 프랑스식 발음이 바캉스입니다. 처음에 바캉스는 학생이나 교사, 혹은 법관 등에게 주어지는 비교적 긴 휴가를 뜻하다가 20세기 들어서면서 일반인들이 자기가 하던 일을 접고 가지는 휴가를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일찍부터 프랑스 사람들은 형편없는 요리를 영국요리라 하고, 영국 사람들은 제멋대로 노는 휴가를 프랑스 휴가라고 얕잡아 불러왔다고 하는데요. 우리보다 합리적이라는 서구도 한 해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휴가인 것 같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1년 내내 휴가를 위해 돈을 모은다고 합니다.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는 프랑스 사람들이지만 휴가철에는 냉정하게 개나 고양이를 버리고 도심을 빠져나가 텅 빈 도시에서는 집 잃은 개, 고양이들이 거리를 불쌍히 헤맬 정도라고 합니다.
남쪽에는 여름휴가와 겨울휴가가 있는데 여름휴가는 1주일 정도 됩니다. 그런데 유럽은 대개 여름휴가가 40일 정도 되어서 아주 푸근하고 느긋하게 여름을 즐긴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캠핑카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승용차 뒤에 수레처럼 매달고 다닐 수 있는 숙소는 침실과 부엌, 욕실까지 딸려 있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그거 하나 승용차에 매달고는 온 가족이 여러 지역을 다니며 여름을 지낸다고 합니다. 너무 낭만적일 것 같아요. 유럽 사람들은 휴가라고 해서 특별한 난리를 피우기보다는 평소에 읽지 못한 책 읽고, 아이들과 함께 놀고, 건강을 위해 집중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휴가 풍경이라고 하는군요. 남쪽과도 다르지만 북쪽과는 너무도 다릅니다.
북쪽사람들은 1년에 정기휴가가 2주정도 있지만 휴식에 편리한 여름에는 휴가를 상상조차 할 수가 없잖아요. 여름철에는 농촌동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안에 불사상가 나지 않는 한 휴가를 받을 수가 없고 주로 휴가는 겨울철이나 김장철에 받아 밀린 집안일과 또한 집안 대소사에 참석하는 것이 북쪽사람들이 보내는 휴가의 풍경이지요.
또 휴가를 받고 여행을 가는 경우에도 남쪽처럼 놀러 가는 것이 아니고 친척집을 방문하여 친척집 일을 도와주거나 친척을 방문하는 것이 최고의 휴가이지만 남쪽의 바캉스는 해수욕장에서 수영복을 입고 시원한 바다와 함께 일상의 피곤을 물리치기도 하고 좋은 계곡을 찾아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바캉스입니다.
남쪽에서는 북쪽에서처럼 어디에도 가지 않고 휴가기간을 집안에 꼭 박혀 있는 것을 방콕에 간다고 말합니다. 저는 지난주에 아들을 데리고 교회의 식구들과 함께 태안반도에 다녀왔는데요,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다음에는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함께 다시 가서 서해바다에 발 잠그고 조개도 마음껏 잡고 소나무밭에서 삼림욕도 실컷하고 돌아 올 겁니다. 이렇게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휴가는 중요한 인생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요즘과 같은 휴가 문화는 산업이 고도성장하여 생활이 풍족해지면서, 많은 여가시간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러한 여가를 활용할 필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기업들 또한 근로자의 정신적 ·육체적 자질 향상을 위해 그 필요를 느끼게 되었는데요, 남쪽에서는 1970년 중반부터 이러한 문화가 보편화되었다고 하는군요. 우리나라에는 유두절이라고 불리는 물맞이 풍속이 있었는데 아마 현재의 바캉스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